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지구는 거대한 지옥이다.
부제 : 태호복희의 정체
“거대한 지옥이다!”
“그렇습니다. 지구는 거대한 지옥입니다. 그렇게 밖에 결론을 내릴 수가 없네요.”
“애초부터 신이 지구를 지옥으로 만든 것인지, 아니면 후에 악마들이 지구를 지옥으로 전락시킨 것인지 모르지만 어쨌든 현재의 지구는 지옥인 게 틀림없습니다.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인간 세계를 창조하신 분은……”
그 때까지 두 사람의 대화를 경청하고만 있던 단비가 비장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악마가 아니에요. 환인 천제님이시죠.”
단비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있었던 두 사람이 그제서야 그녀를 돌아봤다.
“그걸 단비가 어떻게 알지? 단비는 죽은 지 며칠 안 된 귀신일 뿐이잖아?”
그녀가 잠시 망설이다가 결심이 섰다는 듯 말했다.
“사실 저는…… 환인 천제님께서 인간 세상에 내려오실 때 보좌했던 네 명의 신인 운사, 우사, 뇌공, 풍백 중 하나인 우사예요.”
혼의 입이 쩌억 벌어졌다.
“뭐, 뭐라고? 단비가 귀신이 아닌, 천신이었다고? 그것도 환인 천제님을 최측근에서 보좌했던 우사였다고? 그래서 아까 랩틸리언을 한 방에 가루로 만들 수 있었던 거야?”
“네.”
“근데 나한테 들키지 않으려고 한 주먹 거리도 안 되는 랩틸리언들한테 그렇게 쥐어 터져 왔던 거고?”
“네.”
“굳이 그런 자학쇼까지 펼치면서 날 속일 이유가 뭐란 말이야? 난 단비가 사람이든 귀신이든 천신이든 아무 상관없는데?”
“당신을 데리고 시간여행을 해야 했으니까요.”
“시간 여행? 왜?”
“당신을 각성시키기 위해서요.”
“날 각성시켜? 무슨 각성?”
“당신이 누구인지, 당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깨달게 해주기 위해서요.”
“내가 누군데? 내가 뭘 해야 하는데?”
“잘못된 것을 바로 잡아야 해요. 당신이!”
“내가? 왜 내가 그래야 하는데?”
“그 모든 과오가 당신으로부터 비롯됐으니까요!”
혼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도대체 무슨 소리야? 내가 이 빌어먹을 지옥을 만들어 내기라도 했단 말이야?”
“그래요. 이 지옥을 창조한 게 바로 당신, 치우에요!”
“치, 치우……? 치, 치우천황? 내가…… 치우 천황이라고?”
“그래요. 당신이 바로 그 치우천황이에요. 환인천제의 직계자손인 치우천황, 그게 바로 당신이에요!”
치우천황(蚩尤天皇)은 우리 민족의 역사서인 <환단고기(桓檀古記)>에 등장하는 인물로 세상을 창조한 환인천제의 20세손이며 B.C. 28세기 경 세상을 다스렸던 존재이다.
그에 대한 기록은 중국 전한(前漢)의 사마천(司馬遷 : BC.145~BC.86)이 기록한, 중국의 25 정사서 중 가장 높이 평가되고 있는 <사기(史記)>에도 등장하는데 중국인들이 자신의 선조라 일컫는 삼황오제(三皇五帝 : 태호복희[太?伏羲], 염제신농[炎齊神農], 황제헌원[黃帝軒轅], 소호금천[少昊金天], 전욱고양[?頊高陽], 제곡고신[帝?高辛], 제요도당[帝堯陶唐], , 제순우유[帝舜有虞]) 중 하나인 황제헌원―‘임금 황[皇]’이 아닌 ‘누르 황[黃]’이다.―과 수십 차례의 전투를 치른 구려족(九黎族)의 임금으로 기록되어 있다.
<사기>에는 헌원이 계속 수세에 밀리다가 마지막 탁록(?鹿) 전투에서 치우를 쳐 죽이고 승리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지만 <환단고기>에는 치우가 헌원을 사로잡아 부하로 거느렸다고 기록되어 있어 양국의 기록이 전혀 상반되게 적혀 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정황으로 미루어 보아 <한단고기>의 기록이 사실에 근거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기>에는 한(漢)의 고조 유방(劉邦)이 항우(項羽,)와의 마지막 전쟁에 나가기 전에 치우를 모신 사당에 들러 승리를 기원했다고 적고 있다. 만약 탁록에서 헌원이 치우를 척살했다면 유방이 승리를 기원하는 사당에는 치우가 아닌 헌원이 모셔져 있어야 지당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방이 치우를 떠받들었다는 것은 탁록 전투의 승자가 헌원이 아닌 치우이며 한나라의 시조인 유방이 헌원의 직계후손이 아닌, 치우의 직계후손이던가 아니면 한 나라 때까지만 해도 중국과 우리 한민족이 별개의 민족이 아닌, 하나의 민족이었음을 시사한다.
그렇지 않다면 제아무리 치우가 탁록 전쟁의 승자라 할지라도 중국을 대표하는 한나라의 통치자인 유방이 이민족의 조상인 치우에게 승리를 기원하는 반민족적인 행위를 일삼았을 리 만무하다.
사실 우리 측 사서에는 고대 중국은 우리 한민족의 신하국(臣下國)에 불과한 나라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또한 중국의 사서에서도 이런 사실을 뒷받침해주는 기록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사기>는 “삼황오제는 모두 하나의 뿌리에서 나왔다. 황제로부터 순, 우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같은 성이며 그들이 세운 나라의 호칭만 달랐을 뿐이다.” 라고 적고 있으며 공자의 뒤를 이은 맹자(BC.372~289)가 서술한 <맹자(孟子)>에는 “순임금은 제풍에서 태어나고 부하로 이사하여 명조에서 죽으니 제풍, 부하, 명조는 동이족의 땅이니 그는 동이사람이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또 북송(北宋 : 960~1127)의 사마광(司馬光, 1019~1086)이 지은 자치통감(資治通鑑 : 1084) 196권 당기(唐紀) 11편에는 “중국 사람들의 뿌리는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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