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 권력집단과 불통고집 교육부가 결국 역사교육 대란을 자초하고 말았다. 이 나라 주인들에 의한 200만 촛불 봉기의 의미를 거스르며 오늘 교육부는 예정했던 대로 ‘올바른’ 교과서라는 참으로 낯 뜨거운 선전과 함께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을 내어놓고 말았다. 이로써 비정상 권력집단에 의한 ‘공작정치’의 산물은 복면 속 얼굴을 드러냈다. 국민의 세금을 훔쳐 만든 거대한 ‘폐휴지 더미’는 곧 박근혜정권의 무덤이 될 것이다.
국정 역사교과서는 집필기준과 서술내용 상의 문제 이전에, 그 발상 자체가 반문명적인 것이다. 정치권력이 방향을 잡아 집필 주문한 단 하나의 책으로 획일적인 역사를 주입하겠다는 이 야만적인 정책은 민주사회에서 찾아볼 수 없는 것이며 국제사회의 기준에 역행하는 것임을 우리는 누누이 강조해왔다.
정권의 마지막 해이자 박근혜의 아버지 독재자 박정희의 출생 100주년인 2017년에 때를 맞추고자 교육과정과 교과서의 적용 시점에서 역사과를 예외적으로 1년 앞당기는 무리수가 동원되었다.
교육부가 산하기관인 국사편찬위원회에 제작을 ‘위탁’하는 위법도 자행되었다. 집필기준과 집필자를 철저히 비공개하는 비밀주의는 비록 뒷북이지만 11월 24일 행정법원의 심판에 의해 깨져야 했다. 기존 검인정 교과서에 대한 근거 없는 흑색선전 동원과 고의적인 국론분열 책동은 중세기 마녀사냥을 방불케 하는 추악한 기획이었다. 국정화 추진 과정 전반에서 민주성과 정당성은 찾을 길이 없다.
이뿐인가? 국정화 고시 강행이 있기 1년 1개월 전에 이미 청와대는 국정화 강행을 결론지어 놓고도 국민들에게 정해진 게 없다고 속이면서 국정화 비밀작전을 은밀히 수행했다. “전교조 중심 좌파 역사관이 학생들에게 주입되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는 노골적인 주문은 일찍이 내부 문서로 활자화되어 있었다.
이후 의견수렴 과정은 거짓과 기만으로 점철되었고 조작된 의견서까지 동원되었다. 학계와 교육계에 맡겨야 할 교과서를 정권이 주무르는 극도로 비정상적인 상황의 배경에는 아니나 다를까, 국정을 농단한 비정상 권력집단이 개입되어 있었다. 최순실의 최측근인 차은택의 외삼촌 김상률 교수가 국정화 강행 당시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었던 것은 결코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결국 국정 역사교과서는 ‘박근혜 교과서’이자 ‘최순실 교과서’이며, 비정상적인 권력에 의한 비정상적인 교과서이다. 이들에 의한 ‘공작정치’의 산물을 어찌 교과서로 인정할 수 있는가? 오늘 나온 국정 역사교과서는 교사들의 교탁과 학생들의 책상 위에 오를 자격이 없다.
오늘 나온 현장검토본에 담겨있는 내용에도 비정상 권력집단의 악취가 진동한다. 예상했던 대로 저들의 ‘올바른 교과서’는 예상대로 ‘얼빠진 교과서’로 나오고 말았다. 박정희 독재정권은 여기저기서 미화되었고 새마을운동은 찬양의 대상으로 부각되었다. 이승만의 부정선거 개입에도 면죄부가 부여되었고 이승만은 건국의 아버지로 지켜 세워졌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기록하는 방식으로 ‘건국절’ 개념이 도입됨으로써 헌법이 부정되었고 항일 투쟁의 역사는 희석되었다. 북한에 대한 적대적인 서술이 강화되어 발전적인 평화보다는 퇴행적인 대결을 지향하고 있으며, 노동을 일방적으로 수탈한 재벌을 찬양하는 편향도 노골적이다.
뉴라이트 계열과 역사를 전공하지 않은 문외한들이 다수 포함되어 복면 집필한 결과물로서 당연한 것이다. 이번 교과서 집필진은 반역사적인 행위에 부역한 사람들로서 역사 속에 부끄러운 이름으로 남게 될 것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제2 유신 역사쿠데타’이자 ‘정치권력의 교육침탈’로 규정했던 전교조의 작년 10월 입장은 오늘 나온 교과서를 통해 안타깝게도 틀림이 없음이 증명되었다.
교육부는 분노한 국민 여론의 눈치를 보면서 국정을 밀어붙이고자 국정과 검인정 혼용이라는 꼼수까지 고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존 검인정 교과서는 2009개정 교육과정에 의해, 국정 교과서는 2015개정 교육과정에 의해 만든 것이므로 동시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 교육의 상식이다. 국정교과서 연명을 위해 시범학교 운영 등 구차한 방법들을 동원할 경우 교육혼란만 부추길 뿐이다.
혼란과 파국을 피하는 길은 분명히 있다.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을 즉각 폐기하고 국정화 중단을 선언함과 더불어, 기존 검인정 교과서를 활용하는 것이 현 시기 최선의 대책이다.
학교 단위의 검인정 교과서 주문은 각 학교 역사 교과협의회의 교과서 추천과 학교운영위원회의 선정을 거쳐 이루어지는데, 이 과정은 10여일 정도면 충분하므로 12월 중으로 완료될 수 있다. 교육부가 국정 최종본을 1월 말 내어놓기로 했으니, 그 대신 검인정 교과서를 사용하는 경우에도 인쇄와 보급을 위한 시간은 충분하다.
교육부에게 묻는다. 교육혼란을 막는 게 중한가, 아니면 무너지는 정권을 보위하는 마지막 부역행위가 중한가? 한 나라의 교육을 총괄하는 교육부라면 선택할 길은 자명하니 그 길을 가라. 교육부가 국정 역사교과서를 즉각 폐기하지 않을 경우, 전교조는 다음과 같은 활동을 전개할 것이다.
1. 국정 역사교과서 폐지를 위한 ‘연가투쟁’을 11월 30일 민주노총 민중총파업일에 중앙집중으로 전개할 것이다. 전교조 법외노조 탄압 철회와 박근혜정권 퇴진을 함께 요구할 것이다.
2. 연가투쟁일 아침 전국의 학교 앞에서 국정교과서 폐기 교사 일인시위를 펼칠 것이다.
3. 오늘 전교조의 ‘교과서 아님 통보’에 이어 국정 역사교과서 ‘불복종 선언’을 역사교사 중심으로 조직할 것이다.
4. 현장검토본 세부 분석 결과와 문제점을 학교현장에 적극 알리고 현장교사 검토위원에 참여하지 않는 등 국정교과서 실무 비협조를 고수하여 1월 말로 예정된 최종본 발행을 저지할 것이다.
5. 최종본 발행 시 시민사회, 역사학계, 시도교육청, 학부모단체와 함께 다각도의 연대투쟁을 전개하여 국정교과서를 무력화할 것이다.
6. 교사는 전문성과 자율성에 기반하여 별도 교재를 구성·사용하며, 현실적인 교과서 공백 상황을 기존 검인정교과서 및 대안 역사교재 활용 등으로 해결함으로써 정상적인 역사교육을 도모할 것이다.
7. 국정 역사교과서가 제도적으로 완전히 폐기되는 날까지 흔들림 없이 투쟁할 것이다.
2016년 11월 28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