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국정 운영이 집권 4년차를 맞아 총체적으로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진경준 검사장의 뇌물수수가 확인된 데 이어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도 처가 재산 처리에 의심스러운 대목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 밖에 우 수석은 정식 수임계를 내지 않은 채 법조비리로 구속된 홍만표 변호사와 함께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를 몰래 변론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박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고, 온갖 인사 검증을 담당해온 인물이라 그를 둘러싼 이런저런 의혹들이 작지 않은 충격을 준다.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도입을 둘러싼 의문과 논란은 해결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부총재로 파견됐던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의 석연찮은 사임과 뒤처리 과정에서 보인 정부의 무능은 목불인견이다. 국정 난맥상은 경계와 영역이 따로 없다. 정치는 물론 외교안보, 경제, 공직기강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비리를 척결하라고 권력을 위임받은 검찰의 고위 간부는 그 권한으로 사익을 취했다. 급기야 박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뒷받침해온 친박근혜계의 핵심 최경환·윤상현 의원의 비위까지 드러났다. 대통령의 뜻을 앞세우며 사정기관 정보까지 활용해 계파의 이익을 추구하는, 시민은 안중에 없는 오만한 행위가 백일하에 폭로됐다. 국정 현안과 위기 대응에는 무능하고, 당파 이익에만 밝고, 심지어 부패하기까지 한 정권의 민낯이 사방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 지지가 확고했던 지역에서조차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현안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신뢰를 잃는 것처럼 시민에게 불행한 일은 없다. 국정의 최고책임자인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 야당과 머리를 맞대고, 시민 앞에 직접 나서 진실을 밝히고 설득하면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 검찰이 우 수석 수사에 착수한 만큼 박 대통령은 우 수석을 즉각 경질해야 한다. 검찰과 국가정보원 등 권력기관을 정상화하는 대대적인 개혁도 필요하다. 계파를 따지지 않고 유능한 인사를 기용하는 쇄신 인사도 필수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전혀 그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청와대는 어제 “확인 안된 의혹 부풀리기는 사회갈등 조장”이라느니 “불순세력이 준동하는 데 빌미를 줘선 안된다” 등 초점 잃은 소리만 하고 있다. 지금 경기 침체에 시민의 삶이 어렵다. 그런데도 박근혜 정권은 국정 난맥이 어디에서 시작됐고 어떻게 풀어야 할지 종잡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속수무책인 정권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시민들이 요즘 불안감에 휩싸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