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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의 칼럼>수은 강항의 역사적 현장을 직시(直視)해 보다!(치헌의 기문 편)

[아주 좋다 내 이름으로는 꼭 맞다.] 하고 이로 인하여 스스로 부르기를 치옹(癡翁)이라고 했다.
등록날짜 [ 2021년10월07일 20시54분 ]

치헌의 기문(癡軒記)

진나라의 왕무자(王武子)가(의) 숙부(叔父)가 있었는데 잠(?)이라고 했다. 나이 사십이 되어도 이름이 알려지지 않아 당시 사람들이 어리석은 사람으로 지목을 했지만 잠(?)은 태연했다.


그는 숨어있으면서 나가지 아니하고 언제나 주역(周易)을 읽었는데 진무제(晋武帝 : 265-289 재위)가 일찍이 무자(武子)에게 말하기를 [그대의 집에 어리석은 숙부가 아직 안 죽었는가?]하고 묻자,


무자(武子가 말하기를,[신의 숙부는 어리석지 않습니다. 그는 양산주(梁山濤)이하요, 위서(魏舒)이상의 사람입니다] 하였다. 이로부터 세상 사람이 비로소 그에게 숨어있는 덕이 있음을 알았다고 한다.

 

우리 구수(丘嫂 : 과부가 된 형수, 백형 저어당(齟齬堂) 해(瀣,1555~1591)의 부인으로 추정된다. 둘째와 셋째형 준과 환에게는 정씨가 없었으며 저어당은 수은선생과 연벽(聯璧)이라고 할 정도로 우애가 돈독했다.
 

신묘(辛卯)사화가 발발하기 직전에 망형이 죽던 날에 쪽지 하나로 부탁하기를, “네가 인간으로 살고 있으니 과부가 될 나의 아내가 힘입을 데가 있어 좋구나!”고 부탁의 유언을 남긴걸로 알려졌는데 그 형수에 오라비가 있으니 정군(영광 정씨) 중화씨(丁君 仲化氏)다.


젊어 성년이 되어 관을 쓸 적부터 향리를 나서지 않았는데 나이가 오십이 넘자 더욱 자신을 감추니 고을 사람 가운데에 이따금 어리석다고 하면 중화씨(丁君 仲化氏)는 [아주 좋다 내 이름으로는 꼭 맞다.] 하고 이로 인하여 스스로 부르기를 치옹(癡翁)이라고 했다.


정유(丁酉 : 1597년) 재란에 대대로 내려온 집이 모조리 불타 버리고 선조(조상)의 묘와 백보쯤 떨어진 거리에나 초막집 몇 칸을 읽고 이름하여 癡軒이라고 했다. 집을 둘러서 모두 대나무가 서 있으므로 원근(遠近) 간에 지나는 사람이 다만 수많은 대나무가 에워싸고 있는 것만 볼 수 있을 뿐, 사람 사는 집이 있는 줄은 알지 못한다.


집 아래 맑은 샘 한줄기가 흐르는데 대나무 뿌리 밑에서 솟아올라 많은 량이 모아져 널따란 연못이 되었는데 연꽃 십여 줄기가 심어져 있고 못의 사방에는 국화 수백포기가 심어져 있다. 연꽃은 여름에 피고 국화는 가을에 피며 대나무는 네 계절로 푸르러니 봄꽃처럼 한순간만 고운 것은 없다.


집이 몹시 가난하지만 술이 없을 때가 없고 그렇다고 성격이 마시기를 좋아하지도 않으면서도 술병과 잔은 언제나 두고 있다. 좋은 천기 아름다운 달이 뜨면 처와 같이 권(하거)커니 잣커니 하는데 조금만 마시면 금방 취하여 치헌에 걸터앉아 癡歌를 부르기를 [세상 사람이 날더러 어리석다고 하나니, 날더러 어리석다는 사람은 자기의 어리석음을 모르는 도다. 나는 나의 어리석음을 보존하여 나의 타고난 수명을 마침이여, 도도하게 즐기면서 년수의 부족함을 알지 못하노라] 한다.


언젠가 나에게 편지를 보내기를 [나는 어리석어서 세상을 하옴이 있지 못하였고 자네는 죄를 얻어 또 시대에서 버림을 받았느니 나의 집(軒)을 기문을 쓸 사람은 자네가 아니면 안 되겠네]하였다.


나는 그 편지를 읽다 말고 탄식을 했다. 국화는 꽃의 숨어있는 것인데 癡翁이 능히 기르고 있고, 연꽃은 꽃의 군자인데 癡翁이 능히 사랑하고 있고, 대나무는 초목가운데에 뒤에 말라지는 것인데 癡翁이 능히 심고 있으니 이것이 어리석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겠는가.
 

