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출신이 각 부처의 장관자리를 맡으면 안되는 강력한 이유 중 하나가
이들 정치인은 각 분야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 및 상식, 그리고 특히 전문지식이 매우 부족하다는 점이다.
특히 국회의원들이 공석에서 이야기하는 각 분야에 대한 주장의 내용을 보면 그야말로 무식의 극치가 드러난다.
이번 국정교과서 논란에 대한 여당의원들 및 황우여 교육부 장관의 태도 역시 그러하다.
새누리당 의원들과 교육부 장관은 현행 역사 교과서 검정체제가 대한민국 역사의 좌편향의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교과서 검정 절차 및 그 특징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1. 교과서 검정기관 및 검정의 법적 성질과 절차 검토
교과서 검정은 교육부에서 위촉한 연구검정위원들이 주도하며, 이에 대한 실무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맡는다.
역사교과서의 경우 원래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검정업무를 주도하고 감수업무를 국사편찬위원회에서 맡았지만, 2011년 이후 국사편찬위원회에서 검정 및 감수업무를 모두 도맡아왔다.
그렇다면 교과서'검정'업무의 개념이 무엇인지를 살펴보기 위해서 교과서'검정'의 법적 성질을 검토해보아야 한다.
'검정'은 강학상 형성적 행정행위 중에서 '특허'에 해당한다.
즉, 민간 출판사가 제출한 교과서 제출본을 교과서로 활용할 수 있는 권리를 설정하는 행위인 것이다.
따라서 강학상 특허인 교과서 검정절차는 그만큼 까다로울 수 밖에 없다.
물론 새누리당과 교육부 장관은 이러한 검정절차가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즉, 검정기간이 너무 짧고,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교과서 검정체제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정절차에 문제가 있다면 그 절차를 보완할 생각을 하지 않고, 제도 자체를 폐지한다는 것은
세월호 참사 이후 해경 자체를 폐지하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싶다.
문제점이 발견되면 그 기관이나 제도 자체를 폐지해버리는 박근혜 정부에서나 나올법한 사고방식인것 같다.
그리고 더욱 웃긴것은..
지금까지 역사교과서 검정업무를 도맡아왔던 국사편찬위원회가 이번에는 국정교과서 편찬업무를 맡는다는 것이다.
현행 검정체제가 역사교과서 좌편향의 원인이라고 한다면,
좌편향된 역사교과서를 검정하여 허가해주는 국사편찬위원회에도 문제가 있지 않은가?
게다가 현행 제도에서는 민간 출판사에 의해 쓰여진 교과서 내용에 문제가 있을 시, 그 내용을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수정 및 보완요구를 할 때 출판사가 이에 따르지 않으면 교과서 검정처분을 취소할 수 있게 되어있다.
그렇다면 현행 검정체제에서도 검정절차를 개선하여 충분히 심하게 좌편향된 역사교과서를 수정하고 보완하여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현행 검정체제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굳이 교과서 국정화라는 극단적인 조치를 취할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2. 역사교과서 국정체제에서 교과서 편찬의 투명성 확보 문제
현행 교과서 검정체제에서는 민간 출판사에서 제출한 교과서 제출본을 국사편찬위원회에서 검정하면서 저절로
교과서 편찬의 투명성이 확보될 수 있다. 따라서 출판사의 이념과 국사편찬위원회의 이념이 충돌될 시, 교과서 편찬과정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국민의 알 권리를 자동으로 충족시키게 된다.
그러나 역사교과서를 국정화하면 이러한 투명성 확보는 어렵게 된다.
국사편찬위원회에서 내부적으로 편찬하여 발간하면 끝이기 때문에 편찬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국정화 이후에는 보다 검증된 역사전문가가 직접 교과서를 편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어떠한 전문가가 어떠한 방식으로 교과서를 집필할 지는 국민이 알 수 없으며, 오직 정부만 알 수 있게된다.
