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불고 날씨가 건조해지는 이맘때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목욕탕이 늘 생각난다. 

일반인들이야 언제나 돈을 내고 목욕탕을 이용하면 되지만 장애인들에게는 동네마다 있는 목욕탕도 마음대로 가기가 쉽지 않은건, 아직까지 사회에 만연한 장애인에 대한 편견 때문이다.

하지만 울산시 남구에는 이런 장애에 대한 편견을 씻어 내고 있는 목욕탕이 있어 일주일에 한번쯤은 몸과 마음의 때를 벗겨 낼 수 있다. 

지난해 5월 구청이 주변의 따가운 시선 때문에 일반 목욕탕을 가기가 어려운 장애인들을 위해 매주 목요일, 마음 놓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한 남구 달동에 호수탕이 바로 그 곳.

처음 문을 열었을 때만 해도 하루 100여명에 불과했지만 소문이 퍼지면서 지금은 하루 250여명에 이를 정도로 손님이 많다.

이용객 대다수가 거동이 가능한 장애인이지만 구지역 중증장애인 단체나 일부 개인은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어렵게 이곳을 찾기도 한다.

 목욕탕 이용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장애인 복지카드를 가지고 목요일 오전 10시에서 오후 5시 사이에 목욕탕으로 가면 된다. 중증 장애인에 한해서는 동반 보호자까지 무료입장이다.

현재 이용명부에 등록된 인원만 640여명 이중 절반 이상은 한달에 2~3번씩 꼭 목욕탕을 이용한다.

목욕탕을 찾은 김모(69 지체장애 5급)씨는 “우리야 혼자 움직일 수 있으니 이렇게 목욕하러 오지만 목욕도움을 받아야 하는 중증장애인들에게는 정말 소중하고 행복한 목욕탕”이라며 “어떤 사람은 불편하지만 삼호동에서 이곳까지 자전거를 타고 와서 목욕을 하고가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 장애인들의 출입이 많기 때문에 목요일이면 지역 기업체와 봉사단체의 손길도 이어진다.

○ 효성과 동석석유화학, 한국수자력공사 등 6개 업체와 4개 봉사단체는 매주 목욕봉사 도우미를 자청하며 장애인들의 목욕을 돕고 있다.

○ 이날 목욕 봉사를 맡은 효성 김태완 사원(28)은 “처음 몇 번은 낯설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보람도 느끼고 장애인에 대한 편견도 사라지는 것 같다”며 “하루빨리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없어져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동등하게 살아갈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 한편, 호수탕과 같이 남구가 장애인을 위해 마련한 전용 목욕탕을 개소한 이후 각 구군에서도 벤치마킹을 해 가며 장애인 전용목욕탕 개소를 서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