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명령을 내리고, 저녁에 고친다는 뜻으로 법을 자꾸 바꾸는 것을 말한다. 한(漢)나라 때 조착(晁錯)이라는 사람이 문제(文帝)에게 올린 상소문에 “백성들은 봄에 밭을 갈고 여름에 김매고, 가을에 거두어들이고 겨울에 저장하며(春耕夏耘, 秋穫冬藏), 땔감도 구하고 관청의 부역도 해야 하기 때문에 일 년 내내 쉴 날이 없습니다.
수해와 한해까지 당하고, 세금은 가혹하며 시도 때도 없고 급하며, 아침에 내린 명령을 저녁에 바꿉니다(朝令而暮改). 이렇게 갑자기 세금을 내다보면, 농작물이 있는 사람은 반 가격에 팔아서 세금을 내고, 없는 사람은 갑절의 이자를 내고 돈을 빌려서 세금을 냅니다.
그래서 논밭이나 집을 팔고 자식을 팔아 빚을 갚는 사람이 생기게 됩니다. 그러나 큰 상인들은 물건을 창고에 가득 쌓아놓고 폭리를 취하고, 작은 상인들은 상점을 열어놓고 남긴 물건으로 이득을 봅니다. 상인들은 매일 시장을 돌아다니며 눈치를 보다가, 조정에서 급하게 세금을 걷을 때를 이용하여 물건을 갑절이나 더 비싸게 팝니다.” 라는 말에서 유래되었다.
요즈음 기초노령연금 때문에 노인들이 화가 났다. 노인들 중에 공무원 출신들은 많은 연금을 받고 있지만, 개인사업을 했거나 농사를 지은 사람들은 늘그막에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다. 내가 알고 있는 분 중에 부부가 교육자로 정년을 마쳐 매월 700만원 이상 돈이 나와 돈을 쓸 줄을 모르겠다고 말하는데, 그들은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보다 낫다고 본다.
또한 재산은 있으나 수입이 없고, 그렇다고 재산을 팔아 야금야금 팔아먹을 수가 없기 때문에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다. 그들은 자식을 키우느라 많은 돈을 썼지만, 자식들도 살기 힘들기 때문에 부모에게 많은 생활비를 주기가 힘들다. 연금을 받은 사람들은 정말 평화로운 노후를 보내고 있지만, 수입이 없는 사람들은 하루가 어렵게 살고 있다. 국민연금이 있다지만, 그것이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 미미하게 지급을 받거나 아니면 전혀 없는 사람들이 많다.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씩 기초연금을 주겠다는 대선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에 대해 "어르신들 모두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결과가 생겨서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세계경제 침체와 맞물려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세수가 부족하고 재정 건전성의 고삐를 쥐어야 하는 현실에서 불가피했다. 이것이 공약 포기는 아니며, 지금은 어려운 재정 여건 때문에 약속한 대로 실행에 옮기지 못한 부분들은 임기 내에 반드시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복지 관련 대선 공약을 그대로 실행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열쇠는 나라의 재정 형편이다. 둘째는 재정 형편이 허락하지 않을 경우 국채(國債)를 발행해 빚을 얻거나 세금을 늘리는 증세(增稅) 정책을 통해 공약을 실천하는 것이 나라의 미래에 끼칠 득(得)과 실(失)을 판단하고, 증세할 경우 그것이 가능하냐를 가리는 것이다.
대통령이 밝힌 '국민적 합의가 전제된다면 복지를 강화하겠다'는 말도 결국은 재정 형편, 국채 발행 여부, 증세 가능성이란 세 가지 현실 여건의 구속을 받을 수밖에 없다. 선거 때의 공약 실천을 무리하게 밀고 나간다면 재정 적자의 규모는 이 예측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 분명하다.
이미 10여년 전부터 저성장(低成長) 체질로 굳어져가는 우리 경제 여건에서 국가 부채의 급격한 증가는 경제의 숨통을 조일 것이다. 이번 기초노령연금 공약 수정 파문은 무분별한 공약 경쟁이 불러오는 파국적 결과에 대해 다시 한 번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역대 대통령 모두가 선거 때마다 책임지지도 못할 공약을 쏟아내 국민의 기대 수준만 높여놨다가 넘어설 수 없는 벽을 실감하고 물러서곤 했다.
월 20만원이 부자에겐 강물에 물 한 방울 더하는 셈이지만 빈곤층에겐 간절한 물 한 모금일 수 있다. 제한된 재정으로 복지 효과를 높이려면 절실한 계층에 보다 두터운 혜택이 돌아가도록 정교한 전달체계를 다듬어야 하고, 조령모개식 법령은 만들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2013년 10월 2일
강원구 행정학박사 한중문화교류회 중앙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