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를 평소엔 들여다보지도 않지만, 네이버 대문에 걸린 '오늘은 와인데이'라는 제목 때문에 관련 기사를 검색해 봤습니다. 그랬더니 동아일보 기사가 걸리더군요. 뭐, 크게 해 될 내용은 아니니 기사를 한번 보고 지나가지요.
[In&Out]10월14일 ‘와인데이’ 탄생의 진짜 비밀은?
10월 14일은 ‘와인데이’. 와인데이가 뜬금없다는 분들이 많으시겠지만 와인업계는 ‘밸런타인데이’(2월 14일), ‘화이트데이’(3월 14일)에 이어 연인들의 3대 기념일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밸런타인데이는 3세기 젊은 병사의 결혼을 주선하다 순교한 사제 밸런타인에서 유래했다지요. 하지만 이날 초콜릿을 선물하는 풍습은 1970년대 미국의 유명 초콜릿업체가 부추기면서 세계로 퍼져나갔습니다.
와인데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유럽에선 포도 수확철인 10, 11월에 지역별로 축제를 엽니다. 한국의 와인데이는 ‘14일 데이’ 마케팅과 관련이 있습니다.
1월 14일은 다이어리데이(다이어리 선물하는 날), 4월 블랙데이(솔로들끼리 자장면 먹는 날), 5월 로즈데이(장미를 주는 날), 6월 키스데이(연인이 키스하는 날), 7월 실버데이(은반지를 주며 미래를 약속하는 날), 8월 뮤직데이(나이트클럽에서 춤추는 날), 9월 포토데이(기념사진 찍는 날), 10월 와인데이(와인 마시는 날), 11월 무비데이(야한 영화를 손만 꼭 잡고 같이 보는 날), 12월 머니데이(남자가 여자를 위해 돈을 팍팍 쓰는 날).
1990년대 후반부터 ‘와인데이’가 젊은이들 사이에 떠돌았지만 올해는 와인의 인기와 맞물려 더 유행하고 있습니다.
아영주산은 13∼15일 화이트와인 ‘빌라 모스카텔’을 사면 파운드케이크를 줍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17일까지 고객이 사진과 문구를 가져오면 원하는 디자인으로 라벨을 제작해 와인에 붙여주는 ‘세상에 하나뿐인 와인 만들기’ 행사를 연답니다.
와인데이를 비롯한 많은 기념일들이 업계의 상술이라는 지적이 많지만 뜻 깊은 추억을 만들려는 신세대 커플의 자구책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정재윤기자 jaeyuna@donga.com
이리저리 따져봐도 아마 와인업계에서 광고비라도 들어오지 않았는가 싶기는 합니다만 제가 단정할 수는 없는 일이고, 아니면 혹시 동아일보에서 수익사업으로 와인 사업이라도 하나? 라는 갸우뚱함을, 적어도 제겐 갖게 만든 기사였습니다만, 우선 미국에 살고 있는 저로서는 '와인 데이'같은 풍습은 본 적도 없고, 하긴 미국은 유럽국가들만큼 와인을 소비하는 국가는 아니니 제가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유럽에 그런 날이 있다더라'는 이야길 들어본적은 없습니다. 단 보졸레 지역에서 가메이 포도를 수확한 후 이른바 탄화 마세라시용 방식의 통발효를 거쳐 만든 새 와인인 보졸레 누보가 발매되는 때만은 와인에 관한 축하를 하지요. 11월의 세째 주 목요일입니다.
그리고 와인 마케팅은 아무래도 한국과는 다른 방식으로 합니다. 와인의 소비가 맥주보다 훨씬 적다고는 하지만, 중저가 와인은 매주 품목을 약간씩 바꿔가며 늘 세일하는 것들이 있고 그런 것들을 찾아 마시는 재미도 있지요. 물론 새 와인을 릴리즈 할 때 하는 축제들이 있지만, 그건 와인 산지에서 하는 축제들로 인식돼 있습니다. 그러니 저는 기사를 보면서 조금 갸우뚱한거지요.
사실 업계가 만들어 낸 상술의 일환으로 만들어 낸 이런 기념일들은 귀엽기조차 합니다. 일단은 그 속이 빤하고, 그 업계도 어떤 식으로든 살아야 할 테니까요. 과거같으면 어느정도 '바람'이 불었던 와인이라는 술이 지금은 솔직히 이곳에서도 침체 상황입니다. 그리고 와인이 누렸던 인기를 크래프트 비어가 차지하고 있는 것도 미국이나 한국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와인의 소비 증가의 뒤엔 주식과 부동산으로 벌어들인 불로 소득의 힘이 있었습니다. 미국에서조차도. 그러나 지금은 그런 거품 경제를 통한 불로소득을 과거의 주식 호황기때처럼 누릴 수 없을 겁니다. 당연히 와인의 소비 진작 방법도 딱히 찾기 어려운 상황이고, 결국 문 닫는 와이너리들이 생기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니 이해는 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이런 것들은 업계들이 어떻게든 아이디어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매달 있는 '무슨 무슨 데이'라는 것이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고, 결국은 장삿속이라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고.
문제는 이렇게 업계가 나서는 것이 아니라 언론이 나서고, 아예 정부가 먼저 나서서 이런 행사들을 만들어내는 겁니다. 얼마전에 한국의 '블랙 프라이데이'행사를 연다고 하는 뉴스를 들으며 머리가 멍해지는 감정을 느꼈었습니다. 자본주의는 결국 '바람직한 시장'이 있어야 하고, 그 시장에서 소비를 담당하는 '소비자'가 있어야 굴러가는 겁니다. 그러나 한국의 시장은? 그리고 한국의 소비자는? 최저임금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팍팍하고 고단한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직접세 뜯고, 담배값 올려 간접세 뜯고, 그러면서도 이런 식의 행사로 혹하게 만들어서 없어서 못 쓰는 사람들의 주머니를 탈탈 털어가보자고 해 보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국가가 나서서 블랙 프라이데이 같은 행사를 만들겠다는 것, 어떻게 보면 이건 계획경제같은 느낌마저도 듭니다만. 세일까지 시장이 아닌 나라가 관여하시겠다는 것, 그리고 나라가 무조건 기업 편을 들고 있다는 것, 자본주의가 아니라 사회주의 식 아닙니까? 심하게 말하자면 남한이나 북한이나 비슷한 경제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하긴 교과서 문제만 해도 저렇게 북한처럼 국정교과서를 만들겠다고 하는 걸 보면 진짜 종북은 늘 적대적 공존을 통해 삶을 도모하는 극우 친일부역세력이다 싶기도 하고.
시애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