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에서 사드 배치를 결정했다는 발표가 나오고 나서, 사드 배치의 유력한 예정지인 칠곡 주민들의 플래카드 시위 장면을 뉴스 사진을 통해 봤습니다. 여러가지 생각이 겹쳐 들더군요. 당신들이 지금까지 아무런 의심도 갖지 않고 지지해 온 사람과 정당이 당신들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봐라, 이런 생각도 들었고, 이 정권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짓을 한 건가 하는 생각도 당연히 들었습니다.
사드 배치 결정 관련 뉴스들도 봤는데, 특히 보수 언론들의 뉴스는 그야말로 가관이었습니다. 중국을 설득하라는 어떤 신문의 논조. 이게 설득이 될 일입니까?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중국도 중국이지만, 러시아가 더 걱정이란 이야기도 했습니다. 보다 직접적으로 한국에 위협이 될 거라는 이야기지요. 서유럽에 사드를 배치하려 했을 때, 러시아는 푸틴이 직접 사드 배치 국가를 언급하며 핵공격을 받게 될 거라고 위협했다고 하고, 미사일을 전진배치했다고 하지요. 이런 류의 압박이 한국을 대상으로 이뤄진다면, 한국은 어떤 식으로 대처해야 할까요?
사드는 고고도 종말단계 요격 미사일의 줄임말입니다. 이것만 제대로 이해해도 한국에 설치되는 사드의 북한미사일 요격 목적은 말도 안 된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단거리용 노동 미사일이나 장사정포로도 충분히 타격이 가능한 지역에 북이 지금의 장거리미사일, 그것도 몇 천 킬로미터를 날아가는 걸 굳이 쓸 필요가 없다는 건 조금만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 수 있는 일이지요.
그런데 왜 이렇게 그 말도 안 되는 사드를 계속 고집해서 설치하려고 할까요? 저는 어쩌면 그 해답이 될 수도 있는 일을 뉴스에서 봤습니다. 그건 철도 민영화에 관련된 거였습니다. 국가가 철도를 민영화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하는 건 영국의 경우를 보면 너무나 확실하게 드러나지요. 그런데 이 정부는 굳이 철도를 팔아치우려 하고 있습니다. 이명박도 결국 손 대지 못했던 것에 손댔다는 사실은 이 정부가, 혹은 이 정부를 떠받들고 있는 특정한 조직이 이명박 때만큼 충분히 국가를 수익 모델로 삼지 못했다는 것의 반증이 아닐까요?
소설 삼아 추측해보건대, 사드 문제가 이렇게 갑자기 결정된것은 일단 내년 대선을 포기하기로 한 것이나 다름없을 듯 합니다. 미국이 원했던 대구 지역, 그것도 자기의 정치적 고향인 칠곡에 사드를 배치하기로 했다면 그것은 자기의 정치적 고향을 버리고 지지를 버리겠다는 뜻인데, 내년 대선을 생각한다면 경상도 지역에서 신공항을 포기하고, 원전을 더 짓고, 심지어 사드까지 설치하겠다고 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지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차기 정권을 누가 잡든간에 지금 정권, 그것도 이명박 정권부터 꾸역꾸역 싸질러 온 똥을 치우기가 어렵다는 건 뻔한 것 아닐까요?
그리고 사드 배치 일정은 내년 겨울입니다. 즉, 박근혜 정권의 임기가 실질적으로는 끝났을 때라는 것이지요. 이 사드라는 빅똥은 어쨌든 그 다음 정권이 핸들링해야 하는 상황인 겁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맥도넬 더글러스의 지금까지의 관행을 보면, 2조짜리 사드 포대를 한국에 설치했을 때, 과연 리베이트는 누가 먹게 될까를 생각해보면 답은 나오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이 소설이 맞다고 가정한다면(어디까지나 소설입니다 ^^;) 지금 정권은 동북아의 냉전 구도를 부추겨가면서, 국민들의 실질적 위험을 늘려가면서까지 자기 주머니를 채우기 위해 이렇게 사드를 받아들인거나 다름없습니다. 이걸 늘 써먹어오던 북한 위협 카드를 꺼내면서 가린 거지요. 그리고 이 뒷감당은 다음 정권에게 떠 넘기고 곶감(?)은 자기들이 다 빼먹겠다는 게 됩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저는 어쩐지 이 사드의 갑작스런 배치 배경엔 이렇게 미국의 필요성과 현 정권의 구린 욕망과 내년 대선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결합돼 있는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자꾸 하게 되네요. 어디까지나 이건 내 짐작이고 소설일 뿐이란 사실 다시한번 괜히 알려드리면서, 오후의 시애틀 거리로 다시 나가야 할 시간이군요.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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