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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문불여장성 과거시험 재현’ 행사 개최

통합 100일 맞은 전남광주의 정신적 구심점 마련! 113명 응시·18명 입상…선비정신 계승 인문학 축전
등록날짜 [ 2026년10월11일 13시24분 ]
 
장성군(군수 김한종)이 주최하고 필암서원산앙회(이사장 김재수)가 주관한 ‘2026 문불여장성 과거시험 재현’ 행사가 전남광주통합특별시민의 높은 관심 속에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지난 3일 과거시험을 치른 데 이어 10일에는 학술대회와 입상자 시상식, 전통문화 축하공연이 열렸다. 이번 행사에는 옛 광주권과 전남권 명문 고등학생 70여 명이 고루 참가했으며, 유네스코 세계유산 ‘한국의 서원’ 9곳 관계자 20여 명을 비롯한 전국 각지의 유림도 필암서원을 찾아 참관하는 열의를 보였다.
 
장성군은 예로부터 호남을 대표하는 문향(文鄕)으로, 조선 시대 대과 급제자이자 호남 출신으로는 유일하게 문묘에 배향된 성리학자 하서 김인후 선생(1510~1560)의 학덕을 기리기 위해 필암서원을 중심으로 20년 넘게 한시백일장에 이어 한글백일장을 꾸준히 개최해 왔다.
 
지난해 장성선비학당 박래호 학장이 선비정신 확산을 위해 기존 백일장을 과거시험으로 확대 운영하자는 방안을 제안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이후 장성군과 필암서원은 세계유산의 위상에 걸맞은 과거시험 재현행사를 구상해 왔다.

특히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을 계기로 지역의 새로운 도약을 뒷받침할 정신적 구심점을 마련하고자 ‘문불여장성’을 브랜드로 내건 새로운 인문학 축전을 창설하게 됐다.
 
이번 과거시험은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가치를 창조한다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을 기본 취지로 삼았다. 단순히 옛 시험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의 세대가 선현들의 지혜와 인문정신을 되새기도록 하는 데 역점을 두었다. 특히 하서 선생의 도학과 절의를 재조명하고 필암서원의 역사적 전통을 현대적으로 계승하는 데 의미를 뒀다.
 
행사 준비에는 기획과 홍보를 포함해 1년 남짓한 시간이 소요됐다. 약 한 달 반 동안 온라인으로 응시 원서를 접수한 결과, 당초 기대를 웃도는 137명이 등록했다. 개천절인 10월 3일 실제 시험에 응시한 인원도 113명에 달해 82%의 높은 응시율을 기록했다.
 
시험은 강독·한시·책문 등 세 분야로 나눠 실시됐다. 강독과 한시는 주로 장년층과 노년층이 선호하는 과목인 데 비해, 책문은 청소년의 논리적 사고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평가하는 과목으로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했다. 그 결과 85세 할아버지와 16세 손자가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시험을 치르는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세대를 아우르는 과거시험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강독은 사서삼경의 한 대목을 암송하는 구술시험으로 시행했고, 한시는 ‘세계유산 필암서원’을 시제(詩題)로 제시해 현장에서 칠언율시를 짓도록 했다. 책문은 조선 시대 대과의 최종 관문이었던 시험 방식을 응용해 논술형 시험으로 진행됐다.
 
이처럼 전통적인 과거시험의 형식을 살리면서도 세대별 특성을 고려해 시험 과목을 구성한 점은 이번 행사의 차별화된 특징으로 평가된다.
 
성적 우수자로 선발된 입상자 18명의 연령과 거주지를 살펴보면 세대와 지역 간 조화가 돋보인다. 연령별로는 70대가 7명으로 가장 많았고, 10대 6명, 60대 3명, 50대와 80대가 각각 1명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강독 입상자 6명 중 4명이 옛 전남권 거주자인 반면, 한시 입상자 6명 중 5명은 옛 광주권 거주자로 집계됐다. 강독과 한시 분야에서는 광주향교, 광양향교, 광양 이화학당, 장성선비학당에서 입상자를 배출했다.
 
