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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곤칼럼>을사늑약 톺아보기 (17)

김세곤 (역사칼럼니스트)"명나라 의종(毅宗)이 사직을 위해 순국한 의리를 듣지 못하셨습니까?."
등록날짜 [ 2021년04월29일 16시37분 ]

1905년 11월 28일 조병세, 민영환 등이 물러나지 않고 상소를 계속하자에 고종은 조병세, 민영환 등을 잡아들이라고 명령을 내렸다.

"하는 말들이 일치된 공론에서 나온 것이니 연이어 글을 올리는 것이야 도리에 어긋날 걱정이 뭐 있겠는가마는, 대궐 안에 머물러 있은 지 이미 이틀째이니 이것은 국조 이래 없었던 해괴한 일이다.

여러번 타일렀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물러가지 않는데 신하의 분수로 보아 어찌 이런 것이 용납되겠는가? 소두(疏頭 주동자) 이하를 모두 법부에서 잡아넣어 징계 처분하라." (고종실록 1905년 11월 28일 5번째 기사)  

이러자 비서감 승(祕書監 丞) 이명상 등이 상소하여, 소두(疏頭) 이하를 잡아들이라는 명을 빨리 거두길 청했다. 하지만 고종은 "방금 처분을 내렸다."고 답했다. 처벌 의사를 밝힌 것이다. (고종실록 1905년 11월 28일 6번째 기사)

다음날인 11월 29일에 법부 대신 이하영이 보고했다. “삼가 조칙(詔勅)을 받고 소두(疏頭) 이하에 대하여 잡아들이려는 때에 시종 무관장 민영환 등이 이미 평리원(平理院)에서 대명(待命)하고 있습니다.”

이러자 고종은 잡아들이라는 명령을 철회하였다. (고종실록 1905년 11월 29일 3번째 기사) 이어서 고종은 조병세, 이근명에게 집으로 돌아가도록 명하였다.
 
"전날의 처분은 어쩔 수 없었다. 경들은 양해바라며, 즉시 집으로 돌아가라." (고종실록 1905년 11월 29일 2번째 기사)
한편 이 날 면암 최익현이 을사조약을 맺은 대신들을 처벌하라고 상소하였다. (고종실록 1905년 11월 29일 4번째 기사)  

"아! 통분합니다. 난신적자가 어느 시대인들 없었겠습니까만, 이번에 외국과의 조약을 제멋대로 조인한 외부 대신 박제순, 내부 대신 이지용, 군부 대신 이근택, 학부 대신 이완용, 농상공부 대신 권중현과 같은 자들이 어찌 있었겠습니까? 박제순 이하 오적은 만번 능지처참 해도 오히려 남은 죄가 있을 것입니다.

일본이 시모노세키조약 및 일본과 러시아 간의 선전 포고서를 낸 이래  우리나라의 자주독립 및 영토를 보전한다고 말한 것이 몇 차례이며, 우리나라의 이익을 약탈하고도 걸핏하면 한국과 일본 양국이 서로의 우의를 더욱 친밀하게 한다고 말한 것이 몇 차례입니까?

폐하께서는 지금 저들이 황실을 보전한다고 하는 말을 정말 믿으십니까? 지금은 임금의 자리도 교체되지 않고 각국의 공사들도 돌아가기 이전입니다. 그리고 계약서도 다행히 폐하의 윤허를 거치지 않은 것이니, 그렇다면 저들이 믿는 것이란 역적들이 억지로 조인한 허위 조약에 불과한 것입니다.

마땅히 우선 박제순 이하 오적(五賊)의 머리를 잘라 나라를 팔아먹은 죄를 다스리소서. 그리고 일본 공사관에 시급히 공문을 띄워, 강요에 의한 것이므로 조약이 아닌 허위 문서를 회수해 없애버려야 할 것입니다. 또한 급히 각국 공사관에 통지하여 회의를 열고 일본의 죄악에 대해 성명을 내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해야 세상의 모든 나라들이 대한제국의 임금과 백성들의 본심을 알게되고, 그래야 나라가 망하지 않고 보존하게 되고, 죽지 않고 살아나게 될 것입니다.

만일 계속 위축되고 만다면 위축된 자는 망할 뿐입니다. 지금 이미 망한 판에 두려워할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폐하께서는 명나라 의종(毅宗)이 사직을 위해 순국한 의리를 듣지 못하셨습니까?

그리고 폐하께서는 박제순 이하 역적들의 죄를 어떻게 보십니까? 을미년(1895년)의 역적은 실로 만고의 역적입니다. 그러나 지금 오적은 그 죄가 더 심한데, 지금 이 큰 역적들은 오히려 편안히 지내고 있습니다. 저들이 아무리 외세를 빙자하여 임금을 협박하지만 그 역시 신하입니다.

폐하께서는 어찌 이 역적들과 같이 살면서 아직 처분을 내리지 않으십니까? 폐하께서 명령을 내리시면 사법부 관원도 필요 없이 역적들의 시신은 거리에 매달릴 것입니다.

삼가 바라건대 폐하께서는 죽어가는 신의 마지막 말을 무시하지 말고 속히 역적을 처단하고, 허위 조약을 폐기하여 망해가는 나라를 다시 보존하소서."

이에 고종이 비답하였다.

"근심과 울분에 찬 경의 정성으로 본래 이런 말을 할 줄은 알았지만, 또한 짐작하여 헤아릴 것도 있다. 대신들이 연명으로 올린 상소에 대한 비답을 보면 아마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고종의 비답은 정말 이해할 수 없다. 을사오적을 오히려 두둔하고 있으니. 아, 애통하다. 나라는 망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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