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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곤칼럼>카프카와 프라하 (9)

김세곤 (역사칼럼니스트) 단식 광대
등록날짜 [ 2020년11월01일 18시44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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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2년에 건강이 안 좋은 카프카는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제는 산발적인 메모가 아니라 철저하게 구조를 갖춘 작품들이었다. 그는 1922년 1월에 「첫 번째 시련」을 썼다. 이 소설에는 삶과 글쓰기 사이에서 균형을 잡지 못하는 문학가의 삶이 묘사되었다.

카프카는 2월에「단식광대」를 쓰기 시작하여 5월에 탈고했다. 


「단식광대」는 한때 관중의 인기를 끌지만, 세월이 지나자 철저히     외면당하고 쓸쓸히 죽어가는 광대 이야기이다.

처음에 관중들은 단식 쇼에 대해 열광했다. 많은 사람이 하루에 한 번씩 구경 올 정도였다. 공연 매니저는 40일이 지나면 그에게 단식을 중단시키고 단식 성공 자축 행사를 하면서 음식을 제공한다. 

공연 매니저가 단식 기한을 40일로 한 것은 ‘예수가 광야에서 악마의 유혹을 이기며 40일간 금식한 것’(마태복음 4장)을 패러디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단식광대를 철저히 외면했고 공연 매니저도 그만둔다. 이러자 단식광대는 대형서커스단에 고용되어 동물 우리 옆에 있는 작은 우리를 배정받는 신세로 몰락한다.

하지만 그는  사람의 관심을 못 받아도 세상을 놀라게 할 단식 신기록을 세우고자 단식을 계속한다. 처음에 그는 단식 일자를 세다가 나중엔 단식 일수도 모른 채 단식을 계속한다. 한참 뒤 서커스 단원들은 짚 아래에서 앙상하게 말라버린 그를 발견한다.


단식광대는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자신이 단식하는 이유를 말해준다. 그것은 자신에게 맛있는 음식물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결국 단식광대는 짚과 함께 땅에 파묻힌다. 그가 죽은 후 우리엔 젊은 표범이 들어온다, 표범은 맹수답게 뜨거운 열기를 내뿜으며 삶의 기쁨으로 충만해 있다. 몰려든 관중들은 표범에 환호한다. 

단식광대가 죽은 후에 관객들이 표범을 보고 환호하는 것은 단식광대의 예술에 대한 이해와 관객의 예술에 대한 이해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예술에 탐닉하는 삶은 오직 죽음 속에서 실현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단식광대의 해방은 비극적 승리이다.

한편 표범에 대한 카프카의 서술은 아이러니를 담고 있다. 왜냐하면 표범은 자신이 누리던 자유를 박탈당하고 어쩔 수 없이 좁은 우리에 갇힌 존재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원초적 욕구를 지닌 표범에게는 지옥같은 공간이다.

요컨대 카프카는 <단식광대>를 통하여 자신의 글쓰기가 대중의 인기와 무관한 것이고, 자기 희열을 위한 작업임을 말하고 싶었으리라. 

예술가에게 예술이라는 것은, 단식광대가 단식하듯이 자신의 내적인 본질과 일치하는 욕구이자 충동이다. 따라서 단식은 보통 사람들에게는 엄격한 금욕이지만, 단식 광대에게는 예술가적 삶에 대한 자기 확인인 셈이다.

한편 카프카는 단식광대를 탈고한 후 두 달이 지난 1922년 7월 초에 친구 막스 브로트에게 보낸 편지에서 ‘글쓰기는 악마를 위한 달콤한 봉사’라고 쓴다. 작가로 살아온 삶을 결산하는 듯한 고백이다.

1922년 10월에 단식광대는 <노이에 룬트샤우>지에 게재되었다. 이후 카프카는 건강은 악화되어 11월 29일에는 자신의 작품을 불태워 달라는 유언을 남긴다.

1923년 7월 5일에 그는 누이동생 엘리 부부와 함께 발틱해의 뮈리츠로 병가를 떠난다. 도중에 그는 베를린에서 브로트가 소개한 '디 슈미데' 출판사와  단편집 「단식광대」의 출판 계약을 한다.

프라하 화약 탑 (카프카와 막스 브로트의 만남의 장소)

1924년 4월 말에 단편집 「단식광대」의 조판이 시작된다. 책의 제목처럼 요양원에 입원한 카프카는 부어오른 후두 때문에 딱딱한 음식물을 넘길 수 없었다. 이런 상태에서 카프카는 「단식광대」의 교정을 보았다.  따라서 이 작품은 카프카의 마지막 손길이 묻어있다. 6월에「단식광대」가 출간되었다. 생전의 마지막 작품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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