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스틸러 Scene Stealer. 요즘 많이 쓰는 말이지요. 빛나야 할 주연보다 오히려 돋보이는 조연 정도? 보통은 긍정적으로 쓰이는 단어지만 때로 이건 매우 부정적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세월호 청문회가 시작되었고, 이 당시의 해경의 무능, 그리고 위증에 대해 많은 이들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알려진 바에 의하면 이 청문회가 시작되기 전 유민아빠 김영오씨는 SNS에 이런 글을 올렸다고 합니다. 내용은 안철수 의원이 일요일날 탈당을 발표하는 바람에 더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 청문회에 관심을 기울이기보다는 정치 문제에 빠지게 됐다고.
안철수 의원의 탈당은 관심의 블랙홀이긴 했습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세월호 사건이야말로 전 국민이 다시 관심 가져야 할 일 아니었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철수 탈당은 모든 방송과 신문이 중계하고, 세월호 청문회는 나오지 않거나 뉴스에서 단신 처리되고 있다는 이야길 들으면서 이건 아니다 싶었습니다.
안철수의 탈당이 야권의 분열이라는 지점의 신호탄이 되는 중요한 사건인 건 분명합니다. 그러나 그를 따라가겠다고 나서는 의원들도 별로 없고, 아마 공천 탈락이 확실시될때나 이 눈치 보는 간잽이 의원들이 따라 탈당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를 도와주겠다고, 그를 마치 주군인양 '모시고' 있던 사람들, 그를 데리고 왔던 사람들, 그를 당의 한 세력의 중심으로 보던 사람들조차 지금 당장 따라나가지 않는 상황에서 그는 자신이 탈당하면 우루루 다른 의원들이 따라나올거란 기대가 무너지면서, 아마 시쳇말로 멘붕을 겪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가 이른바 '뉴스 타이밍'을 놓치지 않기 위해 선택한 일요일의 기자회견은, 세월호 가족들의 가슴에 또 한번 못을 박는 식이 됐던 것 같습니다. 왜 하필이면 그 시점에 신 스틸러가 되었는가 생각해봅니다. 들리는 말로는 안철수 씨가 민중총궐기에 나가지 않은 것은 경찰 폭력도 문제지만 시위대도 불법을 저지르고 있기 때문이라는 인식을 드러냈다고 합니다. 이강윤의 오늘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그 소식을 듣는 순간, 저는 다시한번 안철수 씨가 우리가 바라던 개혁을 할 사람이 아니었다는 걸 더욱 확실하게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십은 세월호의 유가족이나 실종자 가족들처럼, 비정규직과 임금피크제에 시달리고, 살인적인 실업율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처럼, 가진 것을 모두 잃은 빈민들처럼, 이 시대의 부조리에 의해 상처입고 아픈 사람들 옆에 기꺼이 서 있는 리더십입니다. 그런 면에서 안철수 씨는 자신이 서 있는 곳이 그들을 위하는 지점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했고, 그의 새정치라는 것의 한계를 보여주고 말았습니다.
세월호 사건의 청문회가 게속되는 동안, 아마 우리는 지금 선장을 잘못 만나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호의 맨모습을 그대로 지켜보며 가슴 답답할 일이 많을 겁니다. 세월호를 제대로 인양하고, 세월호의 진실을 밝혀내는 것은 아마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호를 구하는 것과도 의미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거기엔, 책임질 사람들을 제대로 책임지게 만드는 일도 포함될 것이고, 우리 정치에 필요하지 않은 사람들을 제대로 걸러내는 일도 포함될 겁니다.
시애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