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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곤칼럼>부패는 망국의 지름길(18회)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청렴연수원 청렴강사)심한 가뭄으로 모내기도 못하고 보리죽도 못 먹다.
등록날짜 [ 2020년01월05일 18시03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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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9년과 1810년 2년 동안 전라도는 심한 가뭄으로 흉년이 계속되었다. 다산은 ‘뽑히는 모(拔苗)’ 시를 지었다. 다산은 원주에서 이렇게 적었다.

“모가 말라 모내기를 할 수 없게 되자 농부들은 그것을 뽑아 버리는데, 모를 뽑으면서 통곡하는 소리가 온 들판에 가득했다. 어떤 아낙네는 너무 억울해서, 자식 하나를 죽여서라도 비 한 번 쏟아지게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벼 싹이 나올 때면 연한 녹색에 짙은 황색    

한 폭의 비단같이  푸른빛 은은하네.      
  

어린 자식 보살피듯 아침저녁 돌보아서        

주옥처럼 보물로 여겨 보기만 해도 흐뭇했네.    

쑥대머리 한 여인이 논바닥에 주저앉아 

방성통곡을 하면서 저 하늘 향해 호소하네.  

차마 어이 정을 딱 끊고 이 벼 싹 다 뽑다니    

오뉴월 한여름에 슬픈 바람이 쓸쓸하네.  

우거진 나의  모를 내 손으로 다 뽑다니   

무성한 나의  모를 내 손으로 죽이다니

우거진 나의  모를 잡초처럼 뽑아내고  

총총한 나의  모를 화톳불 놓듯 태우다니  

뽑아서 묶어서 저 웅덩이에 두었다가

행여 비가 내리면 고인 물에나  꽂아볼까

내 자식 셋이 있어 젖도 먹고 밥도 먹는데

그 중 하나를 죽여서라도 이 어린 모 살렸으면

오죽하면 자식 하나를  죽여서라도 어린  모를 살리고 싶을까?


이어서 다산이 지은 전간기사 제3수는 메밀이다. 메밀은 현령(縣令)을 풍자한 시다. 조정에서는 메밀종자를 나누어 주도록 영을 내렸는데도 현령은 그 영은 봉행하지 않고서 백성들에게 메밀만 심으라고  독촉만 한다. 

넓고 넓은 논에 먼지만 풀풀 날리는데

어린 볏모 뽑아버리고 메밀 대신 심으라네.

집안에 없는 메밀 시장에 가도 살 수 없어

주옥은 구할지라도 메밀 종자 살 수가 없네.

현령이 통첩을 내려 ‘메밀종자 걱정 말라
내 장차 너희 위해 감영 통해서 구해주마’

우리는 그 말만 믿고 논 갈아엎었는데

메밀은 주지 않고 우리들만 독촉하면서

“메밀 심지 않으면  나는 벌을 내리리니

흰 몽둥이 붉은 곤장에 너의 살점 떨어지리.”

오호라  하늘이시여 왜 이다지 못 살피시나요.

메밀이나마 심지 않으면 우리는 살 길이 없는데
 
우리 탓만 하며 호령이 벽력같네.

고기 쌀죽 안 먹으면 안 먹는다고 벌 줄 것인가

메밀종자 주라는 나라 분부 내렸건만

그 분부는 안 따르고 우리 임금을 속이다니

조정에선 메밀 종자 나누어주라고 영을 내렸건만 현령은 안 나누어주고 메밀 심으라고 들볶고 있다. 형벌까지 내리겠다는 이런 현령을 믿고 지내는 백성들이 불쌍하다. 지금은 어떤가?  

이어서 전간기사 제4수는 보리죽(오거 熬麮)이다. 다산은 원주에서 이렇게 적었다.  

“오거(熬麮 : 거(麮)는 보리죽을 말한다) 역시 흉년 걱정이다. 가을 추수 가망이 없어 부잣집들도 모두 보리죽을 먹는 형편이고,  신세가 고단한 자들은 보리죽도 먹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내가 다산에 있을 때 앞마을 사람들이 모두 보리죽을 먹고 있었는데, 나도 가져다 먹어보았더니 겨와 모래가 절반이나 되어 먹고 나면 속이 쓰려 견딜 수가 없었다.” 
 
동쪽 집이 들들들 서쪽 집도 들들들  

보리 볶아 죽 쑤려고  맷돌소리 요란하네.  

체로도 치지 않고 기울도 까불지 않고  

그대로 죽을 쑤어 주린 창자 채운지만  

썩은 트림 신트림에 눈앞이 어질어질    

해도 달도 빛을 잃고 천지가 빙빙 돈다네. 

얼마나 굶주렸으면 눈앞이 어질어질하고 천지가 빙빙 돌까.

아침에도 보리죽 한 모금 저녁에도 보리죽 한 모금   

이것마저 잇기 어려운데 배부르기 바랄쏜가. 
 

있는 물건 모두 팔아 보리를 사려 해도        

내 물건은 팔리지 않아 기와조각 자갈이요    

파는 곡식은 날개 돋쳐 옥 같고 구슬 같네.  

보릿자루 하나 나면 모여든 자 수 백 명 이네.

내 보기엔 보리죽도 마을에서  부자나 먹네.

으리으리한 집에다가 정원 수목 우거져서   

소나무 대나무에 감나무에 돌밤나무

옷걸이엔 명주옷 찬장에는 놋그릇  

외양간에는  소 누웠고 홰에서는 닭이 자고  

말 잘하고 권력도 있고 수염도 멋지더라.     

극심한 가뭄에도 부자들은 보리죽이라도 먹는다. 하지만 일반 백성들은  보리죽도 못 먹는 신세이다. 이런데도 관아의  수령과 아전들은 본체 만체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어떤가.

사진 1 다산초당의  동암 안내판

사진 2  동암 전경

사진 3  다산동암 편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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