강함이 지배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폭력’, ‘테러’, ‘핵’, ‘전쟁’, ‘물대포’, ‘극우’, ‘보복’ 이라는 무시무시한 말들이 세상을 휩쓸고 있습니다. 나그네의 외투를 벗기기 위해 따스한 햇볕이 필요하다는 논리 대신에 회초리를 들어야 할 때라는 논리가 지배하면서 한반도의 냉전은 언제 열전으로 바뀔지 모르는 조마조마함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국내적으로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만이 올바른 역사혼을 불러 넣을 수 있다는 독단이 국민적 저항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그 국민적 저항에 맞서 정부는 물대포로 한 집안의 가장을, 농민을 사경을 헤매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런 폭력적 진압은 또 다른 폭력의 씨앗이 될까봐 무척이나 걱정스럽습니다.
일본 아베 정권의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보통국가, 정상국가는 제2차세계대전을 촉발한 일본제국주의의 또 다른 가면임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본의 극우세력들이 활개를 칠수록 주변 나라들의 경계심은 더욱 높아만 갑니다. 자연스레 한국과 중국 역시 극우민족주의자들이 일본의 재무장에 맞서 우리도 군사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논리를 설파합니다. 결국 힘에 무릎 끓지 않기 위해서는 또 다른 힘이 필요하다는 논리입니다. 그러면 상대는 그것을 빌미로 또 다시 군사력을 강화하는 디딤돌로 삼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리비아, 이라크에 이어 파리까지 계속되는 IS의 테러는 서방 세력들의 이슬람에 대한 증오심을 고양시키고, 그 결과 IS본거지에 대한 공습으로, 전쟁 선포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IS는 또 다른 테러로 미국의 심장부 워싱턴을 겨냥합니다. 결국 그렇게 세계는 서로에 대한 증오를 끝없이 부추기고 있습니다. 그 끝은 어디일까 너무도 두렵습니다.
서로 상대를 탓합니다. 상대가 폭력적으로 나왔기 때문에 나도 폭력적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내부를 설득합니다. 내가 힘이 없으면, 약하게 굴면 상대가 날 만만하게 볼 거라고 그러하니 더 힘이 세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한국에서는 일장기를 불사르고, 일본에서는 태극기를 짓밟습니다. 북한에서는 한국의 대통령을 표적으로 삼아 사격 훈련을 하고, 남한에서는 북한의 김정을 어린돼지, 살찐 돼지로 조롱합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다수의 평화주의자들은 꽁꽁 숨어버립니다. 온통 강경한 목소리만이 세상에 울려 퍼집니다.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 평화의 목소리를 낸다면, 용서를 이야기한다면 그는 분명 세상 물정 모르는 한심한 바보, 이상주의자 소리를 들을 것이 뻔합니다. 그 정도 비난이면 솔직히 다행입니다. 어쩌면 상대를 편드는 간첩, 반역자로 내몰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강함이 강함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은 역사적 진리입니다. 전쟁을 모두에게 큰 상처를 입힐 수 밖에 없고, 그 전쟁의 상처는 결국 또 다른 폭력의 시작일 뿐이라는 것을 우리는 인류역사를 통해 잘 알고 있습니다.
더 이상 폭력의 악순환이라는 메커니즘에 빠져드는 어리석음을 그만두어야 합니다. 비록 순진한 바보, 이상주의자, 반역자 소리를 듣더라도 용기를 내어 평화를 노래해야 합니다. 보복의 광기 대신 용서와 화해를 이야기해야 합니다.
네 자식이, 네 부모가 테러에 희생되어도 그렇게 얘기할 수 있느냐는 무거운 질문에도 떨리고 두려운 마음으로 그렇다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그 슬픔이 너무도 크겠지만 그 슬픔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 안겨줌으로 그 안타까움을 씻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폭력은, 더 이상의 희생은 여기서 그쳐야 합니다.
노자에 다음과 같은 말이 있습니다.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기고, 부드러운 것이 억센 것을 이긴다. 천하에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실천할 줄 모른다. (弱之勝强 柔之勝剛 天下莫不知 莫能行)
약한 자들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평화를 합창해야 합니다. 바로 실천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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