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을 찾는 사람들의 숫자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한국 영화시장은 최대의 호황기를 맞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극장을 찾는 수준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영화계에서는 흔히 관객 수 1000만 이상의 영화를 하늘이 내린 영화라고 한다. 2014년도와 2015년도에는 우리나라에서 1000만 영화가 각각 4편과 3편으로 2년 사이 무려 7편이나 탄생했다. 물론 우리나라 영화계의 발전에 있어 많은 관객 수와 영화산업의 흥행은 축하받아야 마땅하지만, 이면을 들여다본다면, 대기업의 스크린 독과점, 계열사 운영에 따른 자체 배급으로 인한 불균형, 스크린 점유율의 잘못된 집계 방식 등 유쾌하지만은 않은 속사정을 만나게 된다.
1990년대 후반 대기업의 수직계열화 형태로 영화산업에 진입하면서 전국의 소규모 극장들은 모두 사라지고, 유명 중심가에는 CGV, 롯데시네마 등 대기업들의 휘황찬란한 광고만이 주목받게 되었는데, 그 현실을 찾아가 보고자 한다.
첫째, 소규모 극장이 사라지게 된 원인에는 우리나라의 수직적인 영화산업구조에서 스크린 독과점의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강한섭 서울예대 영화과, 전 영화진흥 위원장의 말에 따르면 “대한민국 영화산업은 투자, 기획, 제작, 배급, 상영이 하나의 독과점 즉 대기업에 의해서 운용되고 통제되는 수직 통합 원형시스템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바뀔 수 없는 어떻게 보면 아주 기이한 영화산업구조”라고 지적한다. 즉 수직계열화로 인해서 투자, 기획 등 영화제작의 출발점에서부터 극장 스크린 상영의 종착점까지 대기업의 일원화된 통제로 인해 다양한 영화가 관객들에게 제작, 배급 및 상영되지 못하고, 수익성을 극대화한 상업적인 영화에만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는 사회적 오류가 발생하고 있다.
둘째, 국내 영화관람 시장의 90% 이상을 대기업이 독과점 하고 있다. 특히 영화관과 영화 배급사를 모두 보유하고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우리나라 영화시장의 40% 이상을 지배하고 있는 CGV는 CJ E&M을, 30% 이상을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롯데시네마는 롯데 엔터테이먼트라는 동종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소규모 극장에게 흥행 영화의 배급을 지연시키거나, 지원하지 않는 정상적이지 못한 독과점이 발생하게 되어, 소규모 극장들이 하나 둘 관객들의 곁을 떠나 폐업하게 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다. 이뿐만 아니라 영화제작사는 자 계열사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자신들의 영화관 스크린 수를 훨씬 늘리게 되는 ‘밀어주기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다. 영화 관계자들 말에 따르면 이러한 현상은 영화의 개봉 초기에 가장 심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그 예로 2014년 롯데 엔터테이먼트가 배급한 8월 개봉 ‘해적’ 의 경우, 전국 점유율이 26.4%로 높지 않은 반면 자사 영화사인 롯데시네마에서는 36.4%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이에 더불어 CJ E&M에서 제작 배급한 ‘명랑’이 개봉 첫 주 CGV 상영 점유율 55.3%을 기록하였다.
