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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곤 칼럼>두 얼굴의 고종 (5)

김세곤 (역사칼럼니스트) 공정인가? 사리사욕인가?
등록날짜 [ 2020년12월02일 12시05분 ]

1904년(고종 41년) 7월 15일에 중추원 의관(中樞院 議官) 안종덕은   고종의 공정에 대하여도 신랄하게 비판했다.  

“지금 폐하는 공정한 것을 좋아하나 조정에는 사리사욕이 넘쳐나고, 관리들 간에는 당(黨)이 갈라졌으며, 벼슬을 얻어 나가려는 자들은 대궐 안의 비호 세력과 결탁하고 세력에 끼려는 자들은 외세에 의지합니다.

재주도 없이 턱없는 과분한 벼슬을 지내는 것은 모두 세도 있는 집안의 인척들이고, 죄를 지고도 요행수로 면하는 것은 모두 권세 있는 가문의 청탁 결과입니다. 임용해야 할 벼슬자리가 있으면 비천한 자들을 사대부들보다 먼저 앉히며, 이익을 얻을 수 있으면 도적보다 더 심하게 빼앗아 냅니다.

천하에 잘 하는 일이라고는 오로지 사익을 채우는 일 한 가지뿐이니 이것이 무엇 때문입니까?

신은 폐하(陛下)의 공정(公正)함이 진실한 공정함이 아니지 않는가 생각합니다. 신이 어떻게 그렇다는 것을 알 수 있겠습니까? 공정이란 천리(天理)의 바른 것입니다. 추호도 욕망의 사사로움이 없어야 그것을 공정하다고 말 할 수 있습니다.



세상에 드문 큰 공을 세우기는 쉽지만 지극히 은밀한 본심을 보존하기는 어렵고, 중국이 오랑캐들을 내쫓기는 쉽지만 자기 한 사람의 사사로운 욕심을 없애기는 어렵다고 한 선현의 말씀은 매우 크나큰 경계로 삼을 만합니다.

모르기는 하여도, 폐하께서는 한가로이 홀로 있을 때나 조용히 사물을 대할 때 마음속에 공정만 있을 뿐 추호라도 욕심의 싹이 없었습니까? 이것은 폐하만이 알 수 있는 것이지 신으로서는 알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난 정령(政令)과 하는 일들로 미루어 폐하의 마음을 더듬어 보면 순전히 공적인 마음에서만 출발한 것이 아닌 것도 있는 듯합니다. 갑오경장 이후에 이른바 칙임관(勅任官)·주임관(奏任官)·판임관(判任官)의 구별이 있었지만, 한 사람도 위의 뜻에 순종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요즘의 관보를 보니, 칙임관·주임관·판임관의 벼슬이 매번 가까이 돌면서 사적인 총애를 받거나 점쟁이나 이단(異端)의 무리들에게 내려지는 것은 무엇 때문입니까?

이 두 무리들에도 어찌 등용할 만한 사람이 한 명도 없기야 하겠습니까마는, 명철하고 너그러운 임금들치고 이러한 무리들에게 높은 총애와 신임을 베푼 임금은 없었습니다.

대체로 이 무리들로 말하면 안팎으로 연계를 맺고 어디에서나 구애받지 않으며 간사한 술법을 숭상하여 심지가 간교한지라, 안으로는 남을 헐뜯고 시비를 전도하며 밖으로는 제 집안을 일으켜 세우고 권세를 구합니다.

그리하여 이익을 좋아하고 염치없는 시속 무리들이 앞다투어 추종하며 저마다 아부하여 편당을 만들고는 자기들과 다른 사람을 배척하고 충성스럽고 어진 사람을 쫓아냅니다. 이런 형세가 필경 나라를 망하게 만들고야 말 것이니, 어찌 경계해야 할 일이 아니겠습니까?

지금 중앙과 지방의 높고 낮은 관리들은 대부분 지조가 없고 턱없이 벼슬을 차지한 자들입니다. 약간이나마 염치가 있고 조금이나마 절개를 지닌 사람들은 임용되자마자 바로 쫓겨나고 벼슬에 나서자마자 물러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폐하의 공정한 마음을 헤아려서 왔다가 나중에는 이 무리들의 배척을 받고 떠나버립니다.


옛날의 어진 임금들은 저물녘에는 편히 쉬고 아침이 밝으면 정사를 보는 자리에 나가 엄숙하고 조용한 가운데 면류관을 바로 쓰고 남면(南面)하여 앉아 너그러운 마음과 편안한 몸으로 하루에 세 번씩 어진 관리들을 접견하여 위로는 중국 요임금과 순임금의 도리를 논하고 아래로는 백성들의 곤궁을 걱정하였는데, 말하는 것이 공정하며 임금은 사사로움이 없었으니, 이것이 바로 훌륭한 임금이 마음을 닦아 훌륭한 정사를 이룩하는 방도입니다.

대궐 안의 일은 알아서 안 될 일이기 때문에 신이 자세히는 모르겠습니다만, 가만히 듣건대, 폐하는 새벽녘에야 잠자리에 들어 정오가 지나서야 일어나므로 아침 식사를 들자마자 벌써 날이 저물어버린다고 합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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