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통하고 애석한 일이다. 노무현 대통령에게 이번 박연차 스캔들로 아직 법원의 유죄판결이 나지도 아니하였거나와 설령 그에게 죄가 있다한들 죽을 죄는 아니었는데, 모든 국민들의 예상을 뛰어넘어 목숨으로 속죄해버리니 살아있는 자들이 오히려 송구스럽게 되어 버렸다.
우리 헌정사에 역대 대통령의 말년이 좋지 않았다는 것은 모두가 다 아는 바이다. 이승만은 4·19 혁명으로 하와이로 망명하여 인생을 마쳤고, 박정희는 최측근의 총탄에 쓰러졌으며, 전두환, 노태우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탄압 및 뇌물죄로 잉여의 몸이 되었고, 김영삼, 김대중은 임기 말 아들들의 부패비리 사건으로 식물대통령이 되었다.
그런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고 그의 고향인 김해 봉하로 귀향하였을 때 많은 국민들은 우리 헌정사에 새로운 희망을 가졌었다. 그것은 우리도 이제 퇴임 대통령이 국민들로부터 존경받고 국민들과 함께 하는 선진정치문화가 우리 대한민국에서도 꽃피게 될 것이라는 희망이었다.
그런데 이런 희망이 퇴임 이후 갓 1년이 남짓한 세월 속에 또 하나의 우리 정치사의 비극으로 변해버리고 말았다. 재임 중에 그의 정치적 업적과는 무관하게 적어도 그의 도덕적 정당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지는 국민들은 없었다. 그러나 그의 평생의 후원자가 잡혀 들어가자 그도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풀지 못했던 경제적 문제 때문에 그가(혹은 그의 가족이) 그 사람에게 손을 벌렸던 것이 탄로 났고, 그것은 그의 일평생 정치적 자긍심이었던 도덕적 권위의 붕괴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런 비극이 발생하였다.
그럼에도 우리가 그의 죽음을 애석해하는 것은, 1945년 해방 이후 60년이 넘는 정치사에서, 온갖 탄압과 멸시 속에서도 부정의에 대하여 맞서 싸우고, 지역주의 타파를 위하여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희생했으며, 가진 자들의 편에서 보다는 가지지 못한 자들의 편에 서서 올곧게 나갔던 지사형의 정치인인 그를 기억하기 때문이고 또한 그의 잘못이 그가 추구하고 이루었던 모든 것을 앗아갈 만큼 크지 않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제 살아있는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은, 노무현 대통령이 우리나라의 정치사에 남긴 업적을 정당하게 평가하여 주고 다시는 퇴임 대통령이 자신의 업적에도 불구하고 한 순간의 잘못으로 모든 것을 파멸시키는 비극이 없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재임시 대통령 자신이 자신의 몸가짐을 잘 하여야 할 것이지만, 퇴임 이후 대통령이 자신의 국정 경험을 자연스레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길을 찾고 또 이를 통하여 자신의 여생을 통하여 남에게 손 벌리지 않고 살 수 있도록 하는 사회국가적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리고 정권교체 때마다 반복되는 앞 정권에 대한 검찰 조사라는 정치행태는 지양되어야 한다. 1987년 이래 정권교체기마다 연례행사처럼 반복되어오던 이런 행태는 이제는 벗어나야할 때가 되었다.
그리고 전직 대통령의 수사를 마치 스포츠 중계하듯 하여 법원에서 유죄로 인정되기도 전에 한 사람을 정치적으로 인격적으로 파탄시켜버리는 이번과 같은 수사 및 언론보도 관행도 반성해 보아야 한다. 전직 대통령이 이러하다면 일반 국민들은 오죽하겠는가.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의 잘잘못을 뒤로 한 채 인생을 스스로 마감해버림으로써 이제 그의 인생은 현실이 아닌 역사가 되었다. 그의 유산을 잘 정리하여 우리 대한민국이 통일과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동력이 되게 하고, 퇴임 대통령에게 다시는 이와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노무현 대통령을 진정으로 기억하는 방법일 것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2009년 6월 1일
전 국회의원 김명주 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