이와 같이 계열사 영화에 대한 좌석과 스크린을 초기에 집중적으로 관객들에게 노출시킴으로써 초기 관객 수를 단기에 확보하는 방법으로 수익성 구조를 확보하는가 하면, 이러한 집계치를 또다시 영화 및 계열사 홍보에 활용한다는 것이다. 본 구조에 의해 집계된 통계치는 해당 영화가 방영된 스크린 수에 대한 관객 수로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전국적으로 총동원된 관람 관객 수에 의해 집계되는 통계이기에 정확하지 않은 정보의 제공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영화계의 단면만을 부각시켜 관객의 눈과 귀를 다 속이는 것이다. 결국, 소수의 영화기업이 자신들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서로 밀어주고 특정 영화를 과도하게 상영하는 방식으로 1000만 영화를 양산하고 우리의 선택권을 침해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 스크린 독과점을 심각하게 느끼지 못하는 이유로 시장 점유율의 집계 방식을 들 수 있다. 현재 언론에서는 (온관 스크린+교차상영) / 교차상영을 제외한 전체 스크린으로 점유율을 계산한다. 예를 들어 1개의 상영관에서 A라는 영화는 제일 처음에 한 번만 상영을 하고, 다른 영화인 B의 경우 뒤에 9차례 걸쳐서 상영한다고 가정해보자. 이 때 두 영화의 스크린 점유율은 50대 50으로 나타난다. 그 이유는 상영 횟수와 상관없이 한 영화가 한 번이라도 상영된 스크린 수를 기준으로 계산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집계 방식은 대형 영화의 점유율은 실제보다 낮게, 다양성 영화 점유율은 높게 보이는 왜곡으로 이어지게 된다. 또한 교차상영은 다양한 영화를 관객에게 선보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너무 이른 시간이나 너무 늦은 시간에만 관람할 수밖에 없는 시간대 문제가 있다. 현실적인 통계를 잘 반영하지 못하고 독과점 현상의 오류를 범할 수 있는 스크린 점유율 집계 방식보다는 해당영화 상영 횟수 / 전체 영화 상영 횟수로 집계되는 상영 점유율을 사용한다면 영화 관람객들도 실제 영화가 얼마나 더 많이 상영됐는지 정확한 상황을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2006년 <괴물>을 시작으로 불거진 스크린 독과점 문제는 10년이 넘도록 해결되지 않고 방치되어 있다. 미국의 경우 수직적인 통합이 불법이라는 파라마운트 판결을 통해 60년 전부터 독과점 체계를 해결하였고 상영기간에 따라 상영 비율을 달리하는 슬라이딩시스템을 적용 중에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각 스크린의 년·중·상영일수 중 일부(최소 7일부터 최대 14일)를 예술영화, 독립영화의 상영일로 보장하자는 ‘마이너 쿼터제’, 상영하는 영화의 프린트수를 제한하여 스크린을 독점하는 현상을 막자는 ‘프린트벌 수 제한’, ‘전용상영관 확대’ 등의 대안들이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대안 제시에도 불구하고 시행되지 않거나 부적절한 정책이라고 외면해버려 아직까지도 효력 있는 정책이나 법안은 없는 실정이다.
이러한 독과점이 계속될 경우 영화 산업을 독점하고 있는 대기업 이외에 이득을 얻는 자는 없다. 소비자의 영화 선택권은 침해받고 있으며 상업영화의 집중화로 인해 한국 영화산업의 경쟁력과 독창성은 잃어가고 있다. 대기업이 영화관과 배급사를 모두 소유하는 상황에서 당연히 내가 만든 영화를 상영시키지, 자신의 영화를 적게 걸어 다른 사람 영화를 걸게 해주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영화관과 배급사를 분리시키는 법적인 규제 마련이 시급하며 시민들의 자발적인 관심 또한 절실하다.
최근 CGV에서 영화 관람료의 차등화를 내세웠지만 이는 사실상 가격 인상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갑의 횡포 속에 우리는 궁금증도 던지지 않은 채 지배당하고만 있을 것인가? 영화 관람료가 비싸다고 투정만 부릴 것이 아니라 적어도 왜 그러한 가격 인상이 야기되었는지, 다시 가격을 낮출 기회는 없는 것인지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던져 볼 필요가 있다. 또한 현시점에서도 자사 영화 밀어주기와 같은 독과점이 일어나고 있을지도 모른다. 문득 궁금해지지 않은가. 이 글을 읽은 여러분들은 당장 영화관 사이트에 접속하여 영화관람 시간표를 확인해보라. 혹시 그중에 지나치게 많은 상영 횟수를 가지고 있는 영화가 있는지 살펴보라. 분명한 것은 이런 사소한 관심에서부터 우리 한국영화의 발전이 시작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