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댐, 백제보 그리고 가뭄 이야기
----------------------------- 양운진
“40년만의 가뭄으로 충남 보령댐의 저수율이 22%까지 떨어졌습니다. 그러나 인근에 있는 금강 하류의 백제보에는 물이 가득 차있습니다. 그래서 백제보의 물을 보령댐으로 넘겨주는 사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두 곳을 잇는 40번 국도를 따라 21km 길이의 수로를 매설하는방식입니다. 소요되는 예산은 6백여 억 원입니다.“
위의 글은 요즘 뉴스에 자주 나오는 말입니다. 정부는 앞으로 의 가뭄에 대비하여 4대강의 보에 가득 차 있는 물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한다고 합니다.
얼른 들으면 “4대강에 보가 없었으면 어쩔 뻔 했는가, 보가 있어서 참으로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제 생각은 다릅니다. 우선 보령댐으로 물을 보내는 취수장이 금강 어디에 있는지, 그림을 봅니다. 금강 어디에서 취수할까요? 지도에서 보듯이 취수점은 정부 발표와는 다르게 백제보가 아니라 백제보 하류 9.3km지점입니다. 그게 무슨 문제가 되는냐고요?
현재 백제보에는 물이 차 있습니다. 물이 차 있는 보는 상류에서 물이 들어오는 만큼 하류로 흘려보냅니다. 보가 하는 일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있으나 마나입니다. 만일 극심한 가뭄이 들어 보의 상류에서 들어오는 물이 없어도 하류로 물을 보낼 수 있을 때, 보의 기능이 있는 것입니다. 그런 보는 얼마 후 마르게 되고 강바닥도 마릅니다. 그런 상황에서 만일 보가 없었다면 강은 더 빨리 마르겠지요. 그러나 우리나라 역사가 기록된 이래 4대강 하류에 물이 말랐던 적은 없습니다.
옛날에는 사람들이 물을 많이 쓰지 않았기에 물이 마를 리가 없었겠지요. 그러나 요즘은 농업용수, 공업용수, 생활용수 등 많은 물을 씁니다. 강과 멀리 떨어진 비닐하우스에서 쓰는 지하수도 결국은 강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므로, 강바닥에 물 마른 일이 없었다는 것은 우리 국민이 물을 쓸 수 있을 만큼 쓰고도 남았다는 얘기입니다.
지금 백제보 하류에 흐르는 물은 물론 백제보에서 흘러나오는 물이지만, 그 물은 백제보가 만들어 낸 물이 아니라 백제보가 없었더라도 흐를 물이며, 백제보 덕으로 흐르는 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다음은 도수로의 문제입니다. 도수로 예산은 21km에 600억 이상입니다. 대략 1m에 300백 만 원이 드는 샘입니다. 그 돈을 들여 도수로를 만들면 물이 저절로 흘러갈까요? 도수로의 물은 해발 160m인 ‘지티재’를 넘어가야 합니다. 엄청난 비용이 드는 일입니다.
그럼 도수로를 만들면 얼마나 사용하게 될까요? 금년의 가뭄은 40년만의 가뭄입니다. 내년에 이보다 더한 가뭄이 올 수도 있지만, 확률적으로는 수 십 년에 한 번 있을 가뭄입니다. 따라서 이 도수로도 수 십 년간 쉬었다가 다시 쓸 필요가 생깁니다. 수 십 년 후에 이 도수로를 다시 쓸 수 있을까요? 저는 이 도수로가 내년 3월부터 6월 장마 전까지 쓰고, 그 다음은 못쓰게 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만일 이 도수로가 일회용이라면, 그 600억의 예산으로 전국의 물차를 동원해서 물을 공급할 수는 없을까요?
만일 도수로를 계속해서 쓸 일이 생긴다면 또 다른 문제가 생깁니다. 수돗물을 만드는 취수장의 상류는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하여 여러 가지 개발 행위를 제한해야 합니다. 그러나 보령댐 도수로 취수장 상류에는 부여읍이라는 제법 큰 도시가 있습니다. 부여읍을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것은 어렵겠지요?
정부에서는 보령댐의 예를 모범삼아 전국 4대강 보의 물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한다 합니다. 그러나 보령댐 도수로의 예에서 보듯이 ? 강 하류의 물은 산에 있는 댐으로 기어오르지 못하고, ? 그렇게 만든 도수로는 일회용일 가능성이 크며, ? 그런 도수로의 취수장 상류에는 새로운 ‘상수원보호구역’을 지정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또한 이 모든 것은 4대강 보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끝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