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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삼성전자에게 보내는 편지 (갤노트7 사태)▣◎▽ 2017-02-10 22: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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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일, 갤럭시 노트7이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지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최고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나왔다고 여겼지만, 알고 보니 최고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폭탄이었다. 관련 기사와 분석은 이미 많이 나왔다. 왜 문제가 생겼는지부터 시작해 앞으로 삼성 전자가 어떻게 될 것인지까지. 조롱 가득한 패러디는 차마 셀 수가 없을 정도다.

이런 논란을 지켜보는 심정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이렇게 된다.


대체, 뭘 어쨌기에 한방에 이 모양이 되냐?


왜 갤럭시 노트7이 폭발했는지, 아무도 모른다

위기 지능(Risk Intelligence)를 쓴 데이비드 아프가는 자신의 책에서 리스크를 두 가지 종류로 나눈다. 하나는 예상 불가능한 랜덤 리스크이고, 다른 하나는 예측/학습 가능한 비랜덤 리스크다. 스마트 기기 발화는 어디에 속할까?

이제까지 전자 기기 발화는, 특히 배터리 발화는 여러 번 일어났다. 따라서 예측 가능한 비랜덤 리스크에 속한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 배터리를 개발하는 업체들은 제품 안정성을 위해, 상당히 강도 높은 테스트를 진행한다.

갤럭시노트7 발화 사건에서 많은 사람들이 놀랐던 이유도 거기에 있다. 아니, SW는 몰라도 하드웨어 품질만큼은 보장하던 삼성에서 만든 제품에서 이런 일이? 분명히 안정성 테스트를 거쳐서 출시되었을 텐데,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게다가 왜 이렇게 폭발했는지 아무도 모른다. 처음에는 배터리가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받았지만, 배터리를 교체한 제품도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 삼성 엔지니어들은 왜 이런 폭발이 일어났는지 재현에 실패했다고 한다. 결국 원인은 아직까지 오리무중이다. 결과는 있는데 원인은 모른다. 여러 가지로 짐작만 할 뿐.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것이 아니다.



갤럭노트7 발화를 막는 가장 좋은 충전법은 물에 넣고 충전하는 것이란 농담까지 있었다.
누가 갤럭시 노트7을 관짝에 집어 넣었는가

아쉽지만, 삼성전자는 분명히 지금과 같은 결과를 피할 기회가 있었다. 바로 첫 번째 발화 사태가 진행되고, 갤럭시 노트7 리콜을 결정했을 때였다. 문제가 있다면, 고치면 된다. 하지만 뉴욕 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문제가 왜 생겼는 지를 내부적으로 밝히지 못했다. 그렇다면 문제를 확인하는 시간이 더 필요했다는 말인데, 그냥 배터리 문제로 돌려버렸다.

... 추락은 여기에서 시작됐다.

왜 그렇게 됐는지는 모른다. 삼성 전자의 조직 문화 탓일 수도 있고, 누군가가 빨리 원인을 밝히라고 압박을 가한 탓에 그렇게 된 것일 수도 있다. 오래된 농담이지만, 토끼를 잡는 가장 빠른 방법은 뭐가 됐든 자신이 토끼라고 자백하게 만드는 것 아니겠는가.



이유는 모르지만, 왜 그런 압박이 갔는 지는 짐작할 만하다. 탐욕과 공포라고 해야 할까. 하루빨리 스마트폰을 다시 팔아야 한다는 욕심과, 이 문제를 빨리 덮고 넘어가고 싶은 욕심과, 혹시라도 잘못되면 어쩌나-하는 공포심. 어쩌면 하찮게 여겼을 수도 있다. 별문제가 아닌데 세상이 오해하고 있다고.

...결국 그 탐욕과 공포가 갤럭시 노트7을 관짝에 집어넣었다.

까놓고 말해 미국 소비자 제품 안전 위원회(CPSC)와 미국 통신사들이 대응하지 않았다면, 발화가 한국에서만 일어났다면, 리콜을 했을까? 단종을 했을까?~했다면에 대한 대답은 당신에게 맡기겠다. 아무튼 이것도, 진짜 문제는 아니니까.





진짜 문제, 고객이 삼성 전자를 떠나기 시작했다

그럼 진짜 문제는? 그동안 삼성 전자를 신뢰하던 고객들이 삼성을 떠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것처럼, 쌓기는 어려워도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인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하지만 삼성 전자는 이번 갤럭시 노트7 예판부터 단종에 이르기까지, 정말 고객을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 했다.

