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교과서는 국가가 하나의 역사를 제시한다는 것입니다. 정부는 말합니다. 필진을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공정하게 기술할 것이라고. 그런데 말입니다. 국정교과서라는건 정부에게 저작권이 있으므로 정부가 임의로 고쳐도 됩니다. 필진들은 저작권자의 의뢰를 받아 글을 대필해주고 돈을 받는 역할만 하는 겁니다. 만약 필진들이 정말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집필했다 해도 정부가 고치면 그만입니다.
가령, 친일, 친북, 독재의 어두운 역사를 모두 객관적으로 집필했다 칩시다. 정부가 친일파의 이름을 지우고, 독재의 인권유린을 감추고, 쿠데타를 혁명이라고 바꾸고, 이런 식으로 마음대로 다 고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좌편향 교과서가 걱정됩니까? 국정교과서 제도하에서야말로 좌편향 교과서가 탄생하기 좋죠. 수꼴들이 좌파라고 마타도어하는 야당이 집권하게 되면 이제 야당 쪽에서 교과서를 다 뜯어고칠 수 있는 거거든요. 극단적인 예로, 김일성을 미화해도 됩니다. 검정 제도 하에서는 그게 불가능하지만 국정교과서에서는 누가 집권하느냐에 따라 기상천외한 교과서가 탄생할 수 있습니다.
당신이 교과서를 집필할 권위가 있는 역사학자라 칩시다. 내가 아무리 객관적으로 집필해도 정부가 뜯어고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내 이름이 필진에 들어가 있으니 졸지에 내가 편향적인 역사가로 매도될 수 있습니다. 이건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습니다. 보수학자가 교과서에 참여했는데 나중에 좌파 정권이 김일성을 미화하는 식으로 바꿔버리면, 졸지에 내가 김일성을 미화한 것처럼 오해받을테니 처음부터 이런 똥물에 발 담그지 않습니다. 지금 국정교과서에 대해 좌우를 가리지 않고 학자들이 반대하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결국 국정교과서는 처음부터 어용학자들이 집필하게 되어 있는 이유도 이것입니다. 내 이름 걸고 똥물에 발 담글 이유가 없으니 진보 보수 막론하고 의식있는 학자들은 다 빠지게 되어있고, 어용학자들이 즐겁게 작업하겠지요. 정부는 그래놓고도 객관적으로 기술했다고 자화자찬할 것이구요.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봐야 압니까? 이미 시나리오가 훤히 보입니다.
지금 교과서가 좌편향이라 생각합니까? 그러면 검정 기준을 강화하면 됩니다. 그건 정부가 법을 고치지 않아도 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그런데 검정 기준으로 강화해도 해결이 안 되니까 국정으로 바꾼다는 거죠. 왜 검정 기준을 강화해도 해결이 안 됩니까? 아무리 검정 기준을 강화해봤자 객관적으로 서술한 역사는 수꼴들 입장에서 치욕이거든요. 반민족(친일), 반체제(친북), 반민주(독재)의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한 인간이 떡하나 버티고 있어서 어떻게 기술하든 수꼴들은 그 교과서를 받아들일 수 없는 거거든요. 그러니 검정으로도 해결할 수 없어 아예 자기들이 쓰고 싶은 것만 쓰겠다고 국정화를 하는 겁니다.
그게 아니라면 검정 기준을 강화하면 그만인 문제에 대해 굳이 학계와 야당이 반대하는 것을 무릅쓰고 국정화를 밀어붙이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을까요? 하필 대통령은 독재자의 자식이고, 하필 여당 대표는 친일파의 자식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네요. 감추고 싶은게 있으면 객관적인 교과서가 무섭겠지요.
이미 숱하게 지적되고 있지만, 국정교과서는 북한 같은 독재국가에서나 존재합니다. 수꼴들이 그토록 유토피아로 선망하는 미국에서 국정교과서 쓴다는 말 들어봤습니까? 심지어 사회주의 국가 중국조차도 국정교과서를 시도하다가 포기했습니다. 사실상의 독재국가인 러시아가 국정교과서를 밀어붙였지요. 지금 북한, 러시아 같은 짓을 한국이 하는 겁니다. 정부는 왜 북한을 따라합니까? 북한[北]을 따라하는[從] 것을 우리는 종북이라 부릅니다. 정부는 왜 종북짓을 하고 있습니까?
고영주라는 인간이 문재인, 노무현을 공산주의자라고 확신한다고 떠들더군요. 그 논리와 화법 그대로 되돌려드립니다. 북한이나 하는 짓을 굳이 밀어붙이겠다는 종북 박근혜와 김무성, 저는 그들이 공산주의자라고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