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02월28일sun
 
티커뉴스
OFF
뉴스홈 > 사설ㆍ칼럼 > 김세곤칼럼
kakao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쪽지신고하기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기사스크랩 이메일문의 프린트하기

<김세곤칼럼>러일전쟁 중에도 미신에 빠진 고종 황제

김세곤 (역사칼럼니스트)1904년 5월 27일의 윤치호 일기로 고종 황제의 심경 탐독
등록날짜 [ 2021년02월08일 11시10분 ]

“고종은 병적으로 미신에 빠져 있으며, 1895년 갑오개혁 기간 중 궁중에서 쫓겨났던 무당들이 궁중의 모든 일에 영향력을 미치고 국고로 들어가야 할 세금까지 가로챘다. 고종은 전투가 일본에게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던 1904년 11월에도 러시아가 승리할 것이라는 무당들의 말들 듣고 안심했다는 것이다.”
 

고종과 가장 친한 주한미국공사 알렌이 1904년 11월 18일에 미 국무부에 보낸 보고서이다. (정성화 외, 러일전쟁과 동북아의 변화, 선인, 2006, p 28)
고종의 미신사랑은 명성황후가 총애하는 무당을 진령군으로 봉한 일화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황후가 죽은 지 10년이 다 되는데도 미신에 빠져 있다니.

그저 한숨만 나온다. 혹시나 알렌의 보고가 잘못되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여 자료를 뒤져서 두 사료를 찾았다. 하나는 1904년 5월 27일의 윤치호 일기이다. 이 사료는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 데이터베이스- 한국사료총서에 수록되어 있다.  “5월 27일 간밤에 비.4. 이런 모든 일이 일어나고 있는 동안 황제는 궁궐을 짓느라 분주하다. (1904년 4월 14일에 경운궁이 모두 불탔다- 필자 주)


무당과 점쟁이들이 있는 방 두 칸에서 시간을 보내는 황제, 난방을 한 곁방 밖으로 나와 한낮의 햇빛을 보거나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싶어 하지도 않고 그렇게 할 시간도 없는 황제, 권력이 일상이고 부패가 즐거움이고 음모가 인생인 황제. 이 황제는 이 저주받은 나라의 저주받은 백성들로부터 갈취한 몇백만 원의 돈을 궁궐을 짓는 데 낭비하고 있다.”

 또 하나는 1904년 9월 2일에 의정부 참정 신기선이 올린 상소이다. 이는 1904년 9월 2일 자 고종실록에 수록되어 있다.  

" 현재 온몸과 터럭들까지 다 병들어 단 한 점의 살점도 성한 것이 없이 만신창이가 된 것처럼 온갖 법이 문란해지고 모든 정사가 그르쳐졌습니다. 하나하나 두루 진찰해 보면 그 어떤 약도 효력을 볼 수 없습니다.

그러나 증세에 대한 처방을 가장 근원적인 데서 찾으면 두 가지 문제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 두 가지 문제는 심원한 논의가 아니며 본래 평소의 확실한 이치여서 시행하기 쉬운 것입니다. 폐하께서는 무엇을 꺼려 시행하지 않겠습니까?”

신기선은 당장 시행하기 쉬운 두 가지 문제로서 대궐을 엄숙하고 맑게 하는 일과 뇌물을 없애는 일을 상소한다.  “첫째, 대궐을 엄숙하고 맑게 하는 것입니다. ... 위에서 정사를 깨끗이 하여야 아래서 명령을 미덥게 여기고 온 나라가 임금을 천신처럼 떠받들게 되어 백성들이 크나큰 교화를 입게 되고 나라가 태산의 반석처럼 안정되는 것입니다.

지금은 하찮고 간사한 무리들이 폐하의 곁에서 가까이 지내는가 하면 점쟁이나 허튼 술법을 하는 무리들이 대궐 안에 가득합니다.

대신은 폐하를 뵈올 길이 없고 하찮은 관리만 늘 폐하를 뵙게 됩니다. 정사를 보는 자리는 체모나 엄할 뿐 서리나 하인들이 직접 폐하의 분부를 듣습니다. 시골의 무뢰배들이 대궐의 섬돌에 꼬리를 물고 드나들며 항간의 무당 할미 따위들이 대궐에 마구 들어갑니다.

평소에 감히 보통 관리도 가까이하지 못하던 자들이 폐하의 앞을 난잡하게 마구 질러다닙니다. 이로 인하여 벼슬을 함부로 주고 이를 통해 청탁이 공공연히 벌어집니다. 굿판이 대궐에서 함부로 벌어지고 장수하기를 빌러 명산(名山)으로 가는 무리들이 길을 덮었습니다.”

신기선은 대궐에 점쟁이와 무당이 마구 드나들고 굿판이 벌어지고 청탁이 공공연히 벌어지는 세태를 꼬집는다.

“근원이 되는 곳이 이처럼 문란하기 때문에 자질구레한 일들에까지 폐하께서 나서게 되어 여러 신하들이 게을러지고, 공적인 도리가 시행되지 못해서 모든 정사가 다 그르쳐져서 나라가 나라 구실을 못하게 되고 외국인의 충고까지 받게 되었습니다. 폐하께서는 그래도 깨닫지 못합니까?

삼가 바라건대 폐하께서는 선뜻 마음을 돌려 신속히 조상들의 옛 가법대로 소인(小人)들을 멀리하고 어진 사대부들을 가까이하며 경관(警官)들에게 엄히 신칙(申飭)하여 필요 없이 대궐에 들어가는 것을 단속하여서 대궐을 엄숙하고 맑게 만들어야 합니다.

폐하가 정복(正服) 차림을 하고 깨끗한 마음으로 날마다 재상과 대신(大臣)을 만나 정사의 도리를 강론한다면 정사가 어찌 깨끗해지지 않고 법이 어찌 서지 않으며 대궐의 문란이 어디에서 생기겠습니까?”

그런데 고종의 비답(批答)이 걸작이다.

"정사의 요점을 깊이 터득한 것으로서 매우 극진하여 마음이 툭 트인다. 그러나 현재 시행하려면 역시 곤란한 점이 있으니 응당 잘 참작해서 돈독하게 도움을 줄 것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사직하겠다는 말을 거두고 즉시 일을 보도록 하라.”점쟁이와 무당을 궁궐에서 내쫓는 일을 시행하는데 무슨 곤란한 점이 있다는 것인가? 참으로 답답하다. 

올려 0 내려 0
김세곤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무통장입금 정보입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관련뉴스]
<김세곤칼럼>1905년, 고종의 미신 현혹 실상
<김세곤칼럼>을사늑약 전야 (6)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기사스크랩 이메일문의 프린트하기
<김세곤칼럼>1905년, 고종의 미신 현혹 실상 (2021-02-09 09:13:44)
<김세곤칼럼>을사늑약 전야 (7) (2021-02-06 16:14:56)
<강대의 칼럼>현암 이을...
나주시, 부서별 시책 추진계획 ...
이현창 전남도의회 경제관광문...
전남 담양 스마트베리팜, ‘신...
영광군, 관내 거주 독립유공자 ...
‘판결문으로 본 광주‧...
전남도, 2021년 ‘양성평등기금...
현재접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