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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대법원의 고장 난 저울은 누가 고치나]→△▷ 2017-03-14 19:3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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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의 고장 난 저울은 누가 고치나]

                                                                                                                 -나꼼수, 스트라디바리우스

 

저울이라는 기구가 있다. 저울은 BC 5000년 고대 이집트에서 발명하여 오늘날 현대인들이 무게를 측정할 때 요긴하게 쓰인다. 저울이 가장 요긴하게 쓰이는 곳은 아마도 화학 실험실이 아닐까 싶다. 화학 실험실에서는 발화하기 쉬운 시약들을 정확한 비율로 측정해서 혼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상충하여 폭발할 위험이 있다.

 

그 외에 저울은 음식을 조리할 때에도 쓰인다. 내가 아는 한 미식가는 음식을 조리하기 전에 저울부터 챙긴다. 그는 연구용 공책에 기재된 대로 두부는 몇 그램, 대파는 몇 그램, 멸치와 다시마, 새우 분말, 고추장, 조청, 맛술 몇 그램…… 이런 식으로 무게를 달아서 음식을 만든다. 그렇게 만든 음식은 맛이 기가 막히다.

 

나도 가끔 집에서 음식을 조리할 때가 있지만 재료와 양념 비율은 눈대중으로 한다. 때문에 어떨 땐 싱겁고, 어떨 땐 맵고, 어떨 땐 달달하는 등 맛이 들쭉날쭉하다. 그래서 기업체에서는 식품을 생산할 때 정확하게 무게를 달아 맛을 일정하게 유지한다. 즉, 음식 맛의 비결은 각각의 재료와 양념을 정확한 함량으로 균형을 맞추는 데 있다.

 

이와 같이 저울은 여러 부문에서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저울은 꼭 눈에 보이는 기구로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이제껏 살아온 경험으로 보면, 사람들은 저마다 고성능 저울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어떤 사람은 가슴 속에, 어떤 사람은 머릿속에 저울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저울을 사용하는 방법에 따라 결과가 천차만별 다르게 나타난다.

 

가슴 속에 저울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이익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저울을 타인과 물심양면을 공평하게 나누는 용도로 활용한다. 이를테면 자선단체나 봉사단체, 종교단체가 그런 경우에 속한다. 자선과 봉사는 가슴이 없는 사람은 결코 행할 수 없는 불가해성의 영역이다.

 

그리고 머릿속에 저울이 들어 있는 사람은 대개 이익에 민감하다. 이들은 저울을 오로지 자신의 이익을 계량하는 용도로만 활용한다. 예컨대 남녀가 맞선 자리에 나갈 때 머릿속에 챙겨가는 물건이 바로 저울이다. 이런 저울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배우자를 선택하는 것은 일생이 걸린 문제이므로 그나마 수용할 수 있다.

 

정작 수용할 수 없는 것은 자리보전을 도모하는 용도로 활용하는 저울이다. 이런 저울을 가진 사람은 본인에게 주어진 황금 같은 기회를 절대로 놓치는 법이 없다. 자리보전을 위해서라면 전자저울로 소수점까지 계량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이런 자를 우리는 보통 ‘기회주의자’라고 일컫는다.

 

2015년 7월 16일, 대법원이 고등법원에서 공직선거법 및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2심)을 깨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통상적으로 대법원은 형사사건을 원심법원으로 파기환송할 경우 유죄 또는 무죄 취지의 판단을 내려 보내곤 했다. 하지만 이번엔 아예 유죄와 무죄에 대한 판단을 파기환송심인 서울고법 재판부에 맡겼다. 이것은 대법원의 명백한 직무유기요, 책임 회피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425지논, 시큐리티 두 파일에는 출처나 기재 경위가 불분명한 트위터 글과 계정 등이 담겨 있고, 국정원 김 씨가 개인적으로 수집한 정보도 있다”며 “심리전단 업무 활동을 위해 통상적으로 작성되는 문서가 아닌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업무상 서류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원심은 잘못됐다”고 전원합의체로 의견수렴했다.

 

이런 대법원의 전원합의체에 국민은 격앙된 표정으로 돌직구를 날린다.

 

“그럼, 그 이메일은 누구 것인가요? 일반인이 사용하는 이메일인가요? 그건 일반인이 사용하는 이메일이 아닌, 국정원 직원이 사용하는 이메일입니다. 그리고 그 이메일에 첨부된 전자문서 2건(‘425지논’, ‘시큐리티’ 파일)은 국정원 직원이 작성한 것이구요. 따라서 국정원 직원이 ‘아니라고’ 발뺌할 수 있는 상황에서, 정황상 그 문서들을 국정원 직원이 작성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이것을 법정에서는 ‘정황증거’라고 하지 않나요?”

 

국민의 돌직구에 한 가지를 덧붙인다면 2심 재판부는 연속된 날짜들, 예컨대 주말과 공휴일 등 업무일이 아닌 날짜에는 작성되지 않는 등을 근거로 두 파일을 ‘업무상 통상문서’로 판단했다. 또 파일에 등장하는 내용들은 국정원 직원들이 사용한 것으로 확인된 트위터 계정이었다.

 

게다가 애초 검찰 조사에서 국정원 직원은 전자문서를 본인이 작성했다고 시인했다. 그랬다가 국정원 윗선과 입을 맞춰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한 사실이 있는데, 국정원 직원이 모르쇠로 일관한다고 그것을 사실로 받아들일 수 없다 하심은 다른 사건에서도 그러한 방식이 유효하다는 말인가? 그럼, 이제부터 법정에서 사용하는 모든 ‘정황증거’는 물기를 쫙 빼고 말려서 박물관에 전시하는 건가?