1차 리콜 발표는 정말 순식간에 이뤄졌다. 한국에서 발화 소식이 올라왔을 때는 블랙 컨슈머인 양 몰고 가더니, 미국 기관과 언론이 움직이자 정말 발 빠르게,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면서 리콜을 발표했다. 뭐, 나쁘지 않았다. 위기관리의 첫 번째는 이슈를 선점하는 것이니까.

하지만 정말 미안하다면, 그 마음을 전해야 하는 곳은 언론이 아니라 고객이다. 1차 때는 발 빠른 반응에 손뼉 치던 많은 고객들도, 2차 리콜부터는 단단히 화가 나기 시작했다. 전하려는 마음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이는 것은 그래도 삼성 제품 계속 써라-는 자신들의 욕심뿐.

수많은 사람들이 그저 새로 나온 폰이 좋다기에 샀을 뿐인데, 그 때문에 겪지 않아도 될 불편함과 불안을 잔뜩 겪었다. 그런데 갤럭시 노트7 단종(?) 공지에서 나온 말은 고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이같이 결정했다. 불편을 끼쳐서 미안하다라는 말뿐이다. 삼성전자가 몇 조씩 엄청나게 손해 보는 피해자 코스프레는 덤이다. 하지만 진짜, 이 말은 하고 넘어가자.


잘못은 삼성전자, 당신들이 했다

물에 빠진 갤럭시 노트7은 안전하다지만...




삼성전자, 진짜 위기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많은 사람들은 갤럭시 노트를 사랑한다. 이건 농담이 아니다. 아이폰만큼은 아니고, 실제 판매 규모도 갤럭시s 시리즈에 비해 많이 작지만, 갤럭시 노트는 단단히 뭉친 마니아층을 갖고 있다. 그 사람들에게 우리가 잘못 만들었으니 환불하든 다른 삼성폰/타회사 스마트폰으로 얼른 바꿔 쓰라-라고 말하는 것은, 그들의 애정에 대한 모독이다.

삼성은 갤럭시노트7 구입자들이 행여 다른 회사 스마트폰으로 갈아탈까 봐 전전긍긍하는 것 같지만, 그 생각부터가 잘못됐다. 12월이 됐든 내년 3월이 됐든 더 나은 제품을 만들 테니 기다려 달라, 잠시 불편하더라도 다른 폰을 쓰고 있으며, 그때 그 제품을 당신 손에 쥐여주겠다, 당신들의 애정을 결코 배신하지 않겠다-가 삼성 전자가 내놔야 할 해답이다.
s7에 노트7인기색상이였던 블루코랄을 입혀서 판매를 한다고?
고객들이 전부 닭대가리로, 호구로 보는 그 자체가 삼성은 틀려먹었다.

문제가 생긴 과정을 투명하게 밝혀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지금 분위기라면 왜 문제가 생겼는지를 밝히는 것은 슬쩍 접고,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의 관심도 식을 것이라 생각하며 넘어가거나, 내부 감사 정도로 마무리할 욕심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래선 절대 안 된다. 왜 소비자가 이런 불편을 겪게 됐는지는 알아야, 그걸 삼성이 파악해서 해결책을 찾았다는 것을 알아야, 최소한 다음 폰도 믿고 쓸 수 있지 않겠는가. 안 그런다면, 다음 삼성 스마트폰은 출시 되자마자 &폭발 테스트 먼저 거쳐야 할 것이다.





사건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라고 믿는다. 이런 결과가 나오게 된 원인을 알 수 없다면, 앞으론 어떤 새로 나올 삼성 스마트폰도 일단은 삐딱한 눈으로 쳐다볼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은 기업 브랜드 이미지 전체에 영향을 끼치는 제품이다.

그런 의미에서, 진짜 위기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이 사건을 이런 식으로 마무리하려고 한다면, 고객들의 마음은 당연히, 브랜드 이미지는 덤으로 모두 잃을 것이다. 당장 망하지는 않겠지만, 천천히 무너진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부정의 피드백은 그만큼 무섭다.

스마트폰 하나 더 파는 것에 연연할 때가, 자신들이 얼마나 손해보는 지에 대해 연연할 때가 아니다. 부디 이 사건을 잘 마무리해서, 부정적 티핑 포인트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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