왕잠(王?)같이 어진 사람도 사람들이 오히려 어리석다고 했거늘 하물며 지금의 때는 武子가 살던 때와는 훨씬 지났으니 癡翁더러 어리석다 고(말)하는 것은 이 세상의 보통일이다. 이제 癡翁이 남이 얕잡아 희롱함을 듣고 어리석다는 것으로 스스로 처신하니 이것은 또 왕잠(王?)에게도 없었던 일이다.


옛날 柳子厚(이)가 永州에 귀양살이 벼슬을 할 적에 冉溪에다 집을 정하고 스스로 우둔하다 하여 愚로써 염계를 姓을 지었다. 그러나 나는 子厚가 왕비, 王叔文을 伊尹, 周公, 管仲, 諸葛亮이라고 칭찬해 가지고 현달해 통한 지위를 얻었다가 불행히도 엎드러져서 우둔함으로 달게 처세한 사람인 즉 이것은 우둔함으로써 자신을 속인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이제 癡翁은 세상 사람들의 어리석고 고집이 셈을 분개하여 몸을 숨기고 나서지 않은 사람이요, 세상 사람들이 자기를 모르는 것을 다행으로 여겨 기꺼이 어리석음의 이름을 받으니 치옹의 지혜는 따라갈 수 있을지라도 그 어리석음은 따라 갈 수 없다.


치옹의 집에는 어진 부형이 많은데 내외종사이에도 또 어진선비와 대부(大夫)가 있으니 반드시 그 어리석지 아니함을 아는 이가 있어 武子가 잠(?)을 알아봤던 일과 같으리라.
내가 癡翁에 대하여 사돈의 예의가 있어 옹을 깊이 알기로는 나만(만큼 아는 이가) 같은 이가 없다. 그래서 그 집(軒)을 기문을 쓰고 드디어 그 사람 됨됨이까지도 말하여 숨겨진 덕을 빼어 나타내는 바이다.

시(詩)를 짓노니

癡叔이 어리석음이 재미있다 하고서
顏淵의 陋巷에서 한 표주박 물마시며 누어있다.


風泉 몇 섬의 물 그윽한 일이요.
이슬 젖은 국화 천포기는 잘 앎이 되었도다.


연꽃(?友)은 본시 복숭아 오얏과 맞지 않고
대나무는 눈서리 내릴 때를 기다려 본다.


세상 사람은 어리석어 도움 되지 못하나
이 노인네 어리석 잖음을 누가 믿으랴.

<출처> <치헌 8영> 수은집, <치헌癡軒八詠과 수월정 30 >박세인 2008년

박세인은 本(제1영~제7영)-結(제8영)의 2단 구성을 통해 치옹(癡翁)의 인품과 유관한 경물 을 되풀이하고 마지막 8영으로 종결하는 방식이라고 말한다. 아울러 수은이 <치헌기>를 쓰게 된 내력과 목적 또한 명확히 밝혀져 있다.


정용은 수은 과 자신의 비슷한 상황, 즉 시대의 버림[棄於時]을 받은 처지를 내세워서 기문을 써 줄 것을 간곡히 권유하고 있다. 이에 수은은 <치헌기>를 통해 치옹의 사람됨[爲人]을 살피고,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숨겨진 덕[潛德]을 드러내고자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치헌기>에서는 자연 경물의 묘사가 매우 소략하고 대부분 의 내용을 누정 주인인 치옹의 일화를 기술하는 데 할애하고 있다. 수월정에서 조망하는 풍광을 구체적으로 열거한 <수월정기>와는 달리, <치헌 기>에서는 치헌 주변에 대나무, 연꽃, 국화 등이 심어져 있다는 것이 경물 묘사의 전부라고 말한다.


특히 이들 경물은 전통적으로 君子 혹은 隱者를 상징하 는 것으로서 치옹의 잠덕을 들추어내려는 글의 목적에 부합하는 것들이다. 치옹 정용은 조선시대 양반가 사대부라면 당연히 소망하는 立身揚名에 바보스러울[癡] 정도로 무심할 뿐만 아니라, 재주와 덕을 더욱 숨기면서 [韜晦] 오히려 사람들이 자기를 알아주지 않음을 기꺼워하고 있다. 


