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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노동부 근로감독관입니다.◀▼▼ 2017-02-14 14: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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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모일간지 기사를 보니 합의를 유도하는 근로감독관... 노동경찰이 아닌 체불임금조정관이 되어버린 근로감독관... 노동법의 엄격한 집행자라는 본연의 직분에서 벗어난 근로감독관... 등등으로 묘사가 되어있네요.


사실과 다르다고 얘기할 생각은 없습니다. 저 스스로도 합의를 유도하고 노동경찰 또는 노동법의 엄격한 집행자가 아닌 체불임금조정관으로서 일을 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런데 여기에서 그 글을 읽는 독자분들께 한번쯤 생각해보라고 얘기하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근로감독관 본연의 직무가 과연 무엇인가...


근로감독관은 이중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하나는 노동부 행정공무원으로서 근로자들을 위해서 못 받은 급여나 퇴직금을 받아줘야 한다는 측면과 특별사법경찰관으로서 죄를 지은 사업주에 대해서 처벌을 해야 한다는 측면이죠.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저 두가지가 함께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찰관 예를 들어보죠. 내가 누구한테 돈 빌려줬는데 돈 못 받고 있다. 내가 누구한테 몇대 두들겨 맞았다. 내가 누구에게 모욕을 당했다. 이럴 때 경찰관에게 "조사해서 처벌해주세요(빵에 쳐넣어 주세요!!!)"라고 하지 "못 받은 돈 1억원 받아주세요", "이빨 부러진 치료비 400만원 언제까지 받아주세요"라고 하나요?


그런 말을 경찰관에게 해볼 수는 있겠지만 맞지 않는 얘기죠. 경찰관에게는 다른 사람을 폭행한 사람을 조사해서 처벌받게 할 권한은 있지만 치료비를 받아낼 권한은 없기 때문입니다. 돈을 안 주는데 아무리 경찰관이라도 강제로 돈을 빼았아다 피해자에게 갖다 줄 수는 없는 거죠. 돈 받는 거는 알아서 해결해야 됩니다.


그런데 근로감독관은 좀 다릅니다. 노동부에 진정서든 고소장이든 민원을 내는 사람의 95%는 못 받은 월급이랑 퇴직금 받게 도와달라는 겁니다. 감독관님!!! 사장 그 인간이 지금 몇달째 퇴직금을 주겠다라고 말만 하고는 계속 안 주고 있어요 도와주세요. 돈 받게 도와주세요. 이런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어떻게 받아주죠? 가서 사장놈 두들겨패고 돈 빼앗아다 드리면 되나요?


그런데 임금미지급과 퇴직금미지급 등은 피해자(근로자)가 가해자(사장)의 형사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면 사장을 처벌할 수 없습니다.(폭행도 그렇습니다.) 물론 사장이 돈을 줘야 피해근로자가 저렇게 움직이는 것이 일반적이죠.


이런 상황에서 근로감독관들은 딜레마에 빠집니다. A 근로감독관은 법대로 합니다. 법대로 하면 이런 상황이 됩니다. "퇴직금 천만원 못 받았어요"라고 노동청에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사장 불러다가 조사를 하니까 "퇴직금 천만원 못 준 것 맞다"고 합니다. "그래? 자백했구만" 검사님에게 형사처벌하시라고 서류를 보냅니다. 사건이 해결되었습니다. 법대로!!! 엄격한 노동법의 집행자로서 퇴직금을 안 준 사장이 처벌받도록 완벽하게 처리했습니다.


신고한 근로자가 다음날 전화를 합니다. "저번에 퇴직금 못 받아서 신고한 것 어떻게 됐어요?", "네. 다 해결됐습니다. 검사님에게 서류 보냈어요. 검사님이 이제 벌금이든 징역이든 처벌을 하실 겁니다.", "그럼 저 퇴직금 못 받은 것은 어떻게 되나요?", "그거요. 이제 저한테 연락하지 마시고 퇴직금은 알아서 받으세요. 저는 근로감독관으로서 할 것 다 했습니다. 연락하셔도 도움 못 드립니다. 사건 다 해결됐어요"


엄격한 법의 집행자로서 사건을 완벽하게 처리했습니다.


B 근로감독관은 조금 애매하게 처리를 합니다. "퇴직금 천만원 못 받았어요"라고 노동청에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사장 불러다가 조사를 하니까 "퇴직금 천만원 못 준 것 맞다"고 합니다. 여기에서 한번 더 물어봅니다. "그런데 돈 줄 생각은 없는 겁니까?" 사장은 "돈 줄 생각은 있어요"고 합니다. 돈 줄 생각이 없다고 한다면 계속 설득을 해서 돈 줄 생각을 하도록 유도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유도하죠? 많은 사장들은 근로감독관에게 이렇게 물어보거나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앞으로 저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이 대목에서 B 근로감독관은 "퇴직금을 주건 말건 당신은 형사처벌 받게 할 꺼야"라는 얘기보다는(이렇게 하면 주든말든 벌금 문다는데 내가 미쳤다고 돈을 주냐?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당신이 퇴직금을 입금시켜준다면 피해근로자에게 합의를 할 생각이 있는지 물어보겠다"라고 합니다. 여기에서 피해자의 합의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합의서(보통은 취하서)를 써주는 것을 말하죠. 그리고 사장은 입금을 하고 근로자는 합의서를 써줍니다. 처벌은 받지 않게 되죠.


제 생각에는 A 근로감독관도 이유가 있고 B 근로감독관도 이유가 있습니다. 그리고 피해자(근로자)들도 A 근로감독관처럼 돈은 한푼도 못 받아주더라도 못된 사장을 형사처벌해주는 근로감독관을 원하는 경우도 있고, B 근로감독관처럼 가능한 돈을 받아주려고 하는 근로감독관을 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비율상으로 볼 때 피해자들은 A 근로감독관보다 B 근로감독관을 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 경험상 그렇습니다. 돈 못 받았다고 신고했더니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조사 뚝딱 끝내서 검사님에게 처벌하시라고 서류보냈다고 하고 나는 사건 끝냈노라고 하는, 그리고 못 받은 퇴직금은 피해근로자 당신이 알아서 해결하라는 근로감독관...을 피해자들이 좋아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그런데 원칙은 A 근로감독관이 맞습니다. 근로감독관은 돈 받아주는 해결사가 아니라 수사해서 처벌하는 경찰관이거든요.


엄격한 법집행자로서의 근로감독관은 못 받은 퇴직금은 해결되건 말건 사장을 처벌하는 근로감독관입니다. 그런데 피해자들이 이런 엄격한 근로감독관을 원하지 않아요. 도대체 돈 받을 권한도 없는 근로감독관에게 왜 돈을 받아달라고 하는지는 모르겠는데 돈 받아달라고 제발 도와달라고 와서 하소연을 합니다.


그리고 근로감독관들은 지금도 동분서주하면서 한푼이라도 더 받아주기 위해서 사업주 지갑을 열도록 권한에도 없는 온갖 썰을 풀면서 양쪽으로부터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노동경찰이 아닌 체불임금조정관이 되어 버린 거죠. 그렇지만 신용불량자가 되어가고 생계에 곤란을 겪고 있는 피해자를 보면 하루라도 빨리 그분 통장에 돈이 입금되기를 바라게 되는게 인지상정입니다.


A와 B 중 어떤 근로감독관이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는 아직까지 확신이 안 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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