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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곤칼럼>카프카와 프라하 (7)

김세곤 (역사칼럼니스트) 불꽃 같은 여인, 밀레나 예젠스카
등록날짜 [ 2020년10월18일 23시54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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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 2월과 3월 사이에 프란츠 카프카(1883∼1924)는 오스트리아 빈에 사는 밀레나 예젠스카(1896~1944)로 부터 자신의 소설「화부」를 체코어로 번역하게 해 달라고 부탁하는 내용의 편지를 받았다.

카프카보다 열세 살이나 어린 밀레나는 24세의 유부녀였다. 프라하 명문가 출신인 그녀는 유대인이 아니라 체코인이었다. 그녀의 조상 중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은 프라하 대학 총장을 지낸 의사 요한 에쎄니우스였다. 그는 1621년에 '보헤미아의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투쟁하다가 단두대에서 희생당했다.

밀레나의 아버지 얀은 저명한 턱 교정 전문의였고 애국자였으며, 무엇보다도 폭군이었다. 아버지는 딸이 프라하가 다 아는 바람둥이고 유대인인 에른스트 폴락과 결혼하는 것을 한사코 반대했다. 체코 명문가에서 유대인과의 결혼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아버지는 밀레나를 정신병원이나 다름없는 정신요양원에 감금했다.


그러나 아버지의 반대는 밀레나에게 더욱 폴락을 사랑하게 만들었고, 1917년 8월에 성년이 된 밀레나는 에른스트 폴락과 결혼하고 프라하를 떠나 빈으로 갔다. 혹시 있을지도 모를 아버지의 간섭을 공간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들려는 의도에서였다.

두 사람은 주로 카페에서 시간을 보냈는데 폴락은 활발한 활동 덕분에 빈에서도 유명인사가 되었다. 그런데 폴락은 상습적으로 바람을 피워 밀레나와의 관계가 파탄 났다. 홀로 살아야 하는 밀레나는 가난에 시달렸고 신문사에 취업했다. 



4월에 밀레나가 체코어로 번역한 카프카의 소설 「화부」가  잡지 『크멘』에 실렸고, 카프카와 밀레나 사이에 편지 왕래가 시작되었다.  당시 카프카는 이탈리아 북부 티롤 지방의 도시 메란에서 치료를 받고있었다. 그는 메란에서 편안하게 요양을 하여 병이 나았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의 병은 치유가 불가능했다.

멜란에서 카프카는 밀레나를 연인으로 생각하면서 불을 지핀다. 5월에 카프카가 친구 막스 브로트에게 보낸 편지를 읽어보자. 

“밀레나는 하나의 살아있는 불꽃이야. 내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그런 ... 게다가 너무도 사랑스럽고 용감하고 영리하며 모든 것을 희생 속으로 던저 넣어 버리지. 아니, 말하자면, 모든 것을 희생을 통해 획득했다고 할까?”

카프카는 6월 12일의 편지에서 밀레나를 당신이라고 불렀다. 편지 앞머리에 ‘사랑하는 밀레나 여사에게’라고 노골적인 애정을 표시한다. 

6월 말까지 메란에 머문 카프카는 수십 통의 편지를 밀레나와 주고 받았다. 밀레나는 카프카에게 메란에서 프라하로 돌아갈 때 빈을 들려달라고 편지를 쓴다. 카프카는 기꺼이 밀레나의 요청을 받아들였고 6월29일부터 빈에서 4일간 밀레나와 함께 지냈다. 이 만남에서 두 사람은 다시 한번 애정을 확인했다.

밀레나는 나흘간의 만남을 이렇게 회상했다.

“저는 그를 알기 전부터 익히 그의 불안을 알고 있었습니다. ... 그런데 그가 제 곁에 있었던 나흘동안 그에게는 불안감이 없었습니다. 우리는 불안을 비웃었어요. ... 긴장이라고는 조금도 필요치 않았어요. 모든 것이 분명하고 간단했지요. ... 그의 병도 나흘 동안에는 그저 가벼운 감기같은 것 뿐이었습니다. (막스 브로트, <카프카 전기>)”


(조성관 지음, 프라하가 사랑한 천재들, p 57-61)


카프카가 프라하로 돌아온 몇 주 후에 카프카는 오스트리아와 체코슬로바키아의 국경지대 기차역 그뮌트에서 밀레나를 재회했다. 이때 밀레나는 카프카가 빈으로 와서 자신을 도와주기를 원한 반면, 카프카는 밀레나가 하루빨리 빈을 떠나 프라하로 돌아오길 바랐다. 

이후에도 두 사람은 그뮌트 역에서 종종 만났다. 카프카는 밀레나에게 푹 빠졌다. 8월 9일에 프라하에서 쓴 카프카의 일기를 읽어보자.

 
“나는 당신을 사랑하기에 온 세계를 사랑하며, 그 세계에는 당신의 왼쪽 어깨도 속해 있습니다. 아니 그것은 처음에는 오른쪽 어깨였습니다.”

사진  22세의 밀레나 예젠스카 (191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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