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09월30일wed
 
티커뉴스
OFF
뉴스홈 > 종합 > 농,임,수산업
kakao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쪽지신고하기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기사스크랩 이메일문의 프린트하기

恨을 내려놓고 어머니 곁으로...

미백 이청준 선생 노제가 치러지던 날
등록날짜 [ 2008년08월03일 14시58분 ]

2일 오후 2시가 조금 넘은 시각. 천리길을 마다하고 달려온 영혼과 육신은 노제가 치러질 전남 장흥 천관산 어귀에 학처럼 사분이 내려 않았다. 바로 이곳이 고인이 태어나서 유년기를 보낸 전남 장흥군 회진면 진목리 갯나들. 사람들은 눈을 감았고 더러는 외면했다. 너무 큰 충격 앞에 말문이 막혔기 때문이다.

다도해 푸른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갯나들 마을회관 앞에는 소설과 한승원, 송기숙, 정찬홍, 박준영 전남지사와 문인들을 비롯한 주민 등 2백여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고인의 유해가 운구 되면서 노제가 시작 됐다.

이 때 한 촌로가 눈물이 글썽한 얼굴로 하늘을 처다 본다. 하얀 구름이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음 이었다. 누가 흐르는 구름을 일러 무심하다고 했던가. 그가 처다 본 하늘의 구름은 빈 가슴만큼이나 허망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허망’은 일순간 학처럼 피어올랐다. 그리고 그 촌로는 자신보다 어린 고인 앞에 한 잔 술을 따라 올렸다. 죽은 자에 대한 경건함일 것이다.

작가 이청준.
고인의 소설 주제는 ‘가난’ ‘어머니’로 집약된다. 유년기 가난에서 비롯된 부끄러움과 복수심, 그리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주제로 했던 한(恨)을 우리에게 고스란히 남겨주고 떠났다.

한 평론가의 말처럼 “이청준의 문학욕망은 애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질서와의 싸움에서 패배한 자가 그 패배의 상처로부터 자신을 구해내기위함이었다." 해서 "그 위로와 그를 패배시킨 현실을 자기 이념의 질서로 거꾸로 지배해 나가려는 강한 복수심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듯 그의 단편 ‘눈길’은 말해주고 있다. 그런가 하면 '잔인한 도시'에서 정치적 억압과 자유를 향한 몸부림은 그가 4.19세대로서 굴곡의 정치적 격변기를 대변하기에 충분하다.

4시가 훌쪅 넘은 시각 고인의 유해는 지역 문인과 예술인들에 둘러쌓여 마지막 의식을 치른 후 노모가 잠들어 있는 고향 땅 갯나들 어귀에서 영면에 들어갔다. 그리고 고인의 유해를 싣고온 캐딜락 마져 서울을 향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그 어둠 속 어디선가 소쩍새가 울었다. 사람들은 소쩍새를 불여귀(不如歸)라고도 하고 자규(子規) 또는 두견(杜鵑)이라고도 했다. 그 울음이 피를 토하듯 한을 토하기 때문이겠지만 불여귀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뜻이다. 오늘 밤 작가 이청준을 보낸 그 촌로의 가슴에 새겨진 소쩍새의 울음은 피눈물로 얼룩진 바로 그런 울음으로 오랫동안 잊혀 지지 않을 것이다.


저작권자 ⓒ 이데이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 0 내려 0
서정오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무통장입금 정보입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관련뉴스]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기사스크랩 이메일문의 프린트하기
강희복 아산시장은 ... (2009-04-20 12:00:52)
'쓰라린 가슴 부여안고' 떠난 가수 권혜경 (2008-05-26 14:28:39)
영광군, 2026년 새기술 보급사...
‘나주 글로벌 에너지포럼 2026...
순천시, 시민이 체감하는 ‘깨...
광주특별시 남구시니어클럽, 노...
전남광주특별시교육청, 삼성전...
장성역 일원, ‘차 없는 거리 ...
전남광주특별시교육청, ‘찾아...
현재접속자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