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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곤칼럼>을사늑약 톺아보기 (10)

김세곤 (역사칼럼니스트)"빨리 처분을 내려서 500년 동안 조종(祖宗)이 지켜온 기업(基業)을 보존하소서."
등록날짜 [ 2021년04월02일 16시25분 ]

을사늑약이 체결된 지 3일이 지난 1905년 11월 21일에 정2품 박기양이 을사늑약을 맺은 대신들을 처벌하라고 상소하였다. 
 

"며칠 사이에 항간에 돌아가는 말을 대략 들어보니 일본 공사(公使)가 조약을 새로 체결하는 문제를 가지고 정부에서 모임을 열고 갖가지로 협박했는데도, 아! 저 주무대신 박제순은 외국인과 한통속이 되어 외부(外部)의 인장을 가지고 들어가 상호조인을 해서 넘겨주었고, 참정은 다른 곳에다 구속해두어서 전혀 보지도 알지도 못하였다고 합니다.

... 다른 대신(大臣)들도 힘껏 항거할 생각은 하지 않고 모두 좋다는 서명을 하였으니 그 마음을 들여다보면 같으면서도 다르고 다르면서도 같은 것입니다만, 주무 대신에 대해서는 더욱더 통절한 느낌이 듭니다. ...

삼가 바라건대, 밝으신 성상께서는 분연히 결단하여 이 매국 역적들을 한순간도 지체하지 말고 전형(典刑)을 분명히 바로잡으소서. 다시 칙령(勅令)으로 외부대신을 체차(遞差)하소서. ...

그리고 조약을 바로잡는 법은 정부에서 폐하에게 아뢰고 폐하는 정부에 물어서 의논한 내용이 일치를 보게 된 다음에야 외부가 날인하여야 신의를 이룬다고 들었습니다. 이번 것은 폐하가 뜻을 말하지 않았고 참정이 응하지 않았으며 단지 역신이 가지고 있는 인장을 억지로 빼앗아 갔으므로 신뢰할 만한 규식을 갖춘 것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도로 찾아다 지워서 없애버릴 도리가 있는 것이지만 존망에 관계되고 시일이 급하니 특별히 널리 헤아려 진청(陳請)하도록 허락해 주소서." 이러자 고종이 비답하였다. "조약을 약정하는 법은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이번의 경우 또한 참작할 점이 있다." (고종실록 1905년 11월 21일 1번째 기사)  

하지만 고종은 외부대신 박제순을 해임하기는 커녕, 다음날인 11월 22일에 의정부 의정대신(議政大臣) 서리(署理)업무까지 맡겼다. (고종실록 1905년 1월 22일 1번째 기사)

박제순을 더욱 중용한 고종의 처사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래서 고종은 이중성을 지녔다는 비판을 받는다. 11월 23일에 원임 의정(原任議政) 조병세(1827~1905 12.1)가 청대(請對)하여 고종을 소견(召見)하였다. 을사늑약 체결 소식을 듣고 79세의 노구를 이끌고 가평에서 올라온 것이다. 

조병세가 고종에게 아뢰었다. "신이 일전에 궐내에서 있었던 일에 대하여 듣고 죽음을 무릅쓰고 올라 왔으나 정신이 흐려서 말로는 다 이야기할 수 없으므로 삼가 간단한 차자를 지어 아룁니다.

신이 병으로 시골집에 누워서 목숨이 거의 끊어지던 와중에 중 갑자기 듣자니, 일본 공사가 다섯 가지의 조건을 가지고 조약을 맺기를 요청하였다는데 이른바 그 다섯 가지 조목은 모두가 나라의 존망과 관련되는 관건이기 때문에 아무리 위협하고 협박하더라도 폐하의 뜻은 확고하게 흔들리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런데 정부의 신하들이 감히 사사로이 서로 가타부타하였으며 심지어 외부(外部)에서 조인(調印)까지 하였다고 하는데 고금 천하에 전에 없는 이런 변이 있습니까?

천하라는 것은 천하 사람들의 천하이지 한 개인이나 한 집안의 사적인 소유물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나라에 중대한 일이 생기면 존엄한 임금도 위에서 독단하지 못하고 반드시 시임 및 원임 대신, 2품 이상의 관원들, 지방에 있는 유현들과 의논한 다음에 결안(決案)하는 것이 바로 조종조(祖宗朝)의 변함없는 법이었습니다.

이번 일본 공사가 청한 5가지 조목은 관계되는 것이 어떠하며 얼마나 중요합니까? 그런데 한두 신하들이 폐하의 뜻을 받들지도 않고, 옛 법을 따르지도 않고 어찌 제 마음대로 옳거니 그르거니 하면서 나라를 남에게 넘겨준단 말입니까?

임금과 법을 멸시한 그 죄는 만 번 죽어도 오히려 가볍습니다. 주관하고 의견을 제시한 박제순을 빨리 정형(正刑)으로 다스려서 세상에 사죄하며 그 때 회의에 참석하였던 각 부의 대신들을 모두 우선 본래의 관직에서 파면시키고 법부(法部)에 구류하여 나라를 팔아먹은 죄목으로 조율할 것입니다.

그러니 즉시 조칙을 내려 해당 의안(議案)을 무효화시키고 반드시 강직한 신하를 외부 대신에 임용하여 그 의안은 시행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각국 공사관, 영사관에 분명히 밝히도록 하소서.

신은 조칙(詔勅)을 써서 내리기 전에 물러갈 수 없으며 처분을 받지 못하면 차라리 대궐 섬돌에다 머리를 찧어서 죽을지언정 의리상 차마 살아서 대궐 문 밖에 나갈 수 없습니다.

삼가 바라건대, 폐하께서는 빨리 처분을 내려서 500년 동안 조종(祖宗)이 지켜온 기업(基業)을 보존하소서."고종이 답하였다. "임금에게 충성스럽고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절절한 경으로서 어찌 이러지 않을 수 있겠는가? 지난번의 일은 과연 졸지에 일어난 일이지만 어찌 조용히 좋은 방법이 없겠는가? 밤공기가 몹시 차서 실로 염려스러운데, 바라노니 경은 즉시 물러가서 나의 마음을 안심시키라." (고종실록 1905년 11월 23일 1번째 기사)

고종의 답변은 극히 의례적(儀禮的)이다. 박제순 이하 대신들에 대한 파면 조치는 전혀 언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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