이렇게 자연에 묻혀 사는 치옹의 어리석음은 전쟁으로 터전을 상실한 곤궁함 서도 삶의 당당함을 가능케 하는 자존의 기반이 되고 있다. 그래서 치옹은 ‘어리석음을 보존하여 천수를 마치겠다’는 호탕한 선언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수은은 치옹의 권유로 <치헌기>를 지음으로써 이와 같은 삶의 태도에 대해 깊은 공감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


그러므로 <치헌기>는 세상으 로부터 버려진 곳, 곧 자연 속에서 영위하는 ‘어리석으나 어리석지 않은’ 삶의 가치에 대한 자긍심을 표출하기 위해 쓰여진 글이라 할 수 있다.



치헌의 八詠(癡軒八詠)[주인은 정용이다]

·연지(蓮池)
癡翁不放愚泉出  치옹이 愚泉을 나가지 못하게 하고
鑿破蒼苔一席強  蒼苔위에 一席地를 파내어 저장했네
十柄芙蕖當伎女  열 줄기 연꽃으로 妓女를 대신하니
小軒風物不凄凉  小軒의 風物이 처량하지 않도다.



·菊花
黃菊은 꽃중에서 은일한 자이니 癡翁이 癡軒에 심은 것이 당연하다.
맑은 서리 내리는 9월의 철에 지난 사람 陶令의 문인가 의심되누나.

·寒梅
寒梅見事苦遲遲 寒梅를 보는 눈이 너무 더디고 (그리하여)더딤을 괴로워하니
蝶鬧蜂喧自不知 나비, 벌의 요란함을 절로 알지 못하네
冷淡生涯氷雪裡 얼음과 눈 속에 冷淡한 생애
癡翁憐汝似翁癡 癡翁이 너를 보고 자신처럼 어리석다고 여기노라

·오동(梧桐)

오동이 竹梅속에 끼어있도록 버려두니 天外에서 봉황이 오기를 보려고 한다.
君王이 바야흐로 南薰殿 을 지었으니 君家의 解慍材를 취해갈까 하노라.

·菖蒲
雪霜貿貿靑如許  雪霜속에 어울러져 저렇듯 푸르르며
泉石膏肓不可醫  泉石을 좋아한 병 고칠 수가 없어라.
直共寒梅同臭味  바로 寒梅와 臭味가 같으니
不關桃李艶陽時 도리의 한창 때를 상관하지 않는구나.



·古木
孔明이 비록 죽어도 曹蜍보다 나으리라.
癡翁厭見紅黃綠   치옹이 홍·왕·녹(紅·黃·綠)을 보기 싫어서
八景中間着老槎   8경의 중간에 늙은 고목 세워 두었네.
鹿死千年眞骨露   사슴이 죽으면 천 년 만에 眞骨이 드러나니
孔明雖沒勝曹蜍   공명이 죽었어도 조여보다 낫도다

·怪石
誰將恠石寄癡翁  누가 怪石들을 가져다가 치옹에게 드렸는고
爲是巉岩古貌同  울퉁불퉁 古貌가 옛 모양과 똑같기 때문이라.
浮世只今無此面  뜬세상 지금엔 이러한 모습 없으니
向人俱學九疑峰  사람들을 향하여 모두가 九疑峯 모습이구나.



·四季
艶陽三月等閑事  따뜻하고 화창한 삼월에는 3월은 등한한 하루하루 뿐
九月淸霜已足奇  구월의 찬 서리에 비로소 기특하다.
況是火雲兼凍雪  더구나 더운 여름과 얼어붙은 눈속에서
衝寒冒暑獨開時  추위 더위 모르고서 홀로 피웠네
팔영의 7언시가 남아있지않아 잠시 가져왔다.

<출처>치헌癡軒八詠과 수월정 30영 박세인 2008년

 

수은선생의 치헌의 八詠(癡軒八詠)은 광양수월정 30영과 같으면서도 다르고 다르면서도 같은 묘한 맛과 운치(韻致)를 느낀다. 치헌의 기문(癡軒記)에서는 중화씨(丁君 仲化氏)가 말했듯이 필자도 벅차오르는 감동으로 크게 외치고 싶다. [아주 좋다 내 이름으로는 꼭 맞다.]라 사자후를 토하며 연신 따라하고 싶다. 이 얼마나 멋진 무위(無位)처사(處士)의 큰마음인가?!


치헌의 기문(癡軒記)을 음미하면서 글의 맛과 선비의 향기를 조금은 알 것 같다. 그리고 ‘스스로 부르기를 치옹(癡翁)이라고 했다.’는 영광 정씨 중화(丁君 仲化)선비의 마음을 감히 조금은 이해할 수가 있을 것 같다.


치헌의 기문(癡軒記)이 [아주 좋다! 내 마음에 꼭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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