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권의 교과서 국정화 밀어붙이기가 ‘역사전쟁’의 상황으로까지 가고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집권여당에 대한 다양한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정당한 저항권 행사를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이번 교과서 국정화 시도를 둔 상황을 보면 반대세력들에 대해서는 모든 국가권력을 동원해 ‘전쟁’을 하자고 덤비는 대통령과 집권여당 대표의 아집과 독선이 도를 넘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이 역사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하자”는 말을 달고 다닌다. 그는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총괄본부장 시절에도 2008년 촛불집회를 두고 “대통령이 공권력으로 확 제압했어야”한다고 했다. 1979년 부마항쟁 당시 박정희 대통령에게 ‘캄보디아에서는 몇백만 명도 죽였는데, (우리도) 탱크로 밀어버리면 걱정없다’고 했던 차지철 경호실장을 연상시키는 발언이다. 김무성 대표가 교과서 국정화 추진 과정에서 보여준 언행은 역사 해석에 대한 다양성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을 난폭하게 유린하고 극심한 좌우 이념대립으로 몰고 가는 매우 위험한 방식이다.
여중생들이 먼저 거리로 나서고 젊은 엄마들이 유모차를 끌고 뒤따랐던 2008년 촛불집회는 한국 현대사와 전세계적으로 기억될 비폭력시민불복종 운동이었다. 집권여당의 대표가 그리고 차기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집권여당의 유력 정치인이 교과서 국정화 추진을 선두에서 지휘하면서 보여주는 구시대적이고 폭력적인 태도는 쿠데타 수장이나 할 언행이라는 점에서 지극히 우려스럽다.
김무성 대표뿐 아니다. 집권여당, 행정부의 일련의 행동은 ‘돌격! 국정화’라는 군사작전을 연상케 한다. 교육부는 25일 열리는 10월 반상회에서 교과서 국정화 정책을 홍보하라는 공문을 행정자치부에 보냈다. 일제 강점기 ‘반회’ ‘애국반’에 모태를 두고 있는 반상회는 1961년 5·16 군사정변 후 법적 근거를 갖춘 뒤 유신시대인 1976년 5월부터는 관 주도로 통상 매달 25일에 운영되는 매우 촘촘한 지방자치기구이다.
그런데 이런 반상회에 ‘교과서구분 고시’가 확정되기도 전에 ‘정부가 만드는 역사교과서’를 기정사실화한 홍보자료를 배포한 것이다. 여론 악화로 사면초가에 몰린 정부가 정책 홍보에 반상회까지 동원하겠다는 만행이다. 내용도 정부의 일방적 주장과 장밋빛 표현만 담고 있어 유신시대로 회귀하는 거 아니냐는 반발이 일고 있다. 교육부가 역사교과서 문제와 관련한 의견은 오로지 팩스로만 받겠다고 한 억지와 추태의 연장선이다. 더욱이 문제는 12일 행정예고를 하고 14일 행정자치부가 공문하달까지 한 것은 청와대 지시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란 점이다.
국정교과서와 관련해 현재 예비비로 의결된 44억 원 가운데 25억 원이 홍보비로 책정됐다고 한다. 그런데 다수 민생관련 예산은 감액되거나 동결되었다. 정부는 내년 경로당 양곡비 47억 원을 포함 냉난방비 예산 310억 원을 전액 삭감했다.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 담뱃값을 올리겠다고 했지만 정작 금연사업에 대한 투자액은 제로이다. 금연사업에 투입되는 예산 절대액수도 160억 원 감액됐다. 전국의 민간 어린이집은 내년도 예산안에 보육료 지원단가가 동결된 데 대한 항의로 26일 집단휴원에 들어가기로 했다. 1만4000여 개 어린이집에 다니는 영·유아들이 70만여 명에 달해 집단휴원이 전국규모로 실시될 경우 부모들의 보육대란은 바로 현실화될 것이다.
대통령과 새누리당에게 묻는다. 당신들이 내세운 민생, 정책, 미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국론 분열을 부채질하며 교과서 국정화에 집요하게 매달리는 저의가 무엇인가? 지금이 그럴 때인가? 솔직하게 말하라. 당신들의 저의는 과연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