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황교안 총리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 고시'로 인해 온 나라가 시끄럽다. 야당과 진보 혹은 좌파들은 국정교과서를 반드시 저지해야할 악으로 규정하지만, 진정한 불의는 이 사회 구성원 모두였다.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약한 사람을 괴롭히고 짓밟는 행동은 사회적으로 비난받아야 할 비도덕적 행위'라고 아무리 가르친다 해도, 교실을 벗어나 현실 사회에서 그런 악행을 저지르는 사람이 대접받고 성공한다면 과연 학생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교육을 바라보는 시점을 옮겨야 그 사회의 진실이 드러난다. 과학에서 가르치는 중력은 교과서 밖에서도 확실히 존재한다.
해방이후 한국의 역사교과서에서 친일은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경제 발전을 위한 최선의 행동이었다고 칭찬했기에 이 사회의 친일파들이 기득권을 유지하고 사회지도층으로 존경받으며 살아왔는가? 또한 기존 교과서에서 독립운동가들은 아무 의미없는 뻘짓을 해서 국가질서를 어지럽혔던 범죄자들이라고 교육했기에 독립운동가들과 그 후손들이 이 한국에서 거지처럼 살아왔는가 말이다.
역사는 인류사회의 최소한의 정의를 향한 구성원들의 깊은 고뇌와 철저한 반성, 그리고 행동이 필요한 만만치 않은 대상이다. 그저 우리 선조만 지혜롭고, 김치가 세계 최고의 식품이며, 오래전에는 만주도 우리땅이었다고 흐뭇해하는 초등학생의 자랑질이 역사가 아니다.
20세기 최대의 악행이라 불릴만한 히틀러도 독일 국민의 굳건한 지지속에 권력을 위임받았을 따름이지, 그 혼자 저지른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후손인 독일인들은 독일의 잘못이라 사죄하고 용서를 구하지 히틀러 때문이었다고 죄를 뒤집어 씌우지는 않는다. 다음은 메르켈 독일 총리의 얼마전 사죄 발언이다. '나의 조국이지만 나는 이 나라가 부끄럽다' 그리곤 독일 국기를 치웠다. 또 나치의 유대인 수용소를 방문해, '독일은 이 범죄에 대해 영원한 책임이 있다'고 용서를 구하기도 했다. 독일인들에게 '히틀러때문에 미안하다'따위의 역사는 없다.
국정교과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혼자만의 작품이 아니라 해방이후 역사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던 한국인 전체, 곧 우리의 치부였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새누리당 추진 논리 중의 하나가 자학사관의 개선이라 한다. 그들의 논리라면 독일이 부끄럽다는 독일의 총리 메르켈은 정신병 치료를 요하는 메조키스트 일 것이다. 자학사관이 틀렸다는 주장의 뒤에는 한국의 경제 발전이 있다. 물론 발전했다. 하지만 우리 부모 세대가 개처럼 일했던 7~80년대 까지 자랑 할 순 없을테고, 그 과실 따먹은 지가 IMF빼고나면 20년도 안된다. 가까운 미래에 국정교과서를 보며 망해가는 이 나라를 연구하게 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역사교과서만 가지고 본다면 '역사를 해석하는 시각을 획일화시켜 다양성을 짓밟는다'는 도올 선생님의 말씀이 옳고, 그 역사가 왜 필요한지 따로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아프게 되물어 봐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