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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호남 선비 - 백호 임제를 재평가한다. (4)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백호 임제 의인화수법과 풍자적 수법 구사하여 부정부패 날카롭게 질타 해
등록날짜 [ 2017년10월10일 19시03분 ]

『서옥설 鼠獄說(재판받는 쥐 이야기)』을 읽었다.  2014년에 나주 임씨 절도공파 백호문중에서 발행한 책이다. 1)

이 소설은 쌀을 지키는 창고신(倉神)이 곡식을 다 털어먹은 쥐를 잡아 재판하는 사건을 다룬 우화소설이다.


『서옥설』은 몸집이 크고 간사한 늙은 쥐가 자기 족속을 데리고 나라의 창고 벽을 뚫고 들어가 10년간 곡식을 훔쳐 먹다가 창고신에게 들켜 재판을 받는 것으로 시작한다.


큰 쥐는 자기가 창고 벽을 뚫기 시작했을 때 복숭아꽃과 버드나무가 도왔다고 둘러댄다. 창고신은 복숭아꽃과 버드나무를 잡아다가 심문한다. 그러나 이들은 무고하다고 항변한다. 


이어서 큰 쥐는 고양이와 개, 족제비와 두더지, 여우와 삵, 고슴도치와 수달이 자기를 도왔다고 차례로 진술한다. 창고신은 이들도 잡아다가 심문하였으나 이들 역시 무죄를 주장한다. 


간사한 쥐는 이번에는 노루 · 토끼, 사슴 · 멧돼지, 염소 ·원숭이, 코끼리 · 곰, 노새, 소와 말, 기린과 사자,  호랑이와 용이 자기를 도왔다고 둘러댄다. 창고신은 이들 짐승들을 가두고 심문하였지만 이들도 무죄라고 항변한다.

 
화가 난 창고신이 다시 큰 쥐를 심문하니, 큰 쥐는 앞의 동물의 죄상을 일일이 늘어놓더니, 이번에는 반딧불과 수탉, 달팽이와 개미, 소쩍새와 앵무새, 꾀꼬리와 나비, 제비와 개구리, 박쥐와 참새, 까마귀와 까치,  솔개와 올빼미, 거위와 오리, 뱁새와 비둘기, 메추라기와 꿩, 매와 새, 기러기와 고니, 황새와 들오리 갈매기와 백로, 골새와 독수리,  비취와 원앙, 난새와 학, 봉황새와 공작새, 대붕새와 고래가 사주하였다고 차례차
례 둘러댔다. 심지어 큰 쥐는 하루살이와 잠자리, 파리와 모기까지 물고 늘어진다. 


이렇게 교활한 쥐가 죄과를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갖은 술책을 다해 남에게 책임전가를 하자, 창고신은 큰 쥐를 쇠줄로 결박하여 기둥에 거꾸로 매달은 다음 가혹한 형벌을 내리라고 명령한다. 


큰 쥐는 눈물을 흘리면서도 다시 한 번 모든 새와 짐승들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면서 어떻게 하든지 빠져나갈 구멍을 찾는다. 그리하여 큰 쥐는 이 모든 것이 상제의 명령을 받들고 한 것이며 자기는 전혀 죄가 없다고 진술한다. 


이 말을 듣고 창고신은 노하여 “이 늙은 도둑놈이 몇 달을 두고 수많은 새와 짐승들을 끌어대며 온갖 악담을 토하다가 종말에는 외람되게 상제까지 사주자로 지목하였으니 이는 대역부도 죄인이라”면서 상제에게 상세히 보고 한다.


이에 상제는 “늙은 쥐의 시체를 네거리에다 내버려 부리가 있는 자, 발톱이 있는 자, 이빨이 있는 자들로 하여금 그놈의 고깃살을 후비고 씹어서 그들의 울분을 풀게 할지어다. 가두었던 뭇 새와 뭇 짐승들을 모두 석방하고, 역적의 소굴과 족당은 남김없이 소탕하여 다시 이런 씨종자가 퍼지지 못하게 하라”고  창고신에게 지시했다. 


이리하여 늙은 쥐는 처단되고, 억울하게 갇혔던 수많은 짐승들은 풀려났다.      
백호 임제는 ‘태사씨’의 말을 빌려 소설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태사씨(太史氏)는 말한다. “불은 당장에 꺼버리지 아니하면 번지는 법이요, 옥사는 결단성이 없이 우유부단하면 번거로워지는 법이다. 만일 창고신이 늙은 쥐의 죄상을 밝게 조사하여 재빨리 처리하였더라면 그 화는 반드시 그렇게까지는  범람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 간사하고 흉악한
성질을 가진 자들이 어찌 창고를 뚫는 쥐뿐이랴? 아 참! 두려운 일이로다”


임제는 의인화수법과 풍자적 수법을 훌륭하게 구사하여 사회의 부정부패를 날카롭게 질타했다.  나라의 재산을 챙기고도 창고신의 우유부단함과 무능을 이용하여 자신의 죄과를 남에게 뒤집어씌우는 간사한 늙은 쥐 같은 당대의 탐관오리들의 죄상을 드러내고 부패상을 까밝혔다. 또한 국방에 무능력한 무관의 상징으로 ‘호랑이’를, 청백리임을 표방하면서 서민들을 착취하는 문관의 상징으로 ‘봉황새’를 들어 조선 관료사회의 표리부동함과 부패상을 풍자했다.
  
이처럼 백호는 사회비평가로서의 면모를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1) 북한이 발간한 『조선의 력사인물 2』(고등교육 도서출판사 2002)에는  ‘림제와 재판받는 쥐’가 수록되어 있다. 한편 서옥설은 백호 임제의 작품으로 보기에는 근거가 확실하지 않다는 입장도 있다. 『신편 백호전집』(신호열 · 임형택 외 편역, 2014)에는 서옥설이 수록되어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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