 

기사를 찾아보니까, 대법원이 정권의 손을 들어주고, 하급심의 전향적 판결을 깨며 기울어진 판결을 내린 것이 비단 이번뿐만이 아니었다. 대법원은 쌍용차 해고노동자 사건과 전교조 법외노조 소송, 과거사 등과 관련하여 재벌과 정권의 편에 서서 편파 판결을 자행했다.

 

나는 대법원의 사악한 ‘전원합의체’를 읽는 순간, ‘기회주의’라는 말이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터져 나왔다. 보통 대법원이 하급심의 내용을 엎으려면 그에 상응하는 반전, 그것도 상대방을 납득시킬 수 있는 절묘한 상당성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반전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 반전이 빠진 덕분에 나는 대법관들이 저마다 머릿속 저울로 ‘자리보전’을 계량했음을 알아차렸다.

 

이런 내 주장은 대통령이 대법관을 임명하는 상황에서, 대법관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유죄를 판단하면, 그것이 결국 박근혜 정권의 정통성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자신을 대법관으로 만들어준 박근혜를 배신하는 것이므로 그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파기환송을 선택했을 것이라는 구조와 개연성에 근거한다.

 

각설하고, 나는 웬만하면 이런 말은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좆같아서 하련다. 기실 우리 사회에서 자신이 판사라고 거들먹거리는 작자는 개념이 없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사회의 다원성 측면에서 직업을 고찰하면, 누구는 암기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누구는 기술을, 또 누구는 경영을, 그리고 나 같은 사람은 문학을 좋아한다. 그래서 누구는 기술자가 되고, 누구는 회사를 경영하고, 나 같은 사람은 문인이 된다. 그리고 암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육법전서를 달달달 외워서 판사가 된다.

 

다시 말해, 판사가 최고의 직업이라는 우월성을 확보하려면 전 국민이 사법고시에 응해야 한다. 그런 과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판사라는 직업이 최고라는 우월성을 확보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국민 각자의 기질이 다르고, 성향이 달라서 암기하는 것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다른 직업을 선택한다.

 

그러니까 판사라는 직업은 단지 암기만 잘하면 되는 것이다. 이 기능은 물질문명을 진화시키는 기술이나 부(富)를 창출하는 회사 경영, 고도의 창작 행위로 영혼을 어루만지는 문인과 비교해 그 가치가 초라하기 그지없다. 그런데 어찌된 것이 초라해야 할 판사라는 직업이 여타의 직업보다 우위를 점유한다. 그것은 말할 것도 없이 판사에게 부여된 ‘생사여탈권’ 때문이다.

 

그랬으면 판사는 자신의 목에 올가미를 걸고 재판에 임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올가미는 고사하고 자리보전하는 기회로 활용한다. 이들의 판결은 상식과도 일치하지 않고, 양심과도 일치하지 않으며, 정의와도 일치하지 않는다. 일치하는 것이라곤 오로지 자리보전뿐이다.

 

기실 나는 그동안 판사를 존경했다.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만큼 그들의 정직과 양심을 믿었다. 최소한 판사들은 심장이 저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국민도 거개가 나와 같은 생각일 것이다. 이처럼 사법부의 권위가 땅으로 추락한 것은 재판에 임하는 판사들이 책임감 없는 행동을 지속적으로 보여준 결과물이다.

 

대법원의 이번 전원합의체를 봐도 이것은 마치 13명의 대법관이 작당해서 2심 판사를 꾸짖는 것으로 읽힌다. 예컨대 1심에서 올라온 것을 2심이 그대로 받아 올리면 3심에서 간단할 텐데, 2심이 원세훈을 법정구속하는 바람에 일이 커지지 않았느냐는 꾸짖음 말이다.

 

결국, 대법원이 원세훈 사건을 파기환송한 것은 저울이 고장 난 탓이다. 고장 난 저울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고장 난 저울은 새것으로 교체하거나, 아니면 해체해서 고쳐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더운 날, 대법원의 고장 난 저울은 누가 고치나? 김현웅 법무부 장관이 고치나? 황교안 국무총리가 고치나? 아니면 청와대 미스 박이 고치나? 그도 아니면 국민이 고쳐야 하나?

 

아무리 난세에서는 기회주의자가 득세한다고는 하지만, 진실만큼은 변하지 않는다. 겉으로 굴러가는 모양으로만 보면 세상이 끝난 것 같지만, 그 사이에서 소규모 진실이 총탄처럼 쏟아지고, 대규모 일갈이 수류탄처럼 터진다.

 

1심에서 ‘지록위마’가 질주했다면, 2심에서는 ‘사필귀정’이 질주했다. 3심에서는 다시 ‘양두구육’을 내걸었고, 파기환송심에서는 다시 ‘사불범정’을 내걸기 바란다. 원세훈의 지시 아래 이루어진 댓글 부역이 대선에 영향을 미쳤는가, 그렇지 않은가는 더는 쟁점이 아니다. 요는 국정원 심리전단의 대선 댓글 부역이 사실이라는 것이 증명된 만큼, 고등법원은 고장 난 저울을 고쳐 파기환송심에서 원세훈을 2심대로 징역 3년으로 확정해 단죄해야 한다.

 

대법원의 고장 난 저울로는 그 어떤 사건도 정확하게 유?무죄를 계량할 수 없다. 오늘은 날씨가 좆과 보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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