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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곤칼럼>부패는 망국의 지름길(22회)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청렴연수원 청렴강사)정약용, 아전을 고발하는 시 3편을 쓰다
등록날짜 [ 2020년02월02일 14시15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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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9년과 1810년 두 해에 걸쳐 전라도 지역에 극심한 흉년이 계속되었다. 유랑민들이 길을 메웠고 버려진 아이들이 길거리에 넘쳤다. 전염병마저 창궐하여 시신(屍身)들이 언덕을 메웠다.    

이러함에도 탐관오리들은 사태를 수습할 생각은 전혀 안 하고, 수탈만 일삼았다.
 
다산은 분개하였다. 그리하여 탐학만 일삼는 아전을 고발하는 <용산리(龍山吏)> · <파지리(波池吏)> · <해남리(海南吏)>, 소위 3리(三吏) 시를 지었다.  <용산리>는 당나라 시인 두보(杜甫 712∼770)의 <석호리(石壕吏)>, <파지리>는 <신안리(新安吏)>, <해남리>는 <동관리(潼關吏)> 시를 차운하였다.
  
그러면  3리(三吏) 시를 살펴보자. 먼저 <용산리>이다. 1810년 6월에 지은 이 시는 용산촌에 들이닥친 아전의 횡포를 고발한 시이다. 강진군 도암면 용흥리 용산마을이란 지명이 있는데 이곳이 용산촌인 것 같다.

다산은 두보의 <석호리> 시의 운을 차운하여 <용산리>시를 지었다.  두보는 안녹산의 난이 한창인 759년에 낙양에서 돌아오면서 석호촌(石壕吏)에 하룻밤 묵었는데, 하양의 역사(役事)를 위하여 징발에 끌려가는 할머니를 목격하고 시를 지었다. 그러면 <석호리> 시부터 감상하자. 시는 5언 4구, 6수이다.  

석호 마을에서

해질녘 석호촌에 투숙했는데      暮投石壕村
한 밤중에 사람 잡는 관리들      有吏夜捉人
영감은 담장 넘어 도망치고       老翁踰墻走
할멈 있어 대문 열고 내다보는데  老婦出門看


관리는  어째서 화내는고?                   吏呼一何怒
할멈은 또 얼마나 섦게 우는가               婦啼一何苦
할멈이 앞에 나가 사정하는 말 들으니.        聽婦前致詞
“세 아들이 업성에서 수자리 사는데          三男鄴城戌

 
한 아들이 편지 부쳐왔네           一男附書至
두 아들이 새 전투에서 전사했다고.  二男新戰死 
산 사람이야  모진 삶 살겠지만      存者且偸生
죽은 자는 다시 못 돌아오네.        死者長已矣


집안엔 사나이는 하나도 없고         室中更無人
오직 젖먹이 손주만 있어             惟有乳下孫
손주의 어미는 아직 남아있지만       孫有母未去
멀쩡한 나들이 옷 조차 없습죠.       出入無完裙


이 늙은이 기력은 떨어졌지만         老嫗力雖衰
이 밤에 나으리를 따라가              請從吏夜歸 
급히 하양의 부역에 응하면            急應河陽役
아침밥은 지을 수 있을 것이외다”     猶得備晨炊
                                     
밤이 깊자 말소리가 끊어졌는데       夜久語聲絶
흐느껴 우는 소리 잠결에 들은 듯.    如聞泣幽咽
날이 밝아 내가 길 떠날 때에는       天明登前途
늙은 영감 혼자와만 작별하네.        獨與老翁別


다산은 두보의 시를 차운하여 <용산리>시 6수를 지었다. 차운은 각 수의 1, 2구 마지막 글자이다. 따라서 1수의 차운은 촌과 인이고, 2수는 노, 고이다.


용산리(龍山吏) 두보(杜甫) 운에 차운함. 경오년(1810) 6월 

아전들이 용산촌에 들이닥쳐서      吏打龍山村
소 뒤져 관리에게 넘겨주는데       搜牛付官人
그 소 몰고 멀리멀리 사라지는 걸   驅牛遠遠去
집집마다 문에 기대어 보고만 있네.  家家倚門看

사또님 노여움만 막으려 하니     勉塞官長怒
그 누가 백성 고통 알아줄 건가.  誰知細民苦
유월에 쌀 찾아 바치라 하니                      六月索稻米
모질고 고달프기 수자리(국경을 지키는 일)보다 더하네. 毒痡甚征戍

좋은 소식은 끝내 오지 않고          德音竟不至
만 목숨 서로 포개고 죽을 판이네     萬命相枕死
제일 불쌍한 건 가난한 백성이라      窮生儘可哀
죽는 자가 오히려 팔자 편하네        死者寧哿矣

남편 없는 과부와                    婦寡無良人
손자 없는 늙은이들                  翁老無兒孫
빼앗긴 소 바라보며 엉엉 우는데     泫然望牛泣
눈물 떨어져 베적삼을 다 적시네     淚落沾衣裙

촌마을 모양새가 이렇게 피폐한데    村色劇疲衰
아전 놈 왜 가지 않고 앉아있을까    吏坐胡不歸

쌀독은 바닥난 지 이미 오랜데      甁甖久已罄
무슨 수로 저녁밥 짓는단 말인가    何能有夕炊

죽치고 앉아 남 못살게 구니        坐令生理絶
온 동네 사람들 목메어우네.         四隣同嗚咽
소 잡아 포를 떠서 세도가에 바치면  脯牛歸朱門
재주꾼 솜씨가 이로써 드러나네.     才諝以甄別

흉년에 먹을 것도 없는 마을에 들이닥쳐 세금안 낸다고 소마저 가져 가는 아전. 죽치고 앉아 밥 얻어먹고 가려는 아전. 이런 승냥이의 횡포에 분노가 치민다. 

사진  다산초당 (강진군 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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