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09월30일wed
 
티커뉴스
OFF
뉴스홈 > 사설ㆍ칼럼 > 김세곤칼럼
kakao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쪽지신고하기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기사스크랩 이메일문의 프린트하기

<김세곤칼럼>두 얼굴의 고종 (6)

김세곤 (역사칼럼니스트) 안종덕, 사적 총애를 경계하다.
등록날짜 [ 2020년12월03일 18시44분 ]

1904년(고종 41년) 7월 15일에 공정에 관한 안종덕의 상소는 계속된다.

“가만히 듣건대, 폐하는 새벽녘에야 잠자리에 들어 정오가 지나서야 일어나므로 아침 식사를 들자마자 벌써 날이 저물어 버린다고 합니다.

대문이 열리면 행랑(行廊)이 마치 시장 같아지고 항간의 잡된 무리와 시골의 부정한 무리들이 밀치며 꼬리를 물고 달려들어서는 폐하 앞에서 버릇이란 전혀 없이 부산스레 들락날락하니, 말하는 것이란 무엇을 꾀하는 것이며 도모하는 것이 무슨 일이겠습니까?

폐하를 보좌하여 일을 주관해야 할 높은 관리들과 폐하를 위해 생각도 하고 논의도 해야 할 경연(經筵) 신하들은 해가 지나도록 폐하를 만나 뵙지 못하고 그저 문서나 받아 처리하며 녹봉이나 축내면서 구차하게 벼슬자리나 차지하고 있을 뿐입니다.

이런 판이니 그 속에서 나오는 계책과 온 나라에 시행되는 정사가 과연 공정한 것이겠습니까, 사적인 것이겠습니까?

 
이러한 것들은 명철한 임금이 정사를 베푸는 원칙에 손상을 주는 것 일뿐 아니라, 옥체를 조섭하는 도리에도 해를 끼치는 것이기 때문에 신은 심히 우려스럽습니다.

신은 폐하께서 정사의 도리에 마음을 집중하고 옛 문헌들을 널리 보았으므로 옳고 그른 것과 공과 사를 구별하는 것이라든가, 정사가 잘 되고 못 되는 것과 나라가 흥하고 망하는 것을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가까이에서 맴돌며 사적인 총애를 받는 자들이 조정의 벼슬을 널리 차지하고, 불순하고 이단을 숭배하는 자들이 대궐에 드나드는 것은 폐하의 덕에 누를 끼치고 성세(盛世)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어찌 모르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쓸모가 있다 하여 없애지 못하는 것은 무엇 때문입니까?

정사가 뜻대로 되지 않고 여러 번 난리를 겪고 나니 조정 신하들의 용렬함을 굽어보다가 귀찮다는 마음이 생기고, 변란이 끝없음을 깊이 걱정하다가 두려운 생각이 들어서 마침내 사적으로 가까운 사람들을 많이 두고, 계책과 술법을 쓰는 자들을 은밀히 찾아 위급한 난국에 대처하자는 것인지요? 폐하(陛下)의 생각이 이런 데서 나왔다면 그것은 오히려 공정한 도리가 아닙니다.

(중략) 어진 사람을 등용하고 유능한 사람에게 벼슬을 맡기며 마음을 터놓고 공적인 것을 시행하며 누구나 똑같이 어질게 대하고 누구에게나 전심으로 대한다면 조정의 모든 관리들이 어찌 폐하의 팔다리 노릇을 하지 않고, 온 나라 군사와 만백성이 어찌 폐하의 자식 노릇을 하지 않으며, 불행하게 위태로운 때를 만난들 어찌 폐하를 위해 한 목숨 바치지 않겠습니까?

이것을 도모하지 않고 사적인 총애만 오래 하다보면, 사적으로 가까운 사람은 몇 안 되고 나머지는 모두 먼 사람이 될 것이니 폐하의 소유가 어찌 적어지지 않겠으며 폐하의 형세가 어찌 외로워지지 않겠습니까?


이른바 사적인 총애를 받는 자들이란 어려운 때에는 믿을 수 없는 자들입니다.

원컨대, 폐하께서는 공적인 도리를 널리 시행하여 사적인 총애를 받는 자들을 내쫓고 신망 있는 사람을 널리 등용하소서. 무슨 대책을 세울 때에는 조정에 묻고 개인들과 의논하지 말며, 관직을 맡기기 위해서 인재를 선발하는 경우에는 벼슬에서 물러난 지조 있고 충직한 선비들 속에서 구할 것이요, 연줄을 대어 결탁하는 간사하고 부정한 무리들 속에서 찾지 말 것입니다.

하늘이 준 지위와 직책을 어진 사람들과 함께 지켜나가며 감히 개인적인 은혜를 베푸는 수단으로 삼지 않는다면 해와 달이 다시 빛나고 만방이 다 우러르고 조정이 깨끗해지고 온 나라가 기뻐 감복하여 임금의 교화가 크게 시행될 것이니 폐하께서는 굽어살피소서.”

저작권자 ⓒ 이데이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 0 내려 0
김세곤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무통장입금 정보입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관련뉴스]
<김세곤칼럼>두 얼굴의 고종 (7)
<김세곤 칼럼>두 얼굴의 고종 (5)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기사스크랩 이메일문의 프린트하기
<김세곤칼럼>두 얼굴의 고종 (7) (2020-12-06 22:43:39)
<김세곤 칼럼>두 얼굴의 고종 (5) (2020-12-02 12:05:00)
영광군, 2026년 새기술 보급사...
‘나주 글로벌 에너지포럼 2026...
순천시, 시민이 체감하는 ‘깨...
광주특별시 남구시니어클럽, 노...
전남광주특별시교육청, 삼성전...
장성역 일원, ‘차 없는 거리 ...
전남광주특별시교육청, ‘찾아...
현재접속자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