즉, 현행 검정체제에서는 누가 집필하든 간에 위원회의 통과절차를 필요로 하기에 교과서 집필자의 성향 및 방식이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게되지만, 국정체제에서는 집필=교과서 통과가 되므로 집필자의 성향 및 방식이 매우 중요할 수 밖에 없다.
3. 선진국의 교과서 운행체제와는 맞지 않는 퇴보적 정책
이는 언론에도 많이 알려려 있고 대다수 국민이 알고있는 부분이다.
참고로 손석희와 염동열 새누리당 의원과의 대화는 너무도 유명한 케이스인데, 러시아/베트남/특히 북한을 선진국으로 보는 새누리당 의원의 사고방식이 참으로 궁금할 뿐이다.
4. 역사 국정교과서의 중립성 문제
새누리당과 교육부 장관은 역사교과서 국정체제로 전환시 현행 검정체제에서의 이념적 편향성을 해소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이는 매우 오만하고 불손한 생각이라고 본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권이라는 것은 선거에 의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데, 그렇다면 저들의 국정교과서 중립성 관련 발언은 자기들 입맛에 맞는 교과서가 영원할 것이라는 의미이며, 이는 곧 새누리당 정권이 영원할 것이라는 오만한 생각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만약 정권이 주기적으로 바뀐다면, 역사 국정교과서 역시 주기적으로 각 정권의 입맛에 맞게 바뀔 것이며, 따라서 국정교과서 체제는 오히려 검정체제보다 더욱 혼란스럽고 중립적이지 못할 수 있는 위험을 내재하고 있게 된다.
이러한 상식적인 부분을 부정하고 국정교과서가 중립적이라는 새누리당의 주장은 자신들의 정권이 대한민국에서 영원할 것이라는 오만하고 불손한 생각에 그 기저가 깔려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5. 독재 정권에 대한 비판 및 진보 정권에 대한 좋은 평가 = 종북?
교육부 장관 및 그 실무자, 그리고 새누리당에서는 좌편향된 교과서가 종북적이고 친북적이라는 표현을 쓴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국사편찬위원회 검정위원들이 제정신이 아니고서야 북한을 찬양하고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교과서를 허가했을까?
즉, 저들이 말하는 좌편향된 교과서의 종북 문제란 이런 것이다.
이승만 및 박정희 정부의 치적을 폄하하고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좋게 평가하면 곧 종북인 것이다.
이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싶다.
물론 중립성을 지켜야 하는 교과서가 특정 진영의 정권을 지나치게 폄하하고 반대 진영의 정권만을 지나치게 찬양하면 그것은 문제가 된다. 이에 대한 지적은 옳다고 보며, 이러한 좌편향적 특징은 비판의 대상이 된다.
그런데..
이러한 좌편향적 특징이 곧 종북이라는 논리는 대체 어디서 나올까 싶다.
이는 새누리당에서 자신들의 의견에 반하면 종북몰이를 하는 악습과 무엇이 다를까?
좌편향된 교과서에 대한 비판은 그 이념적 편향성 자체를 문제삼아야지 이를 종북 및 친북과 연결시키는것은
말도 안되는 논리라고 본다.
6. 결 론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역사교과서 국정화 전환정책은 그 시행근거부터 문제가 있을 뿐더러, 정책 시행 이후에는 더더욱 역사교육에 혼란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물론 현행 교과서 검정체제 역시 문제가 없는게 아니다. 문제가 많은건 사실이다.
그러나 검정절차에 문제가 있다면 이를 보완하고 개선할 생각은 하지않고, 해당 제도 자체를 폐지하고 국정화라는 극단적인 정책으로 전환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어째서 새누리당과 교육부는 현행 검정체제에 문제가 있다하여 검정과 국정 중에서 문제가 더 많은 체제가 무엇인가를 고려하지 않고 바로 국정화 주장을 하는 것인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차후에 정권이 바뀌고 나서 역사 국정교과서가 또다시 개편되면, 새누리당이 그때 가서는 국정체제가 바람직하지 않고 검정체제로 다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인가..
보수정권 10년동안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점점 퇴보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