고등학생 6명이 입상한 책문 분야에서는 광주 고려고등학교가 장원과 장려상을, 전남외국어고등학교가 우수상과 장려상을 각각 차지했다. 광주 살레시오고등학교와 대동고등학교에서도 각각 1명의 입상자가 나왔다.
 
다만 여성 응시자의 높은 참여율에도 불구하고 강독과 책문에서 각각 1명씩, 모두 2명만 입상해 성별 균형 측면에서는 아쉬움을 남겼다.
 
심사는 분야별로 대학교수와 관련 전문가 3명씩을 위촉해 진행했다. 심사위원은 전남광주와 다른 시도 출신을 균형 있게 안배했으며, 1박 2일간 합숙 심사를 실시해 공정성과 보안 유지에 만전을 기했다.
 
입상자들은 10일 오후 열린 시상식에서 두루마리 형태의 족자에 붓글씨로 쓴 상장을 받았다. 부상으로는 장원에게 100만 원, 우수상 수상자에게 각각 50만 원, 장려상 수상자에게 각각 30만 원의 상금이 수여됐다.
 
한편 이날 오전 필암서원 집성관 강당에서는 ‘과거제도의 재조명’을 주제로 학술대회가 열렸다. 세계유산 ‘한국의 서원’ 관계자와 유림 지도자 등 1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조선 시대 과거제도의 공과와 하서 김인후 선생의 과거관, 장성 지역 과거급제자의 특징 등을 조명했다.
 
학술대회에서는 전경목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가 ‘지방 유생의 과거시험 준비와 과거시험이 지방에 미친 영향’을, 안동교 한국학호남진흥원 자료교육부장이 ‘하서 김인후의 과거관과 과거시험에 얽힌 일화들’을, 기호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사 전문위원이 ‘장성의 과거시험 합격자 현황과 특징’을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이어 김덕진 전 광주교육대학교 교수가 좌장을 맡아 종합토론을 진행했으며, 김희태 전 전라남도 문화유산 전문위원, 조미은 한국학호남진흥원 기획연구부장, 김봉곤 전 원광대학교 교수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시상식에 이어 필암서원 전통공원 야외무대에서는 과거시험 급제자와 가족, 축하객, 인근 마을 주민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국악과 전통무용으로 구성된 축하공연이 1시간 넘게 펼쳐졌다.
 
장성농악협회 회원들의 농악놀이를 시작으로 국악협회 소속 무용인 유수정 씨 등 5명이 진도북춤을 선보였다. 이어 민요가수 윤미라 씨 등 2명이 진도아리랑과 남도민요 동백타령을 불렀으며, 국악가수 신예인 씨 는 ‘난감하네’, ‘배 띄워라’ 등 친숙한 국악곡을 열창해 축제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켰다.
 
특히 책문 분야 장원을 차지한 정수민 학생(17세·광주 고려고 2학년)은 복두에 어사화를 꽂고 말에 올라 취타대의 인도를 받으며 서원 주변을 행진했다. 과거급제자와 행사 진행요원, 농악대도 행렬에 동참해 조선 시대 장원급제의 영광을 재현했다.
 
장성군은 이번 과거시험 재현행사를 계기로 필암서원을 대중과 호흡하는 ‘살아 있는 역사 공간’으로 계속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10월 한 달 동안 필암서원에서 그림대회와 음악회, 역사토크 사랑방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풍류문화제’를 이어간다.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방문객들이 다양한 체험을 통해 전통 선비문화를 이해하고, 세계유산 필암서원의 역사적 가치를 공감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한종 장성군수는 “문화유산의 가치는 박물관 진열장이 아니라 우리 삶 속에서 향유될 때 비로소 빛을 발한다”며 “세계유산 필암서원이 누구나 찾아와 머물며 케이(K)-선비문화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대한민국 대표 역사문화 플랫폼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차별화된 문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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