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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곤칼럼>을사늑약 톺아보기 (25)

김세곤 (역사칼럼니스트)외부대신 이지용, 일본에 뇌물까지 받고 하야시와 한일의정서 체결
등록날짜 [ 2021년05월21일 11시19분 ]

1905년 12월 16일, 을사오적들의 상소는 계속된다. (고종실록 1905년 12월 16일 3번째 기사)   “조금 뒤에 이토 히로부미 대사가 군사령관 하세가와와 함께 급히 도착하였고, 헌병 사령관과 군사령부 부관(副官)이 뒤따라왔습니다.


일본 공사가 대사에게 전후 사연을 자세히 이야기하니 대사가 궁내부 대신 이재극에게 폐하의 접견을 주청한다는 것을 전해 주도록 여러 번이나 계속 요구하였습니다.

이재극이 돌아와서 ‘짐이 이미 각 대신에게 협상하여 잘 처리할 것을 허락하였고, 또 짐이 지금 목구멍에 탈이 생겨 접견할 수 없으니 모쪼록 잘 협상하라.’는 성지(聖旨)를 전하였습니다. 이재극은  참정대신 이하 각 대신에게도 성지를 전하였습니다.”


고종이 대신들에게 협상하여 잘 처리하라는 성지는 무엇을 의미하는 가? 조약 협상 권한을 완전히 위임한 것인가? 이 부분은 나중에 을사늑약 무효 논쟁과 관련하여 두고두고 문제가 되었다.  

상소는 이어진다. “대사가 곧 참정대신에게 토의를 시작하자고 요청하니, 한규설이 여러 대신에게 각자 자기의 의견을 말하라고 하였습니다. 대사가 먼저 참정대신에게 ‘각 대신들은 어전 회의의 경과만 말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내가 한 번 듣고자 합니다. 참정대신은 무엇이라고 아뢰었습니까.’라고 말했습니다.

한규설은 ‘나는 다만 반대한다고만 상주(上奏)하였습니다.’라고 말하니, 대사가 묻기를, ‘무엇 때문에 반대한다고 말하였는지 설명하여야 하겠습니다.’ 하니, 한규설은 ‘설명할 만한 것이 없고, 그저 반대일 뿐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대사는 다음으로 외부 대신에게 어떻게 했는가를 물으니 박제순이 대답하기를, ‘이것은 명령이 아니라 바로 교섭이니 찬성과 반대가 없을 수 없습니다. 내가 현재 외부대신의 직임을 맡고 있으면서 외교권이 넘어가는 것을 어찌 감히 찬성한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하니, 대사가 말하기를, ‘이미 협상하여 잘 처리하라는 폐하의 명령이 있었으니 어찌 칙령이 아니겠습니까? 외부대신은 찬성하는 편입니다.’라고 하였습니다.

다음으로 민영기에게 물으니 그는 ‘나는 반대입니다.’라고 말하였습니다. 대사가 묻기를, ‘절대 반대입니까?’ 하니 대답하기를, ‘그렇습니다.’ 하니, 대사가 말하기를, ‘그렇다면 탁지부 대신은 반대하는 편입니다.’ 하였습니다.

다음으로 이하영에게 물으니 대답하기를, ‘지금의 세계 대세와 동양의 형편 그리고 대사가 이번에 온 의도를 모르는 바가 아닙니다. 우리나라가 외교를 잘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귀국이 이처럼 요구하는 것이니, 이는 바로 우리나라가 받아들여야 할 문제입니다.


그러나 이미 지난해에 이루어진 의정서(議定書)와 협정서(協定書)가 있는데 이제 또 하필 외교권을 넘기라고 합니까? 우리나라의 체통에 관계되는 중대한 문제이니 승낙할 수 없습니다.’ 하니, 대사가 말하기를, ‘그렇지만 이미 대세와 형편을 안다고 하니, 또한 찬성하는 편입니다.’ 하였습니다.

다음으로 이완용에게 물으니 이완용은 속으로 ‘협상하여 잘 처리하라는 폐하의 하교에 대하여 이미 참정대신의 통고가 있었으니 이 안건의 요지가 이미 판결된 셈이다.’라고 생각하고서 대답하기를, ‘나는 조금 전 연석(筵席)에서 여차여차하게 아뢴 바가 있을 뿐이고 끝내 찬성한다는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하니, 대사가 말하기를, ‘고칠 만한 곳은 고치면 그만이니 이 또한 찬성하는 편입니다.’ 하였습니다.

다음으로 권중현에게 물으니 그가 대답하기를, ‘나는 연석에서 면대하였을 때에 대체로 학부대신과 같은 뜻이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의견은 바로 황실의 존엄과 안녕에 대한 문구였습니다. 그러나 찬성과 반대 사이에서 충신과 역적이 즉시 판별되기 때문에 참정대신이 의견을 수렴하는 마당에서는 반대한다는 한 마디로 잘라 말하였던 것입니다.’ 하니, 대사가 말하기를, ‘황실의 존엄과 안녕 등에 대한 문구는 실로 더 보태야 할 문구이니 이 또한 찬성하는 편입니다.’ 하였습니다.

다음으로 이근택에게 물으니 대답하기를, ‘나도 연석에서 학부대신과 같은 뜻이었으나 의견을 수렴하는 마당에서는 충신과 역적이 갈라지기 때문에 권중현과 같은 뜻으로 말하였습니다.’ 하니, 대사가 말하기를, ‘그렇다면 이 또한 찬성하는 편입니다.’ 하였습니다.

다음으로 이지용에게 물으니, 그가 대답하기를, ‘나 또한 연석에서 학부 대신과 같은 뜻이었습니다. 또 내가 일찍이 작년 봄에 하야시 공사와 의정서를 체결하였는데 이 조약의 약관 중 독립을 공고히 하고 황실을 편안히 하며 강토를 보전한다는 등의 명백한 문구가 있으니, 애당초 이 사안에 대하여 가부를 물을 필요도 없는 것입니다.’ 하니, 대사가 말하기를, ‘이 또한 찬성하는 편입니다.’ 하였습니다.”

이토가 사회를 보고 대한제국 정부 대신이 찬반 의견을 제시하다니 참으로 황당하다. 조약에 대하여는 처음엔 한규설, 민영기가 반대하였는데, 이완용을 기점으로 권중현 · 이근택 · 이지용이 줄줄이 찬성으로 돌아섰으니 이완용은 ‘만고의 매국노’이다. 

한편 이지용의 답변도 어이가 없다. 1904년 한일의정서의 ‘독립을 공고히 한다.’는 문구를 들먹이다니. 러일전쟁이 일어난 직후 외부대신 이지용은 일본에게 뇌물까지 받고 하야시와 한일의정서를 체결한 친일파였다. 고종은 이런 사람들을 대신으로 기용했으니, 오호통재(嗚呼痛哉)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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