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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곤칼럼>을사늑약 톺아보기 (13)

김세곤 (역사칼럼니스트)종묘 사직, 신하와 백성들을 깊이 염려하여 빨리 5적을 처단하고 허위 조약서를 되돌려야...
등록날짜 [ 2021년04월18일 10시51분 ]

1905년 11월 25일에도 상소가 빗발쳤다. 전 시독(侍讀) 강원형이 한일 협상 조약을 맺은 대신들을 처벌하라고 상소하였다
 

"대체로 양국 사이에 조약을 체결하는 것이 얼마나 중대한 일입니까? 반드시 임금이 윤허하여 재가하고 대신이 인준하며 만민이 승복해야만 협의가 일치하였다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토 히로부미가 청한 다섯 가지 조목은 온 나라를 빼앗는 권한을 쥐는 것으로서 삼척동자도 증오스럽다는 것을 아는데 대신들이 조인에 ‘가(可)’라고 쓴 것은 너무 분노스럽습니다. 

(중략) 바라건대, 폐하께서는 분연히 결단하여 속히 명령을 내려 협박을 받았건 그렇지 않았건 따질 것 없이 조인하는 것을 옳다고 쓴 역적들은 법부에 넘겨 그 목을 베어 거리에 매다십시오."

고종이 비답하였다.

"그대들의 말은 이미 이해하고 있는 것이니 거듭 번거롭게 굴 것은 없다." (고종실록 1905년 11월 25일 9번째 기사) 이어서 법부주사 안병찬이 을사늑약을 맺은 대신들을 처벌하라고  상소하였다.
 

"춘추(春秋)의 법으로 말하면 난신적자는 누구나 처단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지금 이른바 외부 대신 박제순, 내부 대신 이지용, 군부 대신 이근택, 학부 대신 이완용, 농상공부 대신 권중현 등 5적이 어찌 처단할 수 있는 역적이 아니겠으며 다섯 대의 수레에 몸을 찢어 돌린들 어찌 그 죄를 다 적용한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대체로 나라가 나라로 되는 까닭은 법과 함께 권세가 있기 때문입니다. 법이 시행되지 않고 권세가 서지 않으면 아무리 임금의 자리라 하더라도 죽은 것과 같고 종묘사직이 옮겨지지 않았더라도 나라는 망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중략) 이미 폐하가 윤허하여 주지 않았고 또한 참정이 굳게 거절했는데 저 무리들은 무슨 심보로 가지고 제멋대로 조약에 조인한단 말입니까? 이는 나라와 백성들을 일개 지푸라기만큼도 여기지 않은 것입니다.

폐하가 10여 년 동안이나 이 무리들을 각별히 기른 보람이 이 지경으로 나타났으니 아! 폐하도 이에 대해 뉘우치는 마음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의당 빨리 그들의 머리를 베어서 조종(祖宗)에 사죄하고 백성들에게 사죄하기에 겨를이 없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참고 관대하게 용납하여 그들이 뜻을 굽히고 거짓을 꾸며 올린 상소문에 다시 비답을 내려 사임하지 말고 공무를 보라고 권면하였습니다.

그러니 폐하가 이 무리들을 시켜서 4천 년 우리나라를 망하게 만든 셈입니다. 그러고도 다시 무엇이 미진하여 그들이 혹 벼슬에서 떠날까 두려워하는 것입니까? (중략) 온 나라의 신민(臣民)들은 그들의 몸을 씹으려고 하는데 어째서 폐하는 유약하게 참는 것이 이렇게 심한 지경에 이르렀습니까?

(중략) 오늘날을 위한 계책은 오로지 박제순 이하 5적의 머리를 빨리 잘라서 거리에 달아맴으로써 온 나라를 크게 각성시키는 데 있습니다. 또한 각 국에 공문을 보내어 일본인들이 역적들과 함께 나라를 기만하여 약탈한 죄를 폭로하고 사람들을 크게 모아서 회의하여 억지로 만들어낸 가짜 조약문을 도로 가져다가 불 속에 처넣어 우리 한국의 독립 자주권을 거듭 명백히 밝혀서 다시는 침해하는 폐단이 없게 만든 다음에야 법이 시행되고 권한이 서서 국내 정사와 외교에 비로소 두서가 잡힐 것입니다.

이렇게 하지 않고 그냥 이처럼 유약하게 참으면서 결단하지 못한다면 종묘 사직은 폐허가 되고 백성들은 어육(魚肉)의 신세가 되며 폐하 자신도 갈 곳이 없게 됩니다. 아! 통탄스럽지 않겠습니까?

신은 변변치 못한 사람이기는 하지만 차마 조종조(祖宗朝)가 남긴 백성으로서 부모가 물려준 몸이 저들의 노예 신세가 되고서는 잠시도 세상에 살 수가 없습니다. 바라건대, 폐하께서는 종묘 사직, 신하와 백성들을 깊이 염려하여 빨리 5적을 처단하고 허위 조약서를 되돌리라는 신의 요청을 시행하소서.

만일 시행하지 않는다면 신은 도끼를 가지고 와서 대궐에 엎드려 엄한 처분을 기다릴 것이니, 바라건대, 그 도끼로 속히 신의 머리를 잘라서 나라를 팔아먹은 여러 역적들에게 사죄시킬 것입니다."

고종이 비답하였다.  "여러 상소문에 내린 비답을 보고 이해되는 점이 있을 것이니, 즉시 물러나 그대의 직무를 수행하라." (고종실록 1905년 11월 25일 10번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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