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처럼 시간이 흘러 드디어 총선이 열리는 달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제 내년엔 총선인데..." 라고 말했던 것 같은데, 이제 정말 두 주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걱정되는 마음으로 한국을 바라봅니다. 워낙 의미가 있는 총선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대선을 앞둔 총선이기도 하지만, 솔직히 미국의 대선이나 영국 노동당의 경우에서 드러나듯 탈 신자유주의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한국이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신자유주의의 낭떠러지 끝에서 절벽으로 떨어지게 될 것인가를 결정짓게 될 것입니다.
게다가, 개헌과 맞물린 이슈들은 그동안 의회 정치의 안정화를 꾀하기 위해 마련해 놓았던 장치들을 무력화하고 대한민국을 확실하게 1970년대로 되돌릴 것인가의 여부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아니, 그것을 넘어 그나마 한국의 민주주의를 형식적으로나마 지탱해 온 87체제의 붕괴 여부가 이번 선거를 통해 결정되는 셈이어서, 이걸 바라보는 사람으로서 착잡하기 그지없습니다.
여당이 압승해서 개헌이 가능해질 경우, 그나마 정권 교체를 통해 밝힐 수 있는 진실들이 묻힐 것입니다. 세월호, 천안함, 자원외교, 4대강 등 이명박근혜 정권동안 저질러지고 그 진실을 아직까지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일들이 그대로 묻히게 됩니다.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 답답하고 우울해집니다.
선거 기간이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는 것은 여러가지로 보여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전혀 진전이 없었던 야당간의 후보 단일화 논의도 보이고 있고, 무엇보다 뉴스를 통해 북한 도발 관련 뉴스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보수 여당의 자기 결집 방법이지요. 그리고 느닷없이 튀어나온 연예인 대마초 뉴스. 이걸 보고 있자니 딱 70년대의 모습이 떠오르긴 합니다.
아마 선거가 하루 하루 더 가까워질수록 얼마나 더 황당한 뉴스가 나올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지금으로서는 갑자기 박근혜 정권의 검찰이 이명박에 대한 대대적 수사와 체포가 이뤄진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 같습니다. 과거 4자방 정도가 아니라 더 큰 무엇으로 터져도 안 놀랄 겁니다. 휴전선에서 갑자기 남북간에 교전이 일어날수도 있고, 연평도 때처럼 포탄이 날아올수도 있고.
문제는 이 선거에서 이미 정책은 실종됐다는 겁니다. 여론조사는 돌았고, 정권심판론이 야당심판론을 앞섰다는 말이 나옵니다. 그렇다면 이 다음에 무슨 일이 있을까? 민주주의의 축제라는 선거가 있을 때마다 저 보수도 아닌 수구 친일 매국 세력들이 어떤 공작을 만들고, 이게 어떤 모습으로 터져나올까를 두려워해야 하는 대한민국에 아직 21세기는 오지 않은 것 같아서 불안합니다.
그저, 유권자의 날카로운 정세 인식, 그리고 적극적인 투표, 무엇보다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저들을 눈 부릅뜨고 봐야 할 겁니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는 게 좀 안타깝긴 합니다. 시민의 날개에 참여해 투표 보관함 감시 활동이라도 해 주시고, 열화와 같은 투표로 세상을 바꿔 달라고 말씀드려 봅니다. 세상을 바꾸는 주인은 결국 그 권력을 만들어주는 바로 여러분들이니까요.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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