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초지종은 어찌 되었든 남북합의가 나와서 참 다행이다 싶었다.
근데 이거 해도해도 너무하는거 아닌가? 이래도 되는가 싶다.
휴전선에선 잊을까 하면 지뢰 밟는 불상사가 나곤 했다.
지뢰 두 개를 연거푸 밟은 비운의 하사... 그만하기 정말 천만다행이지만, 밟은 것이 진짜 목함지뢰였다면 다리를 절단하는 걸로 끝나지 않았을 공산이 더 크다. 북한제 목함지뢰는 TNT 200g이다. 한때 강화도에서 발견된 것들이 그랬다. 200그램이면 소나 말도 그냥 돌아가신다.
발목 끊는 지뢰는 화약이 20g 들었다던가. 목함지뢰는 그 열배란 말씀...
이런 글 올리면 괴담이라 할텐가? 합리적인 의심 제기는 자유민주주의하에서 기본권 아니던가?
포격사건은 또 어떤가.
부근 주민들은 북의 포소리는 못 들었다는 기사가 국가기간통신사 연합뉴스에 반복적으로 나온 건 뭔가.
북한이 쏜 포탄이 떨어진 탄착점 구덩이라도 티비에 나온적 있었나? 난 못 봤다.
국민이 경악할 사건이 일어났다면 당연히 차분히 조사해서 스모킹건을 내놓아야 했다.
그런 것도 없이 불쑥 만나자니까 덜컥 만나서 대체 뭘 따졌는지 무얼 어떻게 따질 수 있다는 건지 그 자체가 의심스럽다.
근데 어찌어찌 합의가 발표되자마자 정계와 언론은 그것이 일방적인 전리품인양 국민들을 호도하고 있다.
개선장군이 따로 없다.
어쩌다 북한을 꺾었다는 근거불충분한 쾌감을 국민에게 선사하여 뭔가 얻어 볼 얄팍한 심산이 아니었나 충분히 의심해 볼 여지가 있다.
뒷맛이 찝찝하기가 그지없다.
남북관계가 언제부터 스포츠경기처럼 되었나?
이건 모처럼 이룬 합의를 깨겠다는 소리로밖에 안 들린다.
도대체 보도문 어디에 사과와 재발방지라는 문구가 있나?
혹시 북한을 다시 자극해서 스스로 합의를 깨도록 유도하려는 또다른 심리전의 전주곡인가?
이번 보도문 내용이 '사과와 재발방지'로 해석이 된다 하면,
거꾸로 '인도적 차원에서의 유감표명'으로도 해석이 가능할 거다. 황병서 왈 "남쪽 젊은이가 다리를 잃었다는데 유감스러운 일입네다. 1차대전때는 전쟁하다가 쉬면서 참호에서 나와 술도 같이 마시곤 했다던데 앞길이 구만리같은 동포 청년을 위해 그런 말 한마디야 못해주갔시요? 그러니 좋게 말할 때 스피커나 날래 끄라우."
을지훈련하느라 미군이 대거 들어와 있는데 설마 이럴 때 북한이 치겠나 이런 유아적인 안이한 사고에 기반된 무책임한 언행들이 한반도에 가까스로 찾아 온 대화의 기회를 말아먹게 된다면... 그땐 정말 노답일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