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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끄러운 줄을 알아야지▶♧♥ 2017-03-09 13: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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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63 추천:37

 

부끄러운 줄을 알아야지

 

곽 흥 렬

 

 

   세상에 버젓이 ‘수필가’란 이름을 달고 작가연하는 사이비 수필가들이 하루가 다르게 문단에 얼굴을 내밀고 있다. 바야흐로 수필가의 춘추전국 시대가 열린 셈이라고나 할까. 이름조차 생소한 각종 문예지는 공공연한 비밀처럼 되어 버린 뒷거래를 통해 이런 삼류 문인 양산 현상을 부추긴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주술의 호응관계 하나도 제대로 맞지 않아 횡설수설인 비문非文투성이의 글들이, 허섭스레기 같은 신변잡사를 시시콜콜하게 늘어놓은 잡문나부랭이들이 난무할 수밖에 없다. 문학적 향기라고는 약에 쓰려고 해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 때문에 나름대로 치열한 작가 정신으로 무장을 하고서 창작에 열정을 바치려고 눈 부라리는 수필가들까지 도매금으로 넘어간다.

 

   비단 수필가만이 아니다. 시인의 경우는 그 정도가 더욱 극심하다. 마치 거푸집에 넣어 찍어내듯 마구잡이로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 작금의 상황이다. 세상에 시인이란 칭호만큼 고상하고 향기로운 이름이 어디 있을까. 가장 쉬운 것 같으면서도 기실 가장 어려운 것이 시이거늘, 사람들은 시인됨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단지 글의 길이가 짧다고 얕잡아보고서 너도나도 덤벼든다. 그러기에 시는 읽는 사람보다 쓰는 사람이 더 많다는, 조금은 과장된 냉소까지 등장했는가 보다.

 

   한번은 제법 세간에 알려졌다는 어느 시인의 시라고 해서 읽다가 하도 어이가 없어, 글쓰기엔 까막눈인 아내한테 보여주며 허허하게 웃어넘긴 적이 있다. “도대체 이것도 시이냐”면서……. 그 방면엔 손방인 아내가 뭘 제대로 알기나 할까마는, 그때 내 심정은 그렇게 해서라도 가슴속의 부글거림을 쏟아놓고 싶었던 것이다. 세상에 독자가 없다고 탓하기 전에 그들이 왜 글 읽기를 외면하는지 스스로를 냉정히 돌아볼 일이다.

 

   우리 집 우편함에는 이런저런 기증본들이 사흘이 멀다 하고 부지런히 배달되어 온다. 아예 귀찮을 정도요 도무지 처치 곤란일 지경이다. 보내준 성의를 생각해서라도 대강 마음에 드는 제목을 골라 몇 편이라도 읽는 시늉은 해 보지만, 이내 실망하기 일쑤다.

 

   그것들 가운데 수필집이란 이름을 단 책자는 그 내용의 태반이 여기저기 돌아다닌 여행 이야기들인 경우여서 더욱 짜증스럽다. 특히 내남없이 사는 데 여유가 생기고 해외 나들이가 자유로워지면서, 낯선 이국 땅 풍물을 소재로 한 기행의 글이 넘쳐나고 있다.

 

   어쩌면 쓸거리가 그리도 없던가. 이런 글을 대할 때면 알 수 없는 부아가 치밀어 오른다, 제발 그 알량한 자랑 좀 그만 늘어놓았으면 좋겠다고. 어쩐지 글쓴이 자신이 마치 유한계급의 족속인 양 은근히 거들먹거리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이것이 혹 나만의 분별없는 생각이라면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를 빈다. 물론 깊은 우물 같은 사색과 생에의 성찰이라도 담겨 있다면 그야 마땅히 머리 숙여 고맙게 받아들이겠지만, 그렇다고 대다수가 그런 것도 아닌 것 같으니 문제다.

 

   여행을 소재로 한 글이라고 해서 무조건 나쁘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다만 치열한 작가정신이 결여된 그 안일한 태도가 도무지 마음에 차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야말로 그저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보고 듣고 느낀 가벼운 인상투성이로 적당히 짜깁기한 잡문 나부랭이에 불과한 글들, 이런 글로 읽는 사람에게 가슴을 울리는 감동을 주기는커녕 외려 신경질이나 돋우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독자들은 이런 글 같잖은 글이나 읽고 있을 만큼 한가로운 사람들이 아니란 사실을 자각해야 한다. 그렇잖아도 자고 나면 새로운 읽을거리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정보의 홍수 시대 아닌가. 세상이 이러한데도 앞뒤 문맥조차 통하지 않는, 사람살이의 지혜며 철학이라고는 눈 닦고도 찾아보기 힘든 시답잖은 잡문을 글이랍시고 써 놓고 읽어 주지 않는다고 푸념하는 우리들…….

 

   글 쓰는 사람이라면 너 나 없이 좀 부끄러워 할 줄을 알아야 하지 않을까.

 

   * 이 메일 : kwak-pogo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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