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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정의당의 원죄와 숙제▼◇ 2017-05-22 05:3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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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 한 번 할 때마다 심상정이 문재인의 편을 들어주느냐 문재인을 공격하느냐가 화제가 되고, 심상정의 유세 연설 중 문재인을 비판하는 대목이 보도되면 댓글에 한바탕 난리가 나는 게 연일 반복됩니다. 급기야 안철수 저격수로 나선 지난 TV 토론 이후 지지율이 급등하는 모양새로 갑니다.


당연히 정의당은 민주당을 공격할 수 있습니다. 특히 지지기반이 겹치는 구석이 많으므로 정의당이 누군가의 표심을 공략한다면 그건 당연히 민주당 지지자입니다. 정의당이 자유당 지지자에게 표를 구하는 게 쉽겠습니까, 민주당 지지자에게 표를 구하는 게 쉽겠습니까. 당연히 후자입니다. 그러려면 민주당이 잘못하는 것, 문재인의 약점도 이야기하면서 지지를 바꾸도록 하는 게 당연한 전략이지요.


하지만 그런 "당연한" 일을 하면 마치 매국노라도 된 것처럼 욕을 먹습니다. 어떻게 심상정까지 문재인을 공격하느냐고 욕을 먹습니다. 이것은 다수의 유권자, 특히 민주당 지지성향의 젊은 유권자들에게는 "정의당도 우리 편"이라는 암묵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편이 나한테 총질하네? 그러면 "배신감"이 들기 마련이지요. 홍준표가 문재인한테 거짓으로 공격하면 "저 XX는 원래 저래"하고 말지만 심상정이 문재인한테 팩트로 공격하면 "어떻게 당신까지 그럴 수 있어"라며 더 불쾌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그것입니다.


그런데 정의당은 이런 현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들의 원죄가 있기 때문입니다. 심상정은 참여정부의 경제정책, 특히 재벌개혁 등에 있어서 문제가 많다고 문재인을 공격합니다. 그런데 당시 심상정도 민노당 소속 국회의원이었으니 똑똑히 보았을 겁니다. 뭐 하나 개혁하자고 하면 한나라당이 드러눕고 장외에 나가 불법집회 열고 민생법안은 다 내팽개치고 수구언론은 왜곡 보도로 반칙이나 해대던 것을 말입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민노당 역시 당시 참여정부를 돕지 않았습니다. 물론 참여정부의 여러 정책 중 민노당의 성향에 맞지 않는 이라크 파병이나 한미FTA 등을 마냥 찬성할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한 번만 더 생각했다면 달리 결정할 여지가 많았습니다.


가령, 한미FTA의 경우 어차피 참여정부가 손 떼도 차기 정권(당시 참여정부의 지지율이 낮아 한나라당으로 정권이 넘어갈 확률이 높던 시기)이 협상할 것이 뻔하고, 수구정권이 굴종적으로 퍼주느니 차라리 먼저 협상을 시작해 국익을 관철하자는 것이 참여정부의 속내였지요. 그래서 협상 테이블에서 미국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양보를 받아냈고, 덕분에 협상이 끝난 뒤 미국 의회에서 비준을 거부하는 지경에 이릅니다. 게다가 개성공단 제품을 미국에서 한국산으로 인정해 자유롭게 수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북한이 합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준 것이기에 핵폐기 등 남북문제를 해결할 히든카드로 극찬을 받았습니다. 당시 FTA 협상 테이블에서 (주로 복지,의약 분야였으나) 맹활약했던 전직 장관께서 지금 정의당 당원으로 있으니 심상정도 이를 부인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대부분 이런 식입니다. 그냥 표면적으로 보면 진보정당이 찬성하기 어려운 것이지만 당시 상황과 그 진의를 미루어보면 수구세력의 양보를 뜯어내고 최대한의 장치를 만든 결과물이었거든요. 그런데도 앞뒤 가리지 않고 무조건 반대만 하면서, 결과적으로 수구세력과 진보세력 모두에게 공격을 받아 참여정부가 아무런 동력도 가질 수 없게 한 것에 대해 진보정당은 분명한 원죄를 갖고 있습니다. 심상정 역시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으로서 그 원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만약 심상정이 참여정부의 재벌개혁이 미진했노라 미판하려면, 개혁하고 싶어도 개혁하지 못하게 반칙과 생떼로 막았던 놈들이 바로 옆에 있는데 그들에게 먼저 일갈해야 정상이겠지요. 그런데 그들을 건너뛰고 문재인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뭐라 하니 당연히 문재인 지지자는 "배신감"을 느끼는 게 인지상정입니다. 정의당 지지자는 민주당이 자기들을 무슨 2중대 대하듯 한다고 불쾌해할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원죄를 먼저 반성하고 다음에는 그런 반목이 없도록 서로 손을 잡을 수 있는 지점을 찾아가는 것이 우선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런 말을 하는 저 역시 늘 선거에서 비례대표는 진보정당을 찍어온 정의당의 잠재적 지지자입니다.)


사실 정의당이 걱정할 것은 선거 이후입니다. 문재인이 당선된다 칩시다. 그러나 민주당은 과반정당이 아닙니다. 3당 후보 단일화를 이야기하는 자유당-국민의당-바른당을 합치면 과반이 됩니다. 민주당은 집권 후 뭔가를 하려고 해도 국회에서 발목이 잡히게 될 확률이 높습니다. 마치 참여정부가 그러했듯 말입니다. 그러면 민주당의 입장에서는 국민의당을 어떻게든 포섭할 수밖에 없는 입장, 결국 정책에 있어 많이 양보하게 되겠지요. 마치 참여정부가 그러했듯 말입니다.


이 때 정의당의 시선에서 본다면 문재인 정권 또한 적폐와 뭐가 다르냐는 말을 하게 될 순간이 올지도 모릅니다. 그 때 민노당이 그러했듯 앞뒤 가리지 않고 물어뜯고 반대만 할 것이냐, 이번에는 민주당이 우클릭하지 못하도록 국민을 설득해 여론의 힘을 모아 국민의당을 함께 압박해줄 것이냐, 그것이 정의당이 가진 숙제입니다. 정의당이 원하는 세상은 한 순간에 찾아오지 않습니다. 몇 단계 거쳐야 합니다. 그 몇 단계를 거치는 동안 정의당의 시선으로 보기에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단계를 지나가야 할 수도 있습니다. 먼 길을 바라보고 그것을 감내하고 협조한다면 세상은 점차 바뀌겠지요. 그것이 정의당이 가진 숙제입니다. 민노당의 실패를 되풀이하고 싶지 않다면 말입니다.


그나마 지금 민주당이 나은 것은 당내에서 분탕질하기 좋아하고 패권에만 관심있는 사람들은 알아서 나가줬다는 겁니다. 그나마 지금 정의당이 나은 것도 당내에서 민족주의 노선에 함몰되어 종북으로 공격받게 만드는 사람들과는 갈라섰다는 겁니다. 분명 열린우리당-민노당 시절보다는 지금 민주당-정의당의 얼굴들이 더 나아졌습니다. 부디 서로 협력하고 때로는 양보하면서 먼 미래를 바라보기를 바랍니다. 물론 이것은 문재인이 당선된다는 전제이므로 그 전제가 깨지면 아무 소용 없습니다. 심상정 역시 그 전제를 흔들고 싶지는 않을 것이